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품과 함께…유럽의 중심에서 ‘제주 4·3 평화정신’ 흐른다
‘작별하지 않는다’ 책도 진열
현지인·교민들 발길 이어져
세계기록유산 등재 ‘밑거름’
제주도 주최로 독일 베를린(14~20일)과 영국 런던(16~22일)에서 각각 열린 ‘제주4·3기록물: 진실과 화해에 관한 기록 특별전’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특별전과 심포지엄에 참가한 강호진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축하한다는 말을 입국장부터 들었다. 4·3 소개 책자는 금세 동났고, 현지 언론의 취재 열기도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생존자 이야기를 통해 아픈 과거사를 조명한 작품이다. 노벨 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은 이 작품을 “1940년대 후반 제주에서 일어난 학살의 그림자 속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며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힘을 전할 뿐 아니라 친구들이 집단적 망각을 밝혀내려는 고집스러운 시도를 강하게 추적한다”고 소개했다.
특별전이 열리기 불과 나흘 전 전해진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특별전 준비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제주도 이외 지역에서 처음 4·3 특별전이 열린 게 지난해 12월(서울)이었다. 이후 제주도는 해외에 4·3의 역사를 알리고, 4·3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필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이번 유럽 특별전을 준비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은 특별전에 대한 현지 관심을 크게 끌어올렸다. ‘한강 읽기’ 열풍이 불고 있는 유럽에서 자연스럽게 작품과 그 배경인 제주 4·3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다. 강 위원장은 “지금 독일에서도 한강 작가 책 문의가 많아 내년 3월에야 책을 구할 수 있다고 할 정도”라며 “한강 작가가 4·3을 다룬 작품을 쓰고, 수상 소감에서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한 것이 4·3을 알리는 데 큰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청은 수상 소식을 들은 뒤 급하게 <작별하지 않는다>를 챙겨 출국했다. 특별전에서는 4·3 관련 소개 자료, 기록물 등과 함께 당초 예정에 없던 <작별하지 않는다> 책 전시도 한다. 현지 학생과 교민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특별전을 찾은 한 교민은 “제주 4·3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조상범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특별전에는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을 듣고 찾아온 관람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김시운 주영 한국대사관 공사는 지난 16일 런던 특별전 개막식에서 “제주 4·3의 역사적 중요성과 세계적 공감대가 확산되기를 바란다”며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통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은 “참혹한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4·3 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필요하다”며 “평화와 인권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를 널리 확산시키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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