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통권’을 내며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4. 10. 21. 06:5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사IN〉 편집국에는 이런 농담이 존재한다.

"이거 통권감인데?" "야, 통권으로 가자!" 한 가지 소재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느라 좀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런 농담을 던지면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시사IN〉 편집국에서 통권은 일종의 특집호를 의미한다.

돌이켜보면 〈시사IN〉이 통권을 낸 때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분기점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9월10일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했다. ⓒ대통령실 제공

〈시사IN〉 편집국에는 이런 농담이 존재한다. “이거 통권감인데?” “야, 통권으로 가자!” 한 가지 소재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물 때, 너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태느라 좀체 다른 안건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군가 이런 농담을 던지면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하지만 진짜 ‘통권’을 만들 때는 아무도 웃지 않는다. 〈시사IN〉 편집국에서 통권은 일종의 특집호를 의미한다. 전 지면을 할애해, 혹은 전 인력을 투입해 하나의 소재를 힘주어 다룬다. 매우 드문 일이다. 왜냐하면 〈시사IN〉은 전문지도 단행본도 아닌 ‘종합’ ‘시사’ 주간지이기 때문이다. 현시점 정치·사회·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뉴스를 다양하게 담는 게 우리의 임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권을 만들 때가 있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제90호), 2015년 4월 세월호 참사 1주기(제395호),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제496호)가 그럴 때였다. 추모 특집호 두 개와 탄핵 특집호 한 개를 만들 때 편집국 마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 긴장됐다. 모두가 한곳을 바라보며 ‘지금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잡지 한 권에 담는다는 사명감을 침묵 속에서도 서로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주 가용 인력을 모두 투입해 ‘김건희 통권’을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 아이템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끝났다. 모두가 알지 않는가. 김건희의 사람(천공·이종호·명태균 등), 김건희의 혐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명품 백 수수 의혹 등), 김건희의 공간(관저 이전과 공사 과정 의혹), 김건희의 학력(숙명여대·국민대 학위 논문 표절 및 대필 의혹), 김건희와 관련된 정부 사업(서울-양평 고속도로)과 재산 축적 과정을 포함한 김건희의 가족·생애사 등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이미 현직 대통령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니, ‘김건희 여사 의혹’이 ‘윤석열 정권 의혹’ 그 자체다. 우리는 그 의혹들을 총망라해 잡지 한 권에 담기만 하면 되었다.

돌이켜보면 〈시사IN〉이 통권을 낸 때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분기점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 박근혜 탄핵···. 더 거슬러 올라가면 통권의 출발점은 〈시사IN〉 선배들이 원 〈시사저널〉에서 일하던 2005년 9월에 만든 삼성 통권호(제830·831 합병호)였다. ‘삼성은 어떻게 한국을 움직이나’라는 당시 표지 제목이 예언이라도 된 듯, 삼성의 영향력은 2년 뒤 그 잡지를 만든 기자들이 삼성 비판 기사를 무단으로 삭제한 회사를 뛰쳐나와 지금의 〈시사IN〉을 창간하게끔 만들었다. 〈시사IN〉 기자들이 특별한 예지력을 가진 게 아니다. 거짓과 비상식이 하나둘 쌓이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파도에 떠밀리듯 그저 자연스럽게 통권을 내게 될 뿐이다.

 

시사IN 최신호 ‘김건희 통권’ 보러가기

https://www.sisain.co.kr/cover/coverView.html?idxno=880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