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 공장 화재 76개 동 잿더미…영세 공장주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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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침 인천의 공장지대를 덮친 화마는 영세업체들의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2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왕길동 공장 일대는 폭격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전 8시 44분께 서구 왕길동 기계 제조 공장에서 시작해 주변으로 확산한 뒤 11시간 만에 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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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지난 주말 아침 인천의 공장지대를 덮친 화마는 영세업체들의 터전을 한순간에 앗아갔다.
21일 오전 인천시 서구 왕길동 공장 일대는 폭격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공장 건물과 차량은 새까맣게 불에 탄 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고 주변에서는 매캐한 냄새가 가득했다.
안전매트 업체를 운영하는 강 모(64) 씨는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말없이 화재 현장을 바라봤다.
강씨는 "공장에 보관하던 제품만 7억원가량 되는데 홀라당 타버렸다"며 "6년여간 일궈온 업체가 건질 것 하나 없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가구업체 대표 조 모(57) 씨는 "모든 게 타버려 당장 수입이 끊기니 생계부터 막막하다"면서 "보험을 들었지만, 얼마나 보상이 이뤄질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휴일에 갑작스러운 화재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향했던 공장 관계자들은 건물이 순식간에 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겨우 화재가 비껴간 일부 업체는 급하게 물품이나 차량을 빼느라 사투를 벌이기도 했다.
폐기물 업체 앞에서 만난 이 모(50) 씨는 긴박했던 화재 상황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씨는 "저 멀리서 보이던 불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우리 업체까지 들이닥쳤다"며 "천막에 불이 붙은 채로 강한 바람에 날리다 보니 재앙과 다를 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업차 3대를 급하게 다른 곳으로 옮기고 오니 경찰이 '지금 가면 큰일 난다'고 막더라"며 "키우던 강아지 9마리가 꼼짝 없이 죽겠구나 싶었는데 재를 뒤집어쓰고 살아있어 안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화재는 전날 오전 8시 44분께 서구 왕길동 기계 제조 공장에서 시작해 주변으로 확산한 뒤 11시간 만에 꺼졌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길이 주변으로 번지면서 36개 업체의 76개 동이 불에 타고 117명이 대피했다.
소방 당국은 강한 바람이 방향을 바꿔가면서 부는 데다가 인접한 공장 건물들이 샌드위치 패널처럼 불에 잘 타는 구조여서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한 것으로 판단했다.
소방 당국자는 "(공장) 건물 간격이 협소해 소방차를 대기 어려워 빠른 속도로 불이 확대됐다"며 "화재 범위가 넓다 보니 인천 지역 차량이 총출동했는데도 진화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기계 제조 공장 내부에서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합동 감식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인천소방본부 화재조사팀 등 관련 기관 관계자 10여명이 투입됐다.
감식팀은 불꽃이 처음 발견된 공장 내 사무공간을 집중적으로 감식한 뒤 공장 관계자를 상대로 구체적인 화재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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