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일 전 ‘尹의 황태자’에서 ‘김건희 저격수’ 된 한동훈

박성의 기자 2024. 10. 2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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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법무장관 한동훈 지명하며 “온갖 핍박 맞서 상식·정의 지켜”
韓, 내각 벗어난 뒤 尹과 연일 충돌…與일각 “루비콘강 건넜다”
韓, 재‧보선 ‘PK 사수’ 후 용산 향해 “여사 대외활동 중단하라”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진영을 가리지 않는 '권력 비리 수사의 상징'이 됐다."

2022년 4월13일,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은 한동훈 검사장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며 이같이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수년간 이어진 온갖 핍박에 맞서 공직자의 본분을 다하며, 상식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며 한 검사장을 치켜세웠다. 그렇게 검사 윤석열의 '최애(가장 좋아하는) 후배'였던 한동훈은 '대통령의 황태자'로 꽃길을 걷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900여 일, 돈독했던 두 사람 사이가 어느덧 '앙숙'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수장이 된 한동훈 대표가 '형수'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에 '윤심'이 아닌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다. 의정 갈등 등을 두고도 당정의 불협화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21일 예정된 '윤-한 회동'에서 두 사람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필리핀·싱가포르 국빈 방문 및 한·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10월11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환영 나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재‧보궐 후 '용산→여의도'로 기운 '권력의 추'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 이상기류가 감지된 건 지난 총선 때다. 한 대표가 내각을 벗어나 당 비대위원장으로 향할 때만 해도 여권 내에선 '윤심 비대위원장'이란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체제'를 불신했고, 대신 '한동훈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를 강하게 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선은 결국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 분기점이 됐다. '정치인 한동훈'은 '검사 한동훈', '장관 한동훈'과는 분명 달랐다. 당의 위기, 해법, 인사 등을 두고 한 대표와 윤 대통령이 건건이 충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총선 중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한 사실이 한 대표 입을 통해 알려졌고, 결국 총선에서 여당이 완패하며 두 사람 사이는 '루비콘강'을 건넌 것으로 전해진다.

전당대회에서도 '윤심'은 한 대표가 아닌 원희룡 후보에게 기울어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한 대표가 압도적 당심을 업고 여당 대표가 되어 여의도로 돌아오면서, 여당과 대통령실은 아슬아슬한 '오월동주'(적대 관계에 있으나 뭉쳐야 하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취임 후 당 지도부에 "대표를 외롭게 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정갈등과 '김 여사 리스크' 등을 두고 한 대표가 용산과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윤-한 갈등'은 더 심화되는 양상이다.

일각에는 10‧16 재‧보궐선거를 기점으로 한 대표가 용산과 '세게' 부딪힐 명분을 쥐었다는 시각도 있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부산에서 승전보를 올렸다. 만약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금정·강화 중 1곳이라도 패했다면 '한동훈 위기론'이 확산할 수밖에 없었고, 그를 견제해온 친윤계(親윤석열)가 득세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대표는 당권을 잡은 후 치른 첫 시험에서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친윤계가 아닌 친한계(親한동훈)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게 된 셈이다.

민주당이 지난 17일 세 번째로 재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여권의 대응도 윤-한 관계의 변수로 꼽힌다. 10월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여당 내에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만약 윤-한 갈등이 다시금 발발해 친한계가 친윤계와 대척한다면, 법안 재표결 통과를 위해 필요한 여권의 이탈표 매직넘버인 '8표'를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왼쪽부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김건희 여사,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尹과 마주앉는 한동훈, '김건희 리스크' 타협 가능할까

한 대표가 선거 후 일성으로 '변화와 쇄신'의 대상을 당뿐만이 아닌 정부라고 못 박은 점도 용산으로선 불편한 대목이다. 선거 기간에 한 대표는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와 관련해 '한남동 라인' 등 대대적인 인적 청산과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부 기조 변화를 요구했다. 선거 후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이슈들을 모두 정리해야만 야권의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면담을 앞두고 대통령실에 '3대 해법'(대통령실 인적 쇄신·대외 활동 중단·각종 의혹에 대한 설명과 규명 협조)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은 '오월동주'가 아닌 '일심동체'"라면서도 "대통령과 당대표가 더 자주 소통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만약 그 둘 사이를 가로막는 누군가, '한동훈은 적'이라 말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민심을 전혀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 대표는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을 앞두고 이날 최측근 참모들과 비공개 전략회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에 전할 안건, 대통령의 반응에 따른 상황별 시나리오 등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선 한 대표가 면담에서 △김 여사의 측근 인사 정리 △의정 갈등 해법 △일각의 논란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을 집중적으로 언급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윤 대통령이 한 대표의 요구를 전격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친윤계와 친한계 사이 갈등의 골이 여전히 깊은 상황이다. 한 대표 측이 강조하는 인적 쇄신에도 대통령실은 부정적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에는 대통령 라인만 있다"고 못 박은바 있다. 만약 '윤-한 독대'가 빈손으로 끝날 경우 당정 갈등뿐 아니라 당내 계파 갈등도 심화할 전망이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를 본인이 직접 브리핑에서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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