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성장 사수’ 부양책 몰아치는 中,이번엔 기준금리 인하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10. 2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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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은행, 기준금리 역할 LPR 3개월 만에 인하
3분기 GDP 하락에 5% 성장률 목표 달성 위태
은행 지준율 추가 인하, 대규모 재정정책 가능성

중국이 3개월 만에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했다. 중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1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일부 세부 지표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며 반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부터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중국은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해 연말까지 정책적 역량을 집중, 바닥을 치고 올라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0월 대출우대금리의 1년물·5년물을 각각 연 3.6%, 연 3.1%로 0.25%포인트씩 낮춘다고 21일 밝혔다. 올해 1년물, 5년물 LPR은 3.45%, 4.20%로 시작해 2월 5년물만 3.95%로 한 차례 낮아졌다.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 7월 3.35%, 3.85%로 0.1%포인트씩 인하됐고, 3개월 만인 이번에 또 한 차례 하향 조정됐다. 인민은행이 1년에 LPR을 세 번 인하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LPR은 20개 시중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 금리 평균치다. 인민은행이 LPR을 공시하면 모든 금융회사가 대출에 참조해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기업대출 등 일반 단기대출 상품의 금리에 영향을 준다. 5년 만기 LPR은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그래픽=정서희

이번 LPR 인하는 예고된 조치였다. 판궁성 인민은행장이 지난 18일 ‘2024 금융가 포럼’ 연설에서 시중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인하했다며 “21일 공표될 LPR 역시 0.2∼0.25%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것이다. 시중은행이 예금 금리를 내린 것은 LPR 인하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으로 마진이 축소되는 것을 상쇄하기 위함이다.

중국 정부는 이번 LPR 인하를 통해 경기 회복력을 연말까지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 18일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성장했다고 밝혔다. 2023년 1분기(4.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써 올해 3분기까지 중국의 누적 GDP 성장률은 4.8%로, 중국이 내세운 ‘5% 안팎’ 목표치 달성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블룸버그는 판 행장의 금융가 포럼 연설에 대해 “인민은행장의 움직임은 올해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희망을 높이고 있다”며 “정부가 경기 침체를 끊어내기 위해 경기 부양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도를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 정부는 4분기 진입에 앞서 경기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다. 은행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 포인트 내려 시장에 1조위안(약 191조원) 규모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했고, 동시에 정책 금리인 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역레포)도 0.2%포인트 인하했다. 확장적 재정·금융 정책 패키지에 힘을 쏟고, 부동산 위기와 지방정부 부채 해소를 위한 특별부채도 발행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자금난에 빠진 우량 부동산 개발업체를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 제도를 통해 올해 안에 1조7700억위안(약 340조원)을 추가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공격적인 경제 부양책을 시작했다”라고 했다.

중국 인민은행./바이두 캡처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중국 경제 부진도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체 경제 성장률은 1분기 5.3%에서 3분기 4.6%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지만, 일부 지표들이 9월 들어 긍정적 조짐을 보이면서다. 소비 심리를 엿볼 수 있는 소매판매와 산업 활력을 나타내는 산업생산, 기업 투자 심리 지표인 고정자산투자 등이 일제히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도시 실업률도 8월 5.3%에서 9월 5.1%로 소폭이나마 낮아졌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에릭 주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주간의 정책 대응의 힘과 폭을 감안할 때, 중국 경제는 바닥을 쳤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다만 부동산 위기와 디플레이션 우려 등이 여전히 속을 썩이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9월 주요 70대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5.7% 떨어져 2015년 5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고, 생산자물가가 2016년 이후 최장기간인 24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이대로면 4분기 GDP 성장률이 급락할 수 있는 만큼, 이번 LPR 인하까지 몰아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를 내리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비용이 적어져 기업과 개인들이 더 쉽게 대출을 받아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고, 수요가 증가해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중국은 올해 장부 기록이 끝날 때까지 5% 달성을 위한 각종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만간 은행 지급준비율이 또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판 행장은 “연말 전에 시장 유동성 상황을 봐서 시기를 택해 0.25~0.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이달 말 개최 예정인 중국 최고 입법 기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서도 대규모 재정 정책이 승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재정부 싱크탱크인 재정과학연구원의 류상시 원장은 중국 경제가 회복하려면 10조위안(약 1923조원) 이상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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