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고 ‘읽기‘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기자의 추천 책]

김다은 기자 2024. 10. 2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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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독서'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시인은 OTT와 쇼츠의 유혹을 뿌리치고 힘겹게 책을 펼친 독자에게 좋은 문학은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진실한 문학은 고통이 없어질 거라는 말 대신, 고통에 삶이 출렁거릴지라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을 내줄 것이라고.

저 구석에 둥글게 몸을 말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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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지음
마음산책 펴냄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 진은영 지음마음산책 펴냄

취미가 ‘독서’라고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지금은 취미 생활 카테고리에서 독서의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기 때문인지 이런 사람들은 그저 고리타분하게 느껴진다. 취미다운 취미라면 역시 좀 더 생산적이고, 타인과 어울리는 외향적 활동이어야 할 것 같다.

‘하하, 역시 나는 낙오인걸!’ 하고 생각하다가 진은영 시인의 〈나는 세계와 맞지 않지만〉을 펼쳤다. 고전에 대한 단상을 엮은 산문집이다. 시인은 OTT와 쇼츠의 유혹을 뿌리치고 힘겹게 책을 펼친 독자에게 좋은 문학은 “아침에 슬펐어도 저녁 무렵엔 꼭 행복해질 거라고 말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당황스럽지만 계속 읽어본다. 오히려 문학은 “우리 자신도 고통이란 고통은 다 겪고 죽어야 하는 것”을 되새겨준단다. 아하, 그렇다면 역시 책 읽기는 관두고 도파민 중독에 빠져 웃으며 가는 게 낫겠다 싶다. 그런데 책을 덮다 말고 그가 덧붙인 한마디에 눈이 간다.

카프카, 울프, 카뮈, 베유, 톨스토이, 니체···. 아첨하지 않는 이 완고한 작가들은 독자에게 달콤한 위로 대신 다른 말을 속삭인다. 진실한 문학은 고통이 없어질 거라는 말 대신, 고통에 삶이 출렁거릴지라도 “너 자신의 삶과 고유함을 포기하지 않"도록 곁을 내줄 것이라고. 작가들은 자신의 책에 “어떤 슬픔 속에서도 삶을 중단하지 않는 화자, 자기와 꼭 들어맞지 않는 세계 속에서 자기의 고유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부단히 싸우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이들이 삶에 매진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려 안간힘을 쓴다. 독서는 이런 치열한 저항과 분투에 개입하는 행위다. 독자가 포기하지 않고 ‘읽기’를 선택하는 한 “취한 사람이나 죽어가는 사람의 귀에 속삭여줄 수 있는” 문학이라는 연서는 애틋하고 고집스럽게 이어진다. ‘문학의 공동체’는 이런 괴상한 작가와 독자들의 소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여기, 당신의 자리도 있다.

저 구석에 둥글게 몸을 말고 책을 읽는 사람이 있다. 다시 보니 그는 “진실과 인간적 품위를 지키기 위해” 패배하더라도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독자다. "음악을 다 연주할 때까지/ 건반을 더듬는 연주가(에밀리 디킨슨)”처럼 다른 사람의 영혼에 귀 기울인다. 알고 보니 독서란 그 어떤 취미보다 역동적이고 분주한 것이었다. 진은영 시인은 이들의 모험에 기꺼이 동행한다. 이 책은 문학의 세계를 유영하는 용감한 독자들을 위한 작은 가이드북이다.

김다은 기자 midnightblu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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