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7배 넘는 관광객에…카나리아 제도서 대규모 관광 반대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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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주민 수천 명이 대규모 관광 제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카나리아 제도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플라야 데 라스 아메리카의 야외 테라스에서 관광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진을 이어갔다.
그러나 주민들은 카나리아 제도의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이 정도 규모의 관광객을 계속 받을 수 없으며 관광 수익이 주민들이 아닌 섬 바깥의 대형 관광사에 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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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리아 제도는 한계 있어…관광업은 빈곤·실업·절망 불러와"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아프리카 서북부에 위치한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에서 주민 수천 명이 대규모 관광 제한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AFP 통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주민들은 정오부터 카나리아 제도의 7개 섬의 관광 명소에서 "카나리아 제도는 한계가 있다"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했다.
시위대는 그란카나리아섬 마스팔로마스 컨벤션 센터, 푸에르테벤투라 섬의 유일한 워터 파크, 테네리페섬의 남서부 끝에 위치한 플라야 데 라스 아메리카의 유흥가에서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카나리아 제도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플라야 데 라스 아메리카의 야외 테라스에서 관광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행진을 이어갔다. 그 후 해변에서 "이 해변은 우리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관광객은 시위대가 지나가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시위대는 또 "카나리아는 파는 물건이 아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면서 관광객 인원 제한, 휴가철 아파트 단속과 난개발 억제 등을 요구했다.
이날 시위에는 카나리아 제도 전체에서 1만여 명이 참석했다. 규모가 가장 큰 테네리페섬 시위에는 6500명이 참석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환경 단체 '벤 마게스-행동하는 생태학자들'의 대변인 유지노 레예스 나란호는 그란카나리아에서 열린 시위에서 AFP 통신에 "관광업이 빈곤, 실업, 그리고 절망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화산 지형과 연중 내내 내리쬐는 햇살로 관광객들에 인기가 많다. 지난해에는 2022년보다 10.9% 증가한 1620만 명의 관광객이 카나리아 제도를 찾았다. 이는 카나리아 제도 인구인 220만 명의 7배를 넘는 숫자다. 카나리아 제도를 주로 찾는 관광객들은 영국인과 독일인이며, 스페인 본토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관광업은 카나리아 제도 국내총생산의 36%를 차지하고 주민의 약 40%가 관광업에 종사할 정도로 지역 경제의 주요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카나리아 제도의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이 정도 규모의 관광객을 계속 받을 수 없으며 관광 수익이 주민들이 아닌 섬 바깥의 대형 관광사에 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스팔로마스 시위에 참석한 아드리안 수자(32)는 "이곳에서 창출된 부는 유럽 전역으로 흘러가는데 주민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한다"며 "이곳에 오는 것은 외국 기업이고 우리는 어디서도 돈을 찾을 수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카나리아 제도 지방의회가 공개한 유럽 빈곤 방지 네트워크 자료에 따르면 카나리아 제도 주민 3명 중 1명은 빈곤 위험에 처해 있으며 주민의 65%는 생계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관광객도 카나리아 주민들의 어려움에 공감을 표했다. 스위스 출신으로 30년간 그란카나리아를 방문해 왔다는 로살리아 마갈릴로(55)는 "지나친 공사로 인해 해변이 파괴되고 있다"며 "난 그들(시위대)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종식 이후 스페인을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반(反)관광업 시위가 지난 4월 이후 스페인 각지에서 발생했다. 지난 7월에는 바르셀로나에서 수천 명의 시위대가 관광객에게 물총을 쏘기도 했다.
유럽에서 프랑스 다음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는 스페인 당국은 지역 주민들과 스페인 경제 12.8%를 차지하는 관광업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바르셀로나 시청은 2028년까지 모든 휴가용 아파트를 금지하기로 했고, 스페인 남부 도시인 세빌은 허가 없이 관광객에게 임대한 모든 부동산에 수도 공급을 끊을 계획이다.
gw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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