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후보물질, 5000억원 기술수출 계약…출연연 역대 최고액

이정호 기자 2024. 10. 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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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치매 신약 후보물질 CV-01 기술 수출 계약
기존과 치료 방식 달라…‘먹는 약’ 투약 간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시설 전경. KIST 제공

새로운 치매 신약 후보물질을 국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개발해 해외 제약사와 대규모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해당 신약 후보물질이 상용화한다면 총 3억7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벌어들이게 된다. 출연연이 맺은 기술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번 후보물질은 기존 치료제가 건드리지 못한 염증 물질을 몸속에서 없애 치매 치료 효능을 높였고, 주사제가 아닌 먹는 약 형태여서 투약도 간편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KIST 창업 기업인 큐어버스가 자사의 치매 신약 후보물질 ‘CV-01’에 대한 기술 수출 계약을 이탈리아 제약사 안젤리니파마와 지난 16일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계약 액수는 3억7000만달러(약 5000억원)다. 출연연 기술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이전 최고액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 체결했던 4300억원이었다. 다만 5000억원은 상용화에 성공해야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상용화 전 개발 단계에서도 기술료를 일부 받을 예정이지만, 큐어버스는 계약상 구체적인 금액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14년부터 개발된 CV-01의 가장 큰 특징은 ‘신경염증 반응’을 억제해 뇌 신경회로 손상을 방지한다는 점이다. 반면 기존 과학계에서는 치매 원인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라는 물질에 있다고 봤다. 해당 단백질을 몸에서 제거하는 기술을 연구해온 것이다.

하지만 치매 치료 효과는 생각보다 좋지 못했다. 난관에 직면한 치매 연구에 큐어버스의 CV-01이 돌파구를 만든 셈이다. 큐어버스는 기존 치매 치료제의 약효 지속 시간은 12시간이었지만, 실험 과정에서 나타난 CV-01의 지속 시간은 48시간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연구를 주도한 박기덕 KIST 뇌질환극복연구센터장은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 실험에서는 치매 예방 효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치매 발병 전에 CV-01을 투여했더니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CV-01의 또 다른 특징은 먹는 약이라는 점이다. 기존 치매 치료제들은 주사제였다.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고 불편할 수밖에 없다. CV-01은 집에서 손쉽게 주기적으로 투약하는 일이 가능하다.

CV-01은 국내에서 지난달부터 임상시험 1상에 들어갔다. 모든 신약 후보물질은 동물 실험이 끝나면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 1~3상 시험을 거친다. 3단계 임상 시험을 통해 안전하고 효능이 좋다는 결론이 나오면 비로소 시장에 나오게 된다.

조성진 큐어버스 대표는 CV-01 상용화 시점에 대해 “임상 과정에서 변수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르면 5년 뒤에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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