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면 보이는 것들[유영만의 절반의 철학]
[유영만 지식생태학자·한양대 교수]절반의 철학은 인생 후반전에 일생 반전을 노린다. 절반의 철학은 인생 후반전에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을 향해 목적의식과 소명을 갖고 진군하는 과정을 지원한다. 절반의 철학은 본분을 다하는 삶을 지원하는 철학적 기반이다. 마지막으로 절반의 철학은 줄임이 쓰임을 결정한다는 삶의 철학을 구체적인 실천 덕목으로 권장하려는 의지를 천명한다.
절반을 줄이면 어디로 가야 할지 인생의 나침반이 보이고 이어 무엇을 숭배하며 살아야 할지 인생의 보배가 보이기 시작한다. 시간을 보면서 앞만 보고 달리던 시계 중심의 인생은 절반으로 줄이고 내가 어디로 가면 행복한지 인생의 방향을 잡아야 내가 하면 행복한 일도 잡을 수 있다. 내가 하면 행복한 일은 얼마나 빠른시간에 일을 하고 있는지 시계가 알려주지 않는다. 내가 꿈꾸는 설렘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나침반이 인생의 진정한 동반자다. 나침반은 우선 하던 일을 줄이라고 속삭인다. 줄이지 않고 하던 일을 계속 늘려 가면 늘어지는 인생을 살 수는 있어도 행복한 삶은 만끽할 수 없다. 절반 속에 살아가는 나침반을 찾기 위해서는 그동안 마지못해서 늘 해오던 습관과 관습의 틀을 벗어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을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
절반으로 줄여야 내가 하는 일의 가치가 갑절 늘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는 일의 의미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면서 삶에 활력이 생긴다.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내 인생에 대한 돌이킬 수 없는 위반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심각한 배반이다. 절반으로 줄이지 않고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리기만 하는 일을 계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율배반(二律背反)일 수 있다. 절반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깨달은 삶의 노하우를 십시일반(十匙一飯) 공유하면서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공유하기 시작하면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피차일반(彼此一般)의 친구이자 희망의 연대를 같이 만들어가는 인생의 도반임을 알 수 있다. 절반의 철학은 본분을 다하기 위해 절반으로 줄일 것을 먼저 선정한 다음 나머지 인생을 만끽함으로써 행복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은 두 배로 늘릴 것을 제안한다.
나의 쓰임을 알아내려면 하던 일을 절반으로 줄이고 안 하던 일을 두 배로 늘려봐야 한다. 몸이 개입되는 체험적 산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내 인생의 의미를 알려주는 신체적 각성은 일어나지 않는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절반으로 줄이기만 해도 내 삶의 다른 쓰임새가 전혀 다른 곳에 있음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다. 절반으로 줄이지 않으면 내가 무슨 일을 하면 행복한지를 알아내기 어렵다. 절반으로 줄여야 인생의 동반자를 만날 수 있고 두 배로 늘려야 삶의 축배를 들 수 있는 축제를 즐길 수 있다. 절반으로 줄여야 인생 후반전이 행복해지고 종반전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일을 두 배로 더 늘리지 않으면 인생의 고배를 마실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지배당할 수 있다.
끊기 없는 끈기는 중년의 삶에 위기를 불러온다. 마지못해 늘 해오던 습관과 관습을 벗어던지고 나에게 의미와 가치를 주지 않거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모든 일을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한다. 끊기 없는 끈기는 인생을 끊어지게 만드는 장본이다. 끊거나 줄이면 두 배 늘려야 할 것들이 보인다. 이 놀라운 마법의 세계로 가는 길목에서 무엇을 망설이는가.
포럼사무국 (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영화 '공공의적' 모티브된 최악의 존속살해[그해 오늘]
- ‘4분의 기적’ 버스서 심정지로 고꾸라진 男, 대학생들이 살렸다
- "술만 마시면 돌변..폭력 남편 피해 아이들과 도망친 게 범죄인가요"
- "임영웅과 얘기하는 꿈꿔...20억 복권 당첨으로 고민 해결"
- '공룡 美남' 돌아온 김우빈, 황금비율 시계는[누구템]
- 경찰, 오늘 '마약 투약 혐의' 유아인에 구속영장 신청
- 2차전지 미련 못 버리는 개미군단 '포퓨'로 진격…포스코그룹株 주가는 글쎄
- '최고 158km' 안우진, 6이닝 2실점 역투...키움, 3연패 탈출
- "보증금, 집주인 아닌 제3기관에 묶는다고"…뿔난 임대인들
- 상간소송 당하자 "성관계 영상 유포하겠다" 협박한 20대 여성[사랑과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