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인력추계위' 불참…'대통령실 2차 토론' 물꼬 틀까

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2024. 10.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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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 의료계 참여 촉구했지만
의사협회 등 "2025년 증원 백지화해야"…참여 거부
대통령실·서울의대 교수 '2차 토론회' 소통의 길 열까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이동하는 의료진의 모습. 황진환 기자


정부가 올해 안으로 출범하기로 한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에 주요 의사 단체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시작 전부터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계속해서 의료계 참여를 독려하며 기다리겠다는 입장인데, 서울대의대 교수들과 대통령실 간의 '2차 토론회'를 통해 대화의 물꼬가 터질지 관심이 쏠린다.

주요 의사 단체들 "추계위 불참"…정부 '참여 거듭 촉구'

21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주요 의사 단체들은 지난 18일 마감을 맞은 추계위 전문가 추천에 참여를 거부했다.

추계위는 적정 의료인력 규모를 과학적으로 가늠하기 위한 전문가 기구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위원을 추천받기로 했다. 추계위는 의사·간호사 등 직종별로 각 13명으로 구성되는데, 해당 직종 공급자 단체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7명으로 과반이 되도록 설계됐다.

의사 인력 수급 추계위에는 전체 위원 13명 중 과반인 7명을 의사 단체에서 추천하는 식이다.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상황실에서 열린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병협, 대한중소병원협회,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등에 전문가 위원 추천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단체는 대부분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며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의협·전의비·전의교협·대한의학회·의대협은 "정부가 2025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의제의 제한 없이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며 추계위 위원 추천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결국 의사 단체들을 제외한 대한병원협회(병협) 등 병원 경영자 단체들로만 꾸려진다면 '반쪽짜리 추계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병협, 대한중소병원협회 등은 병원장 모임으로, 일반 의사나 의대 교수들과는 입장이 다르다.

다만 정부는 추계위 마감 시한을 정해두지 않고 의료계에 위원 추천 등 참여를 거듭 촉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2차 의료개혁 토론회'…"'프로파간다' 목적이면 굳이?"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한 의사가 걸어가고 있다. 황진환 기자

이렇듯 의료계가 정부의 손짓에 번번이 고개를 젓는 가운데, 서울의대 교수들과 대통령실의 '2차 의료개혁 토론회'가 열릴지 관심이 쏠린다. 의정 간 소통 창구가 열린다면 추계위 등 향후 정부 기구에 의료계가 참여할 여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대통령실에 먼저 2차 의료계혁 토론회를 요구했다.

강희경 위원장은 "다음 일정에 대해 저희가 의견 제안을 했지만 안건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며 "다뤄야 할 주제는 '의료의 지속가능성', '급증하는 의료 비용'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주최나 장소, 참석자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재정 문제를 짚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섭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2차 의료개혁 토론회 개최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강 위원장은 "정부가 지난번처럼 기존 입장의 프로파간다(선전)를 목적으로 삼는다면, 굳이 (토론회를) 진행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대통령비서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은 서울의대 비대위와 함께한 토론회에서 "부족한 의사 수는 2035년에 1만명이 아니라 2배 이상으로 늘어난다. 즉 2천명 증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최소 4천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며 기존 정부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비대위 측은 "(의료가)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할 일"이라며 맞섰다.

이렇듯 정부와 의료계의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별다른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추계위 출범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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