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통과율 92.56%… 리디아 고, 골프지능 앞세워 ‘전설’로 진화[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2024. 10. 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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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우열의 네버 업-네버 인 - 리디아 고의 15번째 골프 클럽
올해 평균 드라이버거리 110위
페어웨이 안착률도 100위권 밖
최고 파워 · 스윙 갖진 못했지만
시즌 최저 평균타수 2차례 기록
올해 3승… 명예의 전당 입회도
남다른 경기운영·코스공략 탁월

지난 2015년 불과 열일곱의 나이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리디아 고가 어느덧 ‘골프 천재’라는 찬사를 넘어 ‘골프 전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신분이던 지난 2012년 CN 캐나다여자오픈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만 15세)을 작성한 이후 메이저 3승을 포함해 지금까지 모두 22승을 기록했다. 결혼 이후 잠시 멈추었던 그의 우승 시계는 2024 파리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해 올해만 벌써 3승째를 기록 중이다. 올림픽 금메달로 부족했던 포인트를 마저 채우며 LPGA 명예의 전당 입회에도 성공했다. 한국 출신으로는 2007년 박세리와 2016년 박인비에 이어 세 번째로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통산 상금에서도 현재까지 1951만 달러(약 265억 원)를 벌어 박인비보다 한 계단 높은 4위에 올랐다. 지금 추세라면 1위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처럼 대단한 업적을 쌓고 있는 리디아 고지만 경기통계만 놓고 보면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다. 파워 골프가 대세인 요즘 리디아 고는 대단한 장타를 날리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만 해도 그녀의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255.80야드로 전체 166명 중 110위에 불과하다. 1위인 태국의 나타끄리따 봉타빌랍(평균 291.19야드)과는 35야드 넘게 차이가 난다.

그렇다고 누구보다 샷이 정확한 선수도 아니다. 드라이버샷의 정확도(페어웨이 안착률)는 1위인 미국의 리젯 살라스(85.07%)에, 아이언샷의 정확도(그린 적중률)는 1위인 태국의 지노 티띠꾼(76.09%)에 한참 못 미친다. 이 두 부문에서 리디아 고는 각각 109위(67.95%)와 66위(68.74%)에 머물러 있다. 한마디로 최고의 파워와 스윙을 가진 선수는 아니란 말이다. 리디아 고의 진가를 보여주는 경기통계는 따로 있다. 당일의 운이나 컨디션 등 우연을 제외한 골퍼의 실력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경기통계는 시즌 평균타수다. 리디아 고가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이 부문에서 10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2017년과 2022년에는 한 해 동안 가장 낮은 평균타수를 기록한 골퍼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를 수상했다. 최근 10년간 이 상을 두 차례 이상 차지한 골퍼는 리디아 고뿐이다. 특히 2022년에는 2002년 수상자인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이후로 유일하게 68타대 타수를 기록했다. 리디아 고는 예선 탈락하는 일도 드물다. 그녀는 지금까지 총 242차례 대회에 출전해 92.56%나 예선을 통과했다. 1980년 이후 200차례 이상 대회에 출전한 골퍼 중에는 93.81%를 기록한 소렌스탐에 이어 역대 2번째로 높은 수치다.

리디아 고가 이처럼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비결은 높은 골프지능과 강한 멘털 덕분이다. 골프지능이란 자신이 가진 신체 능력 내에서 가능한 한 효율적인 플레이로 최상의 스코어를 만드는 능력을 말한다. 골프 스코어의 대략 60%는 그린 주변 100야드 내에서 결정되는데, 리디아 고는 남다른 경기 운영과 코스 공략으로 그린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강해지는 골퍼다. 한때 리디아 고를 지도했던 세계적인 골프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다른 골퍼에게는 없는 15번째 골프 클럽을 가졌다며 그녀의 이런 능력을 상찬한 바 있다.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 AIG여자오픈은 리디아 고의 강점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 대회였다. 16번 홀까지 그녀는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 지난해 우승자 릴리아 부(이상 미국), 같은 대회에서 이미 두 차례나 우승한 신지애 등의 쟁쟁한 경쟁자들과 공동선두였다. 페어웨이에서 드라이버로 샷을 해야 할 만큼 강한 바람에 비까지 내리는 악천후 속에 경쟁자들이 차례로 타수를 잃는 가운데, 리디아 고가 마지막 홀에서 끝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2타 차 우승을 결정짓는 장면은 ‘골프 올해의 플레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단연 압권이었다.

국민대 스포츠산업대학원 교수, 스포츠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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