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아내린 연산호, 바스라진 해면…폭염에 익어버린 바다의 숲

백소아 기자 2024. 10. 2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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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 온도는 1년 넘게 매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으며 2005년 이후 해양 온난화 속도는 2배가량 빨라졌다.

열대·아열대 바다에 사는 경산호는 연산호와 달리 딱딱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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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 바다 문섬 인근에 쓰러진 가시수지맨드라미.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바다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바다 온도는 1년 넘게 매일 최고 기록을 새로 쓰고 있으며 2005년 이후 해양 온난화 속도는 2배가량 빨라졌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여름 71일 동안 이어진 고수온 경보가 휩쓸고 간 제주도 바다는 상처투성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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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제주도 서귀포 문섬 바닷속에 들어가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수심 5~10m 부근을 빽빽하게 채우던 연산호 군락이 듬성듬성 맨살을 드러냈다. 밑동이 녹아 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큰수지맨드라미, 윗부분이 떨어져 나뒹구는 밤수지맨드라미,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버린 분홍바다맨드라미까지. 그나마 수심 15m 아래에서는 울창한 연산호 숲을 만날 수 있었지만 다양한 연산호로 알록달록 꽃동산을 이뤘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문섬과 섶섬 사이 ‘너알’이라고 불리는 곳에는 하얀 점들이 빼곡했다. 자세히 보니 하얗게 변해버린 거품돌산호와 빛단풍돌산호 등 경산호였다. 열대·아열대 바다에 사는 경산호는 연산호와 달리 딱딱한 몸체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제주 바다에서 가끔 발견되다 수온이 오르며 개체가 꾸준히 늘어났다. 원래 갈색이나 초록색을 띠는 경산호들이 고수온으로 인해 공생조류가 빠져나가 하얀 석회질 골격만 남은 것이다. 하얗게 변해버린 돌산호들이 상처의 딱지처럼 퍼져 있었다.

손영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주연구소 열대·아열대연구센터장은 “올여름 제주바다 수온은 역대 가장 높았고 그 기간도 예년보다 길었다. 여름 동안 태풍도 없어서 중국 양쯔강에서 들어온 저염분수의 유입도 많았다”며 고수온과 저염분수를 이상 현상의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 9월 한반도 전체 수온 상승은 2도, 제주도는 4도로 2배 높다. 수온이 30도 이상을 기록한 날이 많았는데 이는 아열대 바다를 넘어 열대 바다에 가까운 온도다. 2016년도 수온이 높아 비슷한 현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그 기간이 훨씬 길어 복구에 얼마나 걸릴지 미지수다.

최근 해양시민과학센터 파란은 고수온에 따른 제주바다 이상 현상을 담은 리포트를 발행해 정부에 제주바다 고수온 해양생태 민관특별조사단 구성을 촉구했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서귀포 해안 일대 ‘천연기념물 제주연안 연산호 군락 자연유산 지정구역’의 적정성 검토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고, 전문가들은 폐사 위기에 놓인 생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더 많은 보호구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모두 제주바다를 위한 걸음일 것이다. 어쩌면 이번 여름 제주바다가 직면한 위기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다가올 기후위기 속 제주바다를 지키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하얀 석회질 골격만 남은 거품돌산호. 백소아 기자
백화현상이 진행중인 큰산호말미잘. 백소아 기자
바스러진 해면. 백소아 기자
백화현상이 진행중인 그물코돌산호. 백소아 기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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