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무침교와 무교동낙지[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2024. 10.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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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수선전도'를 비롯해 조선 후기 서울의 고지도에는 남산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청계천에 합류하는 여러 하천이 그려져 있다.

그중 중구의 중구청사거리 동북쪽 신중부시장 부근의 하천 어딘가에 무침다리가 있었다.

서울특별시청 바로 북쪽은 '무교동낙지'로 유명한 무교동이고, 武橋(무교)라는 다리 이름에서 기원했다.

그런데 숭례문 북쪽에서 발원하여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작은 하천에도 다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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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의 ‘수선전도’를 비롯해 조선 후기 서울의 고지도에는 남산에서 발원하여 북쪽으로 흘러 청계천에 합류하는 여러 하천이 그려져 있다. 지금은 모두 복개되어 길로 바뀌었는데, 이들 하천 위에는 많은 다리가 있었다. 그중 중구의 중구청사거리 동북쪽 신중부시장 부근의 하천 어딘가에 무침다리가 있었다. 서울의 고지도에서는 한자 無沈(무침)의 소리와 橋(다리 교)의 뜻을 빌려 無沈橋라 표기했다.

무침다리는 장마 때마다 남산으로부터 많은 모래가 쓸려 내려와 다리가 묻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런데 한자 표기 無沈橋의 뜻은 잠김(沈)이 없는(無) 다리(橋), 즉 묻히지 않는 다리로 우리말 이름과 뜻이 정반대다. 표기된 한자의 뜻으로 풀면 우리말 지명의 의미를 제대로 알기 어려운 것을 넘어 반대의 의미가 되어 버리는 대표적인 사례다. 표기된 한자 지명의 뜻을 풀이하여 우리말 지명을 설명하거나 유추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있으니 늘 조심해야 할 일이다.

서울특별시청 바로 북쪽은 ‘무교동낙지’로 유명한 무교동이고, 武橋(무교)라는 다리 이름에서 기원했다. 이 지역에는 원래 과일을 파는 가게인 毛廛(모전)이 있었고, 청계천에 있던 다리를 모전의 위쪽에 있다고 하여 웃모전다리, 또는 그냥 모전다리라고 불렀다. 한자로는 毛廛橋(모전교) 또는 줄여서 毛橋(모교)라고 표기했다. 그런데 숭례문 북쪽에서 발원하여 청계천으로 합류하는 작은 하천에도 다리가 있었다. 모전의 아래쪽에 있어 다리 이름을 아래모전다리라고 불렀는데, 한자로 표기할 때 웃모전다리의 毛橋와 구분하기 위해 비슷한 소리의 武橋라고 표기했다.

毛橋와 武橋란 한자만 보면 두 다리의 우리말 이름이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기 어렵다. 물론 한자의 소리인 모교와 무교도 마찬가지다. 부르던 이름을 한글로 표기했다면 아무런 혼란이 없었을 텐데 굳이 한자로 표기해서 왜 헷갈리게 하는가? 아쉬움 섞인 진한 한숨이 절로 나온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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