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실질 위협국’으로…러시아 끌어들인 ‘북 파병’[뉴스 분석]
유사시 러 개입 가능성 더 커져
한·미·일 대 북·러 구도 강화
전문가들 “정부 대응 신중해야”
국가정보원이 북한 전투병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공식 확인하며 한반도 안보지형에 지각변동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미·일 대 북·러의 신냉전 구도가 강화하면서 러시아를 한국의 실질적 안보위협 대상으로 간주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부가 북한군의 실질적 활동을 지켜본 뒤 대응 방향을 세밀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 18일 북한 특수부대 1500명이 러시아로 1차 이송됐고 향후 총 1만2000명이 파병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수부대 파병에 앞서 152㎜ 포탄·KN-23 미사일(북한판 이스칸데르) 등의 북한 무기 지원도 이뤄졌다.
국정원은 북한 병력을 태운 러시아 함정이 이동하는 위성사진도 함께 공개했는데, 이는 한국 위성에서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1만2000명은 북한 특수부대 4개 여단 규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선이 넓다는 점에서, 전쟁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병력 규모는 아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 투입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군 파병은 지난 6월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조약’의 이행조치로 풀이된다. 해당 조약은 한 국가가 전쟁 상태에 놓일 경우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지원을, 북한은 한·미·일의 공동 압박에 대한 보호막을 얻으려 한 조치로 풀이됐다.
한반도 유사시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파병은 북·러관계의 선례가 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한·미 동맹에 대응하는 북·러 동맹의 구도가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잠재적 위협이었던 러시아가 실질적 위협 대상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한반도 안보지형이 변화되는 기점에 서 있다”고 했다.
파병 대가로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군사·경제적 지원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지대공미사일방어체계인 ‘S-400’(러시아판 사드)을 비롯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대기권 재진입 기술, 핵추진 잠수함, 군사정찰 위성 등 첨단 기술을 넘겨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침체됐던 북한 경제도 러시아의 에너지·중공업기술의 지원에 덕을 볼 수 있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보수층에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비살상군수품과 경제·인도적 지원을 해오던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북·러 조약 체결 이후 이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구체적방향에 대한 판단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나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현재까지 북한군 파병 여부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선제적 강경 조치를 취할 경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부는 외교적 수단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북한군의 파병 규모와 역할 등을 더 지켜본 뒤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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