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아라뱃길, 세금 먹는 ‘밑 빠진 독’
유지·관리에 연 290억 투입
여객수송, 예측치의 12% 그쳐
경인아라뱃길이 개장한 지 12년을 맞았지만, 제 기능은 전혀 못하고 혈세만 축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아라뱃길은 서울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연결하는 물길을 만들어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겠다며 만든 수로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인천서구을)이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아라뱃길 유지·관리 등 사업비로 매년 290억원이 투입되고 있다. 아라뱃길은 2조6595억원을 들여 2012년 개통했다.
반면 아라뱃길의 조성 목적이던 ‘화물과 여객 운송’ 기능은 사실상 상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23년까지 10년 동안 아라뱃길을 오간 화물 수송실적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예측치의 7.7%에 불과했다. 여객 실적도 예측치의 12.2%에 그쳤고, 코로나19 사태 기간인 2020~2022년 사이에는 여객 운송이 거의 없었다.
이 의원은 “경인아라뱃길의 핵심기능인 여객·화물의 수송경쟁력이 거의 없는 것을 인지하고도 시정할 의지가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18년 6월 물관리 일원화 이후 ‘경인 아라뱃길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물류와 하천환경, 관광 및 레저 등을 포함한 기능개선 방안을 검토했다. 2020년 12월 공론화위원회는 주운기능을 축소하고, 실적이 저조할 경우 주운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경인 아라뱃길 기능개선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환경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2021년 1월 권고문을 바탕으로 환경부 주관의 협의체가 구성돼 6차례에 걸쳐 회의를 벌였지만 당사자 간 입장이 엇갈리며 실행되지 못했다. 협의체에 참여한 한국수자원공사는 “항만·물류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고, 해양수산부 및 관련 지자체와 지속해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제는 예산 낭비 대신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라”며 “생태·문화·친수공간 조성 및 치안강화 등 더 실질적인 곳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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