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손내잡 KS’…강민호는 두 번째 멱살을 잡는다

김하진 기자 2024. 10. 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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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강민호가 지난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LG와 경기에서 8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솔로 홈런을 치고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배들에 ‘해달라’ 부탁하다
“그냥 내가 해야지” 다짐


PO 4차전 결승홈런으로
21년 만에 첫 KS행 한풀이


“더 큰 목표는 우승 반지
두 번째 꼬리표도 떼겠다”


삼성의 플레이오프는 베테랑 포수 강민호(39·삼성)의 ‘한풀이’ 시리즈였다.

강민호는 지난 19일 잠실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 7번 포수로 선발 출장해 8회 0-0의 균형을 깨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렸다. 삼성은 이 홈런으로 1-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015년 이후 9년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또한 KIA와의 맞대결은 1993년 이후 31년만이다.

게다가 강민호 개인적으로는 프로 데뷔 후 첫 한국시리즈 진출이다.

삼성 강민호는 KBO리그 최다 출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다. 2004년 프로 무대에 입문한 뒤 올해 정규시즌까지 2369경기를 뛰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경기를 뛰었음에도 아직 단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30경기나 뛰었지만 플레이오프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삼성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민호 형을 한국시리즈에 가게 해주고 싶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강민호는 “나는 수비 쪽에서 투수 리드를 잘 해야할 것 같다. 공격적인 면에서는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내가 제일 고참이고 어린 친구들도 이끌어야하니까 수비 쪽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뒤로 물러서기로 했다.

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는 후배들이 앞장섰다. 2경기에서 삼성 젊은 선수들이 홈런포를 펑펑 쏘아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강민호는 언제나 후배들에게 “해 달라”고 부탁했고 강민호를 가장 믿고 따르는 원태인도 “민호 형을 보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4차전을 앞두고는 조금 달랐다. 삼성은 17일 열린 3차전에서 0-1로 졌다. 게다가 18일에는 비가 내려 경기가 하루 미뤄졌다. 원태인은 19일 경기 후 “민호 형을 어제(18일) 사우나에서 만났는데 ‘좀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또 만났을 때에는 ‘그냥 내가 해야지’라고 했는데 진짜 본인이 하더라”며 웃었다.

이어 “어제까지만해도 보내달라고 했던 형이 내가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경기가 안 풀리고 있다가 민호 형이 직접 홈런을 때려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기 때문에 더 뜻깊은 경기였던 것 같다. 1-0이고, 결승홈런이었고, 무실점으로 이끌었고 완전히 민호 형의 경기였다”고 말했다.

선수단은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순간 그라운드로 쏟아져나갔다. 원태인은 “민호 형이랑 같이 한국시리즈에 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렇게 뛰쳐나갔다”고 했다. 심지어 박병호는 “한국시리즈 우승도 아닌데 왜 이렇게 뛰어가냐”고 묻기까지 했다. 원태인은 “민호 형만 아니었으면 조용히 마쳤을거 같은데 한을 풀어준 게 너무 좋아서 내가 앞장섰다”고 전했다.

강민호도 후배들을 향한 고마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차전을 마치고 후배들이 나한테 오더라. 이제는 형이 좀 끌어달라고 하길래 ‘아니다, 나는 수비를 해야한다, 너희들이 쳐줘라’고 장난 삼아 이야기했었다”고 떠올려봤다. 그러면서 “결과적으로는 제가 말 그대로 멱살 잡고 한국시리즈에 끌고 올라간 셈”이라며 웃었다.

강민호는 이어 “투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4경기를 치르는 동안 고개를 흔드는 투수가 거의 없었다. 믿고 따라줘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나도 공부를 더 해서 투수에게 믿음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목표는 이뤘다. 이제는 더 큰 염원인 우승반지를 향해 간다. 강민호는 “이번 시리즈처럼 팀을 위해서, 한국시리즈에서 승리에 보탬이 되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잠실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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