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한, 독대 아닌 면담에 여권 시끌…“말이 안 돼” “화합 우선”
친윤계 “김 여사건, 한 대표 재량 아냐…당정 신뢰 먼저”
형식·의제로 기싸움 팽팽…일각선 한 대표 사퇴 주장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만나기 하루 전인 20일 둘로 쪼개진 여권은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진통을 겪었다. 친한동훈(친한)계는 독대가 아닌 3자 면담 형식을 비판하고, 친윤석열(친윤)계는 한 대표의 김건희 여사 문제 언급에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배석하는 ‘2 대 1’ 면담을 한다. 당초 한 대표는 독대를 요구했다. 한 대표 측은 이후 대통령실이 3자 면담을 제안하자 당대표 비서실장도 함께 ‘2 대 2’로 만나는 안을 냈지만 대통령실이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3자 면담은) 형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이 ‘어디 감히 독대야. 내가 너희 만나서 훈시하는 거지’ 이런 느낌을 줄 수도 있지 않느냐”며 “모양새가 좀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면담 의제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한 대표는 핵심 의제로 김 여사 문제 해법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한계 인사는 “김 여사 부분과 의·정 갈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며 “우리는 이번(10·16 재·보궐 선거)이 마지막 기회였다. 국민들이 지지해줬으니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대통령실이 진짜로 달라졌다면 인적쇄신부터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 친윤계 의원은 “(김 여사 문제 등) 그런 이야기는 한 대표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이어 “한 대표가 (김 여사 얘기를) 안 해도 대통령실에서도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여론 동향 등으로 다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이기려고 하면 바로 지는 것”이라며 “대통령과 대표의 신뢰 파탄이 우파진영의 위기로 이어지는 지금,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한 대표 사퇴 주장도 나왔다. 총선백서특위 위원을 지냈던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은 SNS에 “(한 대표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의 엄청난 수도권 대패를 다시 영부인 탓으로 돌렸다”며 “수도권 포기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모두 비판하며 총체적인 국정 방향 논의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SNS에서 “보수 몰락의 책임자 두 사람이 내일 만나면 무엇을 해야 하나”라며 국정 실패 원인 진단과 의료대란 해결, 경제 살리기, 연금개혁, ‘김건희 리스크’ 해소 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각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에 대해 “법대로 처단하라”며 강력 대응을 촉구했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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