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北 파병 증거 어떻게 잡았나···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4. 10.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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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출범 저궤도 위성 운영中
2030년 저궤도 위성 70기 발사할 예정
국정원 단독 첩보위성 운용 못하는 실정
올해 4월 ‘우주안보센터’ 조직 신설·가동
제주시 구좌읍에 있는 국가위성운영센터 내부 모습. 국가정보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동으로 구축한 국가위성운영센터는 국가 저궤도 인공위성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서울경제]

올해 3월 제주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사이버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통이 있었다. 해킹 공격의 주체는 북한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찰위성에 해당하는 다목적 실용 위성과 공공위성인 차세대 중형 위성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위성운영센터, 즉 대한민국 항공우주 핵심 인프라가 북한 소행으로 보이는 해킹 공격에 보안이 뚫렸다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은 국가위성운영센터가 해킹 공격을 받은 것을 확인하고 경위와 피해 상황을 조사에 나섰다.

국가 저궤도 위성 운영을 담당하는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2022년 11월 29일 제주도에서 출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정원이 공동 설립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운영하는 위성 관리 시설로, 국정원 소유지에 건립됐다. 운영은 항공우주연구원에 위탁하는 방식이지만 국가 전력시설로 수집된 모든 위성 데이터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국정원이 관리·운영하고 있다.

당시 개소식에는 백종욱 국정원 제3차장을 비롯해 오태석 과기정통부 제1차관,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등이 참석했다. 국가위성운영센터에는 위성 운영·관제 시설 뿐만 아니라 위성정보 품질 제고를 위한 위성영상 검보정 시설도 운영할 방침이다. 이 시설은 향후 '위성정보 빅데이터 센터'로 확장될 예정이다.

현재는 다목적 실용 위성으로 전자광학/적외선(EO/IR) 위성인 아리랑 3호·3A호과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인 아리랑 5호를 비롯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가동 중인 다른 국가 저궤도 위성을 이관받아 통합 운영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국가 저궤도 위성에는 정밀 지구관측, 공공 활용 목적의 다목적 실용 위성, 다양한 공공 광역관측 목적의 차세대 중형 위성 등이 있다.

국가정보원이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제시한 증거 사진. 사진 제공=국가정보원

이런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최근 그 역량과 중요성을 과시하는 성과를 올렸다.

국정원은 지난 10월 18일 오후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관련 증거로 위성사진 3장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 한 장만 사진 출처가 없다. 나머지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 두 장의 사진은 외국 위성사진 제공 민간업체인 ‘AIRBUS’가 출처로 명기됐다.

출처가 없는 사진 한 장은 배경이 어두운 검정색으로 전문가들이 봐야 구체적으로 식별할 수 있는 지형물을 표시하고 있다. 위성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겼다.

전형적인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이 찍은 사진이다. SAR 위성은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드는 방식을 활용한다. 덕분에 기상 조건과 관계없이 주·야간 촬영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와 달리 우리의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단독으로 첩보(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지 않다”며 “국정원은 지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 설립한 국가위성운영센터를 통해 운용하는 다목적 실용 위성을 활용해 북한의 북한 지휘부와 병력 동향, 주요 군사 시설 동태 등을 상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된 러시아 참전 북한의 병력 이동도 국방부가 최근 쏘아올린 군사위성이 아닌 국가위성운영센터가 운용하는 아리랑 5호가 찍은 영상 사진을 분석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동해상에서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활동 요도. 사진 제공=국가정보원

전문가들도 국정원이 운용하는 다목적 실용 위성을 통한 찍은 위성 영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군사정찰위성이 촬영한 사진은 군사비밀로 분류돼 정부가 배포하는 보도자료에 포함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국정원 보도자료에 포함된 SAR 촬영 사진은 군이 아닌 정부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 군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에 각각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2호기를 쏘아올려 발사에 성공했다. 군 당국은 현재 전력화를 위한 상태점검과 운용시험평가 등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기간은 최소 4~6개월이 소용된다. 따라서 1호기는 전자광학/적외선(EO/IR) 촬영 장비를, 2호기는 합상개구레이더(SAR)를 각각 탑재하고 있어 국정원이 제시한 영상은 2호기 SAR 위성으로 찍어서 분석·활용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위성운영센터는 지난 5월 출범한 우주항공청의 소속기관으로 편입된 대한민국 우주항공 분야 핵심 연구 시설이다. 2030년까지 다목적 실용 위성과 차세대 중형 위성, 소형 위성 등 저궤도 위성 70기를 쏘아올려 운영을 총괄할 예정이다. 위성의 운영은 항우연이 맡고 있지만 주요 수요처는 국정원이다.

현재 운용 위성의 핵심은 아리랑 3·3A호, 아리랑 5호로 주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아리랑 3호와 3A호의 수명이 각각 4년, 아리랑 5호는 수명이 5년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위성 운용을 통해 아리랑 1호는 8년, 2호는 9년 간 운용되는 등 임무수명 보다 각각 5년과 6년 더 운용되고 있다. 아리랑 5호가 임무수명이 연장돼 아직까지 운용 중이다.

위성은 사고나 긴급한 경우를 대비해 임무수명 보다 훨씬 많은 양의 연료를 탑재하는 게 일반적이다. 운용하면서 특별한 비상사태가 없으면 임무기간이 더 늘어나 활용된다.

아리랑 3호는 지상의 가로세로 70㎝인 물체를 한점으로 인식(해상도 70㎝)하는 광학카메라가, 아리랑 3A호에는 해상도 55㎝급 카메라와 밤에도 지상을 볼 수 있는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됐다. 아리랑 5호는 해상도는 1m 레이더영상을 제공하는 국내 최초 관측 위성이다. 지상 550㎞ 저궤도를 돌며 지구관측 역할을 해 왔다.

다목적 실용 위성 5호(아리랑 위성 5호).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러나 우려스럽게도 현재 운용 중인 아리랑 3·3A·5호 위성 모두 일부 부품에 에러가 발생해 대체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2012년 발사된 아리랑 3호는 저궤도 685㎞ 상공에서 하루에 지구를 15바퀴씩 돌며 한반도를 감시하고 있다. 하지만 X밴드 송신기와 S밴드 수신기, 전력분배 장치의 주요 부품에서 오류가 발생해 현재 대체 부품을 사용하고 있다. 위성의 핵심 부품인 위성 영상 데이터를 주고받고 위성을 제어하는 장치에 문제가 생겨 백업용 장치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발사된 전자광학/적외성 위성인 아리랑 3A호도 관제에 필요한 S밴드 업링크 시스템과 전력분배 장치 부품에 에러가 발생했다. 역시 현재 대체 부품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S밴드 부품에 또 다른 에러가 발생해 사실상 위성 활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북한의 병력 이동 영상을 찍은 것으로 알려진 SAR 탑재 아리랑 5호도 S밴드 수신기 주 부품이 고장 나서 대체 부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리랑 5호는 2013년 발사됐다.

위성 전문가들은 아리랑 위성은 주 부품에 문제가 생겨도 대체부품으로 전환해 계속 운용될 수 있게 설계가 이중화돼 임무 수행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대체부품 마저 고장 나면 사실상 위성 운용은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8867억 원을 투자해 아리랑 5호를 대체할 해상도 0.5m급 SAR 위성인 아리랑 6호와 아리랑 3호를 대체할 사람도 인식하는 초정밀 광학 위성인 0.3m급 아리랑 7호를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아리랑 3A호를 대체하기 위해 2024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해상도 0.3m급 적외선 위성인 아리랑 7A호도 개발이 한창이다.

아리랑 6호기는 제작이 끝나 항우연 위성조립동에 보관 중이다. 아리랑 7호기는 총조립시험을 진행 중으로 두 기체 모두 2023년 하반기까지 발사를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여전히 발사가 지연된 상태다.

군사정찰위성 2호기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에서 지난 4월 8일 08시 17분에 정상적으로 발사되는 모습. 연합뉴스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독자적으로 첩보(정찰)위성을 보유하기에 아직 한계가 있다. 당장 위성을 발사하기 위한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여야가 대치하는 상황에다 국정원의 정보 독점에 대한 타부처의 반대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 당국이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도 국정원이 통제하려고 했지만 국방부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좌절됐다. 군사정찰위성은 전력화되면 국방부 직할부대인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사령부가 지휘통제해 운용하게 된다.

이처럼 우주항공 분야에서 직접 운용 전력이 없다는 국정원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방안으로 정찰위성을 포함해 위성 자산 등 우주 분야의 안보 강화를 명분으로 업무 영역을 우주 공간까지 확장하는 ‘국가우주안보센터’ 조직 신설이다.

국정원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입법예고한 ‘안보 관련 우주안보 업무규정 전부개정안’(대통령령 제34434호)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지난 4월 23일 관보에 게재돼 바로 시행되고 있다. 개정안은 제명을 현행 ‘안보 관련 우주 정보 업무규정’에서 ‘우주안보 업무규정’으로 변경했다. 국정원이 수행하는 우주안보 분야 업무 구체화 및 업무 협력의 대상·범위도 명시했다.

안보 관련 우주 정보 업무규정은 지난 2021년 국가정보원법 개정에 따라 우주 정보 업무규정이 새로운 직역으로 들어가면서 시행된 대통령령이다. 개정안은 제3조 1항, 2항을 통해 국정원이 우주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위성 자산 등 및 안보 관련 우주 정보에 대한 보안지침을 수립·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우리 군이 운용하는 정찰위성을 포함한 다목적 실용 위성과 공공위성인 차세대 중형 위성 등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설계·제작된 물체(우주 발사체·인공위성·우주선) 등의 운영에 국정원이 적극 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된 셈이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개정안 마련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가 고도화되면서 위성을 기반으로 감시·정찰 등을 통해 한반도 위협 행위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응 조치”라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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