“어, 김동률이다!”…공연장 꽉 채운 ‘이적의 노래들’

이정국 기자 2024. 10. 2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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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적은 곡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다.

김동률은 이적과 결성한 듀오 카니발의 1997년 발표곡 '그땐 그랬지'의 첫 소절을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적은 "꼭 그분(김민기) 노래를 한곡 부르고 싶었다. 마지막 가시는 날, 학전 극장 앞을 영구차가 스쳐 지나갈 때 한 색소폰 연주자가 이 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하고는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아름다운 사람'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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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적의 노래들’ 콘서트에서 이적(왼쪽)이 게스트로 나온 김동률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직팜 제공

가수 이적은 곡 제목을 알려주지 않았다. “전주를 들으면 아실 것”이라고만 했다. 귀에 익은 전주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무대 뒤편 가장 높은 곳 바닥에서 검은 그림자가 리프트를 타고 서서히 올라왔다.

“참 어렸었지/ 뭘 몰랐었지/ 설레는 젊음 하나로/ 그땐 그랬지~” 깜짝 놀란 관객들이 함성을 질렀다. 김동률은 이적과 결성한 듀오 카니발의 1997년 발표곡 ‘그땐 그랬지’의 첫 소절을 특유의 나직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러자 이적이 맞받았다. “참 느렸었지/ 늘 지루했지/ 시간아 흘러라 흘러/ 그땐 그랬지~”

이적이 지난 17~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친 단독 공연 ‘이적의 노래들’로 모두 1만2000여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적은 생애 첫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를 특별한 자리로 만들고자 김동률에게 게스트 출연을 요청했다. 이적이 “네번 공연 중 두번 정도 나와줬으면 해서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더니 김동률씨가 ‘그러면 누구는 카니발 보고 누구는 못 보는 거 아니냐’며 전회 출연하겠다고 했다”고 뒷얘기를 전하자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둘이 한 무대에 선 건 2015년 김동률의 ‘더 콘서트’ 이후 9년 만이다. 둘은 ‘벗’ ‘거위의 꿈’을 이어 부르며 콘서트 속 작은 콘서트를 빛냈다. 좀처럼 대중 앞에 나서지 않는 김동률은 “곧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지난 17~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이적의 노래들’ 콘서트에서 이적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뮤직팜 제공

지난 18일 둘째 날 공연, 푸른 바다 영상을 배경으로 ‘웨일 송’으로 무대를 연 이적은 발라드 ‘반대편’ ‘빨래’를 잇따라 부르며 관객들을 자신의 목소리에 집중시켰다. 체육관 공연과 달리 마치 이어폰으로 듣는 것처럼 목소리와 악기 소리 하나하나가 또렷했다. 이날 150분 동안 24곡을 부른 이적은 후반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차분한 노래 위주로 세트리스트를 채웠다.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고 김민기를 기리는 순서도 마련했다. 이적은 “꼭 그분(김민기) 노래를 한곡 부르고 싶었다. 마지막 가시는 날, 학전 극장 앞을 영구차가 스쳐 지나갈 때 한 색소폰 연주자가 이 곡을 연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하고는 어쿠스틱 기타를 치며 ‘아름다운 사람’을 불렀다.

지난 9월 발표한 신곡 ‘술이 싫다’도 선보였다. 이적은 “조금 통속적인, 노래방에서 취해서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써보고 싶었다. 이적의 색이 들어있는 ‘적색 뽕’을 만들자고 했다”고 노래를 만든 사연을 소개했다.

공연 막바지,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떼창’을 하는 록 콘서트로 탈바꿈했다. ‘하늘을 달리다’로 본공연을 마무리한 이적은 앙코르 무대에서 ‘압구정 날라리’ ‘왼손잡이’를 부르며 객석을 더욱 달아오르게 했다. 다음 번엔 모두 다 방방 뛸 수 있는 체육관 공연을 기다리게 만드는 ‘화끈한’ 마무리였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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