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상아가 사라지는 모잠비크
기자 2024. 10. 20. 20:39
초식동물에게도
산다는 것은 본능,
적응하는 건 삶의 수단이다.
아가야,
옛날 코끼리들에겐 길고 아름다운
어금니가 있었단다.
소름 끼치는 죽음의 놀이터
그 불쏘시개로 필요한 상아.
상아가 아름다워서 죽어야 하는
코끼리가 얼마나 많았는지.
그래서란다.
어금니 없이 태어나는 모잠비크의 코끼리
아가야,
상아가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
그 슬픈 행복을 너는 아는 거니?
상아가 사라지는 모잠비크
강인한(1944~)
아프리카 모잠비크 코끼리에게 상아가 있었다는 것은 옛날이야기가 될지도 모른다. 내전과 밀렵, 그 “소름 끼치는 죽음의 놀이터”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본능이 상아를 더 이상 자라나지 못하게 했다. 맹그로브 숲속 바오바브나무들이 울창하던 곳에서 평화롭던 코끼리들은 “상아가 아름다워서 죽어야” 했다.
밀렵꾼들은 아기 코끼리가 보는 앞에서 코끼리의 얼굴을 전기톱으로 자르고, 총으로 쏘았다. 그걸 본 코끼리들은 상아가 없어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며 진화했다. 죽음의 전쟁터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상아가 없는 코끼리를 낳는 어미 코끼리들의 “그 슬픈 행복”을 당신은 알까? 멈추지 않는 탐욕의 시계는 더욱 빨리 돌아가고, 전쟁은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당신의 마음 한복판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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