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재 조사, ‘특별진찰’에만 반년···처리 장기화에 노동자는 운다

김지환 기자 2024. 10. 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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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업무상 질병 여부 판정을 위한 특별진찰(특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무려 164.1일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 처리 장기화 요인인 특진 처리기간 증가에 대한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1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근로복지공단이 올해 1~8월 의료기관에 특진을 의뢰한 건수는 2만1022건이다.

연도별 특진 의뢰 건수는 2019년 6025건, 2020년 9352건, 2021년 1만5526건, 2022년 1만9848건, 지난해 2만5356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간 3만건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산재보험제도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재해조사 중 특진 물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질병 중 약 50~60%에 대해 특진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7년 10월 신설된 특진 제도는 재해조사 단계에서부터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가 직접 업무와 질병 간 연관성을 조사하도록 하는 제도다. 특진 대상은 근골격계·뇌심혈관계 질병을 겪는 노동자 중 특정 직종이나 업종에서 일하는 노동자, 정신질병·소음성 난청을 겪는 노동자 등이다. 특진의료기관은 근로복지공단 소속병원, 산재보험 의료기관 중 상급종합병원 또는 종합병원이다.

물량 급증은 특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연도별 소요일수는 2019년 80.3일에서 2020년 53.3일로 줄었다가 2021년 67.1일, 2022년 104.4일, 지난해 145.5일, 올해 1~8월 164.1일로 가파르게 늘었다.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2020년 40.9일이었던 소요일수가 올해 1~8월엔 148.4일로 약 3.6배 증가했다. 역학조사와 특진 장기화 등으로 업무상 질병 처리기간은 2017년 149.2일에서 지난해 214.5일로 늘었다.

노동계는 특진 대상 축소, ‘추정의 원칙’ 대상 확대 등을 통해 특진 물량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추정의 원칙은 작업 기간, 위험요소 노출량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반증이 없는 한 현장조사를 생략하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특진 대상 축소와 관련해 “예를 들어 근골격계 질병 특진 대상 업종을 보면 건설업이 있다. 건설노동자의 작업은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굳이 특진을 보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진 처리기간 증가는 역학조사 소요일수 증가와 함께 산재 처리 장기화의 핵심 요인”이라며 “노동부·근로복지공단은 산재 처리 장기화로 노동자가 아픈 몸을 이끌고 업무에 복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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