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에 ‘막대기 저항’한 신와르... 아랍권 “끝까지 싸운 영웅”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수장 야히아 신와르의 죽음을 놓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치열한 선전전이 벌어지고 있다. 하마스가 그의 최후를 담은 동영상을 “이스라엘에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며 ‘영웅 만들기’에 나서자, 이스라엘은 신와르의 초라한 모습을 담은 추가 동영상과 전단을 가자지구에 뿌리며 “신와르는 겁쟁이였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을 지휘했고 지난 8월 이스라엘에 암살당한 이스마일 하니예의 뒤를 이어 정치 지도자에 오른 신와르는 16일 이스라엘군에 발각돼 사살됐다.
이스라엘 매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9일부터 가자지구에 신와르의 시신 사진이 담긴 선전물을 뿌리고 있다. 이 사진엔 머리에 구멍이 뚫리고,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지문·DNA(유전자 정보) 확인을 위해 왼손 검지가 잘려나간 신와르의 몰골이 담겼다. 이스라엘군은 그 옆에 “신와르는 여러분의 삶을 파괴하고, 어두운 땅굴에 숨어 있다 겁에 질려 도망갔다. 무기를 내려놓고 인질을 돌려주면 모두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적었다.
이스라엘군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와르의 이면(裏面)을 드러내는 추가 자료도 연이어 공개했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수 시간 전인 6일 밤 신와르와 그의 아내, 자녀 두 명이 땅굴 안에서 생필품을챙겨 피하는 듯한 모습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는 잔인한 학살 직전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바빴다”며 “그의 아내는 고가의 프랑스 명품 가방도 들었다”고 주장했다.
예루살렘포스트 등 이스라엘 매체들은 이에 대해 “하마스와 아랍 내 반(反)이스라엘 세력들이 신와르를 영웅화하는 선전전에 나서자, 이를 반박하고 차단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앞서 신와르의 사망이 확인된 17일 아파트의 한 소파에 앉아 드론을 향해 막대기를 던지는 신와르의 최후 모습을 공개했다. 신와르의 무력한 최후를 보여주려 한 의도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그러나 이 영상을 정반대로 해석해 활용하고 있다. “그가 마지막까지 (막대기를 던지며) 이스라엘에 저항했다”, “(그가) 도망치지 않고 마지막까지 소총을 움켜쥐고 최전선에서 교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등 중동 내 ‘저항의 축’(이란 및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 세력)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장관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와르는 전장에서 끝까지 용감하게 싸웠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에선 신와르를 추모하는 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하마스에 불만이 많았던 가자지구 사람들도 신와르의 사망에 애도하고 있다”며 “신와르가 파괴적인 전쟁을 촉발하고,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었다는 비판은 수그러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 NBC는 “신와르의 마지막 모습은 대(對)이스라엘 저항 운동의 상징이 돼 수백 년간 팔레스타인 국민의 뇌리에 남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한편 이날 새벽 텔아비브 북쪽 해안 도시 카리사레아에 위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자택에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의 것으로 추정되는 드론 한 대가 날아들어 폭발했다. 이 사고로 집 일부가 손상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평소 예루살렘의 총리 관저에서 지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늘 이란의 대리 세력 헤즈볼라가 나와 내 아내를 암살하려 했다”며 “이는 중대한 실수이며, 무거운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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