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분쟁, 오늘 중대 분수령…시세조종 의혹 불씨 남아

CBS노컷뉴스 김수영 기자 2024. 10. 21.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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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막아달라" 가처분 결과 이르면 오늘
인용시 고려아연 주가 급락, 기각시 주가 급등 가능성
금감원,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서 시세조정 의혹 조사 변수 남아
고려아연이 이사회를 연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의 모습.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21일 다시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제기한 가처분 결과가 이르면 이날 나올 것으로 예상되어서다.

법원이 이를 인용하든 기각하든 주가가 크게 출렁일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가처분 결과가 나온 뒤에도 또 다른 쟁점 중 하나인 '시세조작' 의혹에 대한 당국의 조사가 남아있고 어느 한 쪽이 '확실한 승기'를 잡은 상태는 아니어서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지분 매입과 여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법원, 가처분 인용시 주가 급락, 기각시 주가 급등 전망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 등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기 위해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신청한 가처분 결과가 이날 나올 전망이다.

앞서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 심리로 열린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에서 양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영풍·MBK 측은 이번 사건은 1대 주주 영풍과 2대 주주 최씨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며, 자사주 공개매수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 사건은 경영권을 탈취하려는 '약탈적 M&A'에 대한 대응이라고 맞받으며 자사주 공개매수는 회사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맞섰다.

경영권 분쟁 이후 50만원대에서 횡보하던 고려아연 주가는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첫날인 지난달 13일 당시 공개매수가(66만원)를 넘긴 후 70만원대 이상으로 크게 뛰었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수가 시작된 후 82만4천원(18일 종가)까지 올랐다.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해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계속할 수 있게 되면 주가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으로 최종 제시한 89만원까지 뛸 가능성이 제기된다. 반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해져 주가가 크게 하락할 수 있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에 대응하는 방어 수단으로서 현 경영진이 대규모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것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인데 어느 쪽의 주장이 실질에 가깝고 합리적이냐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질 전망이다.

가처분 결과 나오더라도 금감원 시세조종 의혹조사 남은 불씨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법원이 이날 가처분에 대한 판단을 내놓더라도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전망이다.

금감원이 고려아연 시세조정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단 시일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오후 1시12분쯤 82만원으로 올라섰다 급락해 77만9천원까지 폭락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했음에도 주가가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천원 감소한 79만3천원으로 장을 마감한 것이다. 당시 최고가인 82만원에서는 일부 투자자의 경우 세금과 비용 등 문제로 장내매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주가가 8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보다 이득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고려아연은 누군가 영풍·MBK에 유리하도록 회사 주가를 내리고자 비정상 거래를 한 것으로 의심이 된다며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내고 관련 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MBK는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며 입장문을 냈다. MBK는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공개매수를 통해 주주분들께서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수하고자 하는 입장인데, 그런 입장과 반대로 시장에서 보유주식을 매도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당일 고려아연을 최다 순매도한 시장 참여하는 △개인 658억원 △연기금 등 150억원 △보험 100억원 △투신회사 100억원 등인데 시세조작에 악용된 매도 경로가 아직까지 두드러지지 않는 등 관련한 세부 정황이 명확하지 않아 조사가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영풍·MBK, 국민연금 벽 넘으려면 추가 지분 필요…실탄 충분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 연합뉴스

영풍·MBK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장내에서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제기된다.

영풍·MBK는 최근 한달여간 진행된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총 38.47%를 확보해 최 회장 일가와 우군 세력의 지분율을 앞섰지만 그동안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해온 국민연금의 지분율(7.83%)를 감안하면 영풍·MBK가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애초 14.61%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목표를 정하고 2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해둔 만큼 장내 매입에 필요한 실탄은 이미 충분하고, 지난해 MBK가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 때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내 지분 매입으로 계획이 좌초돼 쓴맛을 본 경험도 MBK의 추가 매집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어느 한쪽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앞두고 지분 매입과 여론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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