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5060의 고독한 죽음

김기화 2024. 10. 20.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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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다 30회Ⅱ ] 5060의 고독한 죽음


기자
안녕하세요 KBS 김기화 기자입니다. 지금 무슨 옷 입으시는 거에요?

최봉석/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일단 방진복을 입어야 우리가 방역도 하고 소독도 하고, 또 안에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누군가의 집으로 들어갈 채비를 하는 사람들.

최봉석/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자 이제 들어가셔야 되는데요. 이게 처음 맡아보는 냄새일 수 있어요.

기자
아 현장이요?

최봉석
네네, 그래서 좀 역하거나 그럴 수 있으니까 저희가 마스크를 드리겠습니다.

기자
이런 걸 써야 될 정도로 냄새가 심한가요?

최봉석
저희는 이제 많이 적응이 됐지만 처음 맡으시는 분들은 트라우마처럼 남을 수 있어요.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도착한 현장.


안방에 누군가 숨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음식물이 방치된 부엌에는 날파리가 들끓습니다.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악취...


기자
24년 7월 관리비가 지금 미납액이 7천원인데 보니까 6월부터 못 내셨던 거 같아요.

냉장고에는 누군가 현관문에 붙여놨던 쪽지가 붙어있습니다.

기자
'동사무소입니다. 연락이 되질 않는데 쪽지 보시면 연락 주세요. 병원은 다녀오셨나요.' 라고 씌여있네요

쪽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봤습니다.
담당 공무원(음성대역)
병원에서 ‘호흡곤란으로 실려온 환자가 자기집 주소를 모른다’고 하길래 가서 집에 데려다 드렸어요. 다음에 다시 찾아갔는데 인기척이 없어서 그 안내문만 부착하고 돌아왔죠.

석 달 전, 홀로 숨을 거둔 채 이 집에서 발견된 남성. 55살이었습니다.


김현섭 씨는 청소업체를 운영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청소와는 조금 다른 일을 하는데요.


전화를 받고 어디론가 향하는 김현섭 씨.


청소를 의뢰한 유족을 만났습니다. 고인이 된 이는 이분 부인의 오빠입니다.


기자
연락은 어떻게 받으셨어요?

유족
경찰, 여동생들한테 연락이 되는 경찰이 이제 자녀한테 추적을 해서 전화를 하니까 자네들이 우리 시신 포기하겠다.
그래서 이제 저희 쪽에 전화가 온 거예요. 경찰에서.
7년 전에 이제 이혼을 했고 그래서 애들이 장례 기간에 오지도 않고 여동생 둘이 장례를 치러줬어.


고인이 발견된 집.


부엌 한켠에는 술이 페트병 채로 쌓여있습니다. 술을 버리는 데만 한참이 걸렸습니다.

고인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김현섭/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 대표
체불임금 사업주 확인서... 근로자 입장에서 체불임금을 요청하신 것 같습니다.

고인이 받지 못한 임금 157만 원.


거실에는 아직 쓰지 않은 이력서도 있습니다. 1966년생, 올해로 쉰 여덟. 아직은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었습니다.


기자
고독사라고 하면 보통 노인분들 위주로 그러할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현장은 어떻습니까?

김현섭/특수청소업체 에버그린 대표
실제 현장은 노인분 위주의 그런 현장보다는 뭐 정말 연령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것 같긴 한데 그래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거는 50 60대 남성 독신 남성의 비율이 가장 높은 것 같습니다.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으로 고립된 사람이 숨진 뒤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우리 사회는 고독사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만 3661명이 고독사 했습니다. 꾸준히 증가 추셉니다.


남성이 여성보다 다섯배 이상 많았고, 50~6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고독사의 모습은 다양합니다.


강정우/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생명가족윤리특별위원회 간사
각 연령층의 고독사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굉장히 상이합니다. 이를테면 청년층 같은 경우에는 정신 건강이나 그런 우울감 혹은 경제적 빈곤 등의 이유로 고립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강정우
중장년 남성층 같은 경우에는 보통은 이제 건강 문제를 많이 앓고 계시고요. 그 건강 문제가 경제적 궁핍으로 연결이 되고 경제적 문제가 다시 고독사로 이어지는 그런 악순환의 고리가 좀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정우
노인층 같은 경우에는 이미 실직을 하거나 이미 퇴직을 한 상태에서 살아가시다가 부부 중에 한 분이 사망하시게 되거나 아니면 사별하시게 되는 그런 경우에 혼자 남겨져서 이제 좀 경제적으로 궁핍하면 이게 고독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고독사 현장. 이번엔 빌라 2층입니다.

닫힌 문을 열고 집 상태를 먼저 살핍니다.

최봉석/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일단 예를 표하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의 마지막 이사, 저희가 예를 다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추모의 시간을 가진 뒤 본격적으로 청소를 시작합니다. 현관에는 체납관리비 독촉장이 쌓여있고,


방에서는 판결문 하나가 발견됐습니다.


대부업체의 빚을 갚지 못해 재산 압류 등 강제집행 절차가 개시될 것이란 내용입니다.


50대 후반이었던 고인. 방과 화장실에서는 약봉지가 수도 없이 나옵니다.


최봉석/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이 집은 유족들이 상속을 포기한 집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직 아드님도 어리신 것 같고 부인도 살아계신데, 이게 무연고 처리가 된 집이거든요.


무연고 처리. 유족 대신 집의 소유주인 LH에서 특수청소를 의뢰했습니다.


언젠가부터 홀로 남겨진 사람들. 사업실패나 실직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가족들과 단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혼자 살면서 좌절과 외로움을 겪고 결국 건강마저 악화돼 홀로 숨지는 사례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면서 고독사하는 경우도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강정우
우리나라에는 2010년대부터 계속 고독사 사례는 증가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당시에는 이 법 제정 이전이라서 각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조례나 정책을 제정하고 시행해 왔습니다.


2020년에는 국회에서 ‘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됐습니다. 고독사 위험이 있는 경우 국가 및 지자체가 나서서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의무를
법에 규정한 겁니다. 이 법이 시행된 지 3년.

김현미/독거노인지원센터장
이 법이 생김으로 인해서 전국적으로 229개의 시군구에 모두 다 이(고립사 방지) 사업을 시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전국적으로 이 고독사에 대한 것들을 사회적으로 그다음에 이제 지방에 있는 그런 어떤 지자체나 이런 데서도 관심을 갖고 이제 사업을 실행을 한다라는 데 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거노인들에게 김치를 나누어 주거나, 고독사 위험군에 속한 노인들에게 주기적으로 사회복지사가 방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업이 노인 고독사 방지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강정우
올해 7월에 저희가 확인한 바에 의하면 전국에 한 270여 개의 고독사 조례가 확인되었고 그중에는 50~60개 정도가 노인 고독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와 달리 청년 고독사나 중장년 고독사를 대상으로 특정하는 조례는 확인할 수 없어서

어떤 지원을 내가 받을 수 있을지 어떤 지원의 혜택이 어떻게 되는지를 몰라서 그런 신청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저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부분은 아마 국가적 차원에서 캠페인을 진행한다든지 해서 인식 개선이 좀 이루어져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있는 음식들.
최봉석/특수청소업체 결벽우렁각시
살려는 의지가 굉장히 있으셨던 것 같아요. 살려고 생각을 안 하시는 분들은 냉장고가 이렇게 꽉 차있지 않아요. 다 먹고 살려고 쟁여놓으신 거니까.


마지막까지 술에 의존했던 것으로 보이는 55살 고인의 집. 이 남성 역시 처방받은 약이 많았습니다.

기자
무슨 약이지? 진통제 위염 치료제 당뇨성 신경염 당뇨약. 위염 위가 안 좋으셨나 보다. 위 관련 약이 계속 나오네. 위염 당뇨 같은 약.


최봉석
여기서 아마 이렇게 쓰러지시면서 돌아가셨던 것 같아요.


기자
혼자 계시니까 딱 쓰러져서 돌아가신 걸로 추정이 되거든요. 근데 쓰러졌을 때 보통 누가 이제 도와줄 수가 있잖아요. 같이 누가 산다거나 온 사람이 있으면 골든타임을 지킬 수가 있는데 이분은 골든 타임을 지킬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고인은 왜 홀로 숨진 채 발견될 수 밖에 없었던걸까.

지자체 담당 공무원(음성대역)
매달 찾아뵙는 대상은 아니셨어요. 매달 찾아뵙는 대상은 별도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관리 대상에서 제외돼 있던 겁니다. 나이나 경제 수준 모두 노인들이 기준이라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을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나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


아침 7시, 골목 곳곳을 누비는 오토바이.


반지하부터 옥탑방까지, 신선한 우유가 배달됩니다.


일반적인 우유와는 다른 우유포장.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라고 적혀있습니다.

구지영/매일유업 성동·광진 대리점장
전날 넣어놓은 우유가 다음 날 내가 우유를 배달하러 갔을 때 안 꺼내져 있을 경우 그럼 이분은 우유를 당연히 드시려고 꺼내셔야 되는데 안 꺼냈기 때문에 이분이 혹시 장기 출타 했거나 아니면 극단적으로 몸에 안 좋거나 혹은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저희들이 체크하는 기능이 있는 거죠.



독거노인의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무료로 배달하는 우유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저 지역 노인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봉사활동이었습니다. 지금은 매일 전국 5700여명의 독거노인에게 이 우유가 배달됩니다. 우유 한팩이지만, 받는 이에게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호용환/옥수중앙교회 담임목사.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 이사장
누군가가 나를 찾아오고 있다하는 것에 대한 마음의 안도감 내가 죽어도 내 시신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대한 감사.


지난 20년 동안 이 우유는 독거노인에게 배달돼왔습니다. 앞으로는 혼자사는 50 60대 중장년층에게도 우유를 배달할 계획입니다.

호용환
혼자 사시는 분들이 720만 명 720만 가구가 돼요. 약 한 35%에서 40%까지 육박하잖아요. 그러니까 지금은 나이와 관계없이 홀로 사시는 분들 예컨대 뭐 이제 사시다가 이제 가정이 깨졌다든지 또 병에 걸렸다든지 이런 분들이 주로 혼자 살잖아요. 그러니까 혼자 사는 그분들이 우리가 우유를 배달하는데 우리에게 이렇게 요청 들어오시는 모든 분들을 향해서 언제든지 할 수 있을 만한 열려 있는 마음이 우리한테 있어요.

1인 가구의 수가 8백만에 육박하는 시대. 세 집 중 한집이 1인 가구인 셈입니다.


사는 모습이 바뀐만큼, 우리 사회가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도 이제 새롭게 고민해야 합니다.

취재기자: 김기화
촬영기자: 이창준
촬영: 강우용
편집: 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 한혜민
조연출: 유화영 심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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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화 기자 (kimk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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