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연 KIA의 우세…그럼에도 삼성의 희망은 '이것'에 있다 [스프]

이성훈 기자 2024. 10. 2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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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한국시리즈 프리뷰
 

SBS 스포츠취재부 야구조 기자들이 매주 색다른 관점으로 야구를 들여다 봅니다.
 


KBO리그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43번째 시즌에, 타이거즈와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게 된 건 '역사적 상징'처럼 보인다. 한국시리즈에 11번 진출해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최다 우승팀 타이거즈와, 역대 최다인 '17차례 진출'과 7번의 우승을 일군 라이온즈의 맞대결은 단연 '최고 흥행 카드' 중 하나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팀은 한국시리즈에서 1986년과 1987년, 1993년 세 차례 맞붙었다. 3번 모두 해태가 승리해, '왕조'를 이어갔다. 해태에 발목을 잡혀 '한국시리즈 7연속 준우승'의 오명을 썼던 삼성은, 2002년 이승엽과 마해영의 드라마틱한 백투백 홈런으로 징크스를 깬 뒤, 21세기 최다 우승팀이 됐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는 '20세기 대표 왕조'와 '21세기 대표 왕조'의 대결이기도 하다.

객관적 전력은 당연히 KIA의 우세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20일 오후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 양 팀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의 향방이 5차전에서 결정될 거라며 손가락 다섯 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1. KIA는 명실상부한 2024년 최강팀이다.
KIA는 유일하게 승률 6할을 넘기며 정규시즌을 제패했다. 총득점과 총실점을 바탕으로 팀의 '실제 전력'을 보여주는 '피타고라스 승률'도 0.561로 1위다. (삼성은 0.534로 3위였다.)
 
2. 한국시리즈에서는 이변이 잘 벌어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치러진 41번의 한국시리즈 가운데, 프로야구 초창기의 '전후기리그', 혹은 99년의 '양대리그'가 아니라 현재처럼 '단일리그 체제'에서는 34번의 한국시리즈가 열렸다. 이 중 정규리그 1위 팀은 29번 정상에 올랐다. 이변이 일어난 경우는 5번에 불과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정규리그 1위 팀은 이 34번의 '단일리그 한국시리즈'에서 123승 61패 5무를 기록해 승률 0.688을 기록했다. 이 팀들의 정규시즌 평균 승률은 0.597에 '불과'했다. 즉,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보다 훨씬 높은, 7할대에 육박하는 승률을 찍은 것이다. 즉, 정규시즌 우승팀은 한국시리즈에서 '더 강해진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한국시리즈 상대팀이 약체가 아니라, 해당 시즌의 최강 팀 중 하나라는 걸 감안하면 더욱 인상적인 대목이다.

2015년 이후의 '10구단 시대'로 범위를 좁혀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9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이변은 2015년의 두산과 2018년의 SK, 단 2번뿐이었다. (이 중 2015년에는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이 한국시리즈 직전 '원정 도박' 파문으로 전력이 궤멸한 변수가 있었다.) '10구단 시대' 한국시리즈에서 정규시즌 우승팀의 승률은 0.689 (31승 14패). 위에 소개한 프로야구 통산 기록과 거의 똑같다. 이 팀들의 정규시즌 평균 승률 0.614보다 꽤 높아졌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휴식 효과'일 가능성이 높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정규시즌이 끝난 뒤 3주 정도의 휴식을 누린다. 이 기간 동안 '경기 감각'이 저하되는 손해보다, 전력을 정비하며 부상을 치료하며 체력을 충전하는 이득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그 증거 중 하나가 투수들의 '구속 증가'다. 2년 전 다른 매체에 쓴 것처럼, 한국시리즈 직행팀 투수들의 80%는 정규시즌보다 빠른 공을 던졌다. 더 싱싱한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힘으로 찍어 누른 것이다. 반면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온 팀의 투수들은 정규시즌보다 구속이 느려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

3. 게다가 삼성의 '투타 간판'이 부상 중이다.
삼성은 최근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에이스 코너와 백정현, 최지광이 이탈한 데 이어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구자욱이 무릎 부상으로 쓰러졌다. 코너는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제외됐고, 플레이오프 때 무릎을 다친 구자욱의 출전 여부도 불투명하다. 반면 KIA는 에이스 네일이 돌아와 1차전에 선발로 나서고, 임기영을 제외하면 전력 공백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두 팀의 전력 차는 정규시즌 때보다 더 크게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삼성에게는 희망이 없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단기전에는 무슨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다만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1. 구자욱의 빠른 회복 : 설명이 필요 없다.

2. 김윤수의 '각성'이 진짜여야 한다.
지난 글에 쓴 내용을 다시 옮겨본다. 2007년 발간된 '세이버메트릭스 개론서' 성격의 'Baseball Between the Numbers'라는 책이 있다. 지금은 데이터 기반 저널리즘 사이트 'Fivethirtyeight'을 창업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네이트 실버와 데인 페리는 이 책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승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변수로 3가지를 꼽았다.
 
1. 마무리 투수의 능력
2. 투수진 전체 탈삼진 능력
3. 팀 수비력

물론 이 가설은 진리가 아니고, 한국의 가을야구에서 객관적 증명을 거치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과 어느 정도 일치. '큰 경기는 수비 싸움', '포스트시즌은 투수 싸움' 같은 가을야구의 '클리셰'를 우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위의 '3가지 변수' 중 1번은 세이브왕 정해영을 보유한 KIA의 우세다.

2번도 KIA가 꽤 앞선다. 정규시즌 KIA 투수진의 탈삼진 비율은 19.5%로 17.2%의 삼성보다 꽤 높았다. KS 엔트리에 포함된 투수들 중 탈삼진 비율 20%를 넘긴 투수가 7명(곽도규, 라우어, 정해영, 장현식, 네일, 김대유, 이준영)이다. 삼성은 한 명도 없다.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 위기를 힘으로 제압할 넘길' 희망을 봤다. 3경기 연속 LG의 최고 타자 오스틴과 대결해 무서운 강속구로 '3전 전승'을 올린 김윤수다. 최근 2년간 퓨처스 기록을 보면, 김윤수의 탈삼진 능력은 '진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윤수의 각성이 '진짜'라면, 삼성은 경기 후반 불펜 싸움을 대등하게 펼칠 무기를 얻게 되는 셈이다.

3. '팀 수비'라는 견고한 발판
위 3가지 변수 중, 삼성이 확실하게 앞서는 대목이 팀 수비력이다. 플레이오프 중계방송에서 여러 차례 소개된 것처럼, 삼성은 올 시즌 최강의 팀 수비를 자랑했다. 81개의 실책만 기록해 최소 실책 1위, 98.4%의 팀 수비율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KIA는 146개로 최다 실책 1위, 그래서 수비율 97.3%로 꼴찌였다.

삼성의 팀 수비가 '안정적이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이 칼럼에서 여러 차례 소개한 것처럼, 팀 수비의 가장 큰 목표는 '인플레이된 타구를 아웃으로 연결하기'다.

이 목표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DER(수비 효율. 인플레이 아웃/인플레이 타구)이다. 삼성의 정규시즌 DER은 68.3%. 즉, 인플레이 타구의 68.3%를 아웃으로 연결했다. 압도적인 리그 1위다. 66.7%로 5위인 KIA보다 꽤 앞섰다. 유격수 이재현, 3루수 김영웅, 중견수 김지찬 등 젊은 주전 야수들이 뛰어난 운동 능력과 판단력, 안정된 타구 처리로 폭넓은 수비망을 구축한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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