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치매약' 큐어버스, 5000억 규모 기술수출 계약 체결…출연연 창업기업 역대 최대 성과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기반으로 창업한 연구소기업이 글로벌 제약회사와 약 5000억원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출연연 기술 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로 공공연구성과 확산 잠재력과 경쟁력을 보여주는 주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KIST 창업기업 큐어버스(대표 조성진)가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총 3억7000만달러(한화 5037억원, 개발단계별 마일스톤 포함) 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기술이전 대상 기술은 앞서 9월 임상 1상에 착수한 'CV-01'로 신약 상용화에 성공하면 출연연 기술수출 사례 중 역대 최대 금액 성과다.

그동안 제약회사들은 치매 원인으로 꼽혀온 아밀로이드베타단백질이 뇌에 과다하게 쌓이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물질을 개발해왔으나, 효능 한계와 환자 사망 등 안전성 문제가 존재했다.

이에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뇌 염증 및 산화성 스트레스가 치매 근원일 가능성에 주목해 이와 관련된 차세대 기전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박기덕 KIST 박사 등 연구진은 2014년부터 차세대 치매치료제 개발에 돌입했으며, 특히 Keap1/Nrf2 시그널 경로(산화성 스트레스 및 염증에 대한 생체 내 대표적 방어 기전)를 통해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하는 방식에 집중했다.

다년간 연구 결과 해당 반응 경로를 표적화하는 CV-01을 개발했으며, 신약 상용화에 성공하면 해당 기전 치매치료제로는 세계 최초가 된다.

치료제는 주사제가 다수를 차지하는 치매치료제와 달리 먹는 약으로 개발돼 자가에서 손쉽게 주기적으로 복용할 수 있다.

또 질병 원인 물질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성질이 커 기존 뇌혈관부종 등 부작용도 적을 것으로 연구진은 보구 있다.

저분자 화합물 약물로 뇌혈관 장벽 투과가 쉬워 뇌 등에 약물 침투가 빠르며, 치매 발병 전 예방 용법으로도 활용 가능한 것도 특징이다.

파킨슨병, 뇌전증 등 뇌 신경 손상이 원인인 다양한 뇌 신경계 질환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고령화 사회적 비용을 낮추는 획기적 약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큐어버스는 바이오 기업 출신 연구자와 KIST 연구자 및 기술성과를 매칭해 KIST 내 기술창업 지원으로 창업한 연구소기업이다. 창업 이후 비임상을 2년 만에 완료하고, 81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현재는 과기정통부와 보건복지부 공동 주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 지원을 통해 임상 1단계를 진행 중이다.

조성진 대표는 “CV-01은 치매, 뇌전증, 파킨슨병 등과 뇌 신경계 질환에 획기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어, 치매 등 뇌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술개발, 사업화, 임상 등 전 주기에 걸친 정부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큐어버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 물질 'CV-01'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았다. 사진=큐어버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