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도르프-베르바토프의 이구동성 "환영받았고, 즐거웠던 이틀이었다, 옛동료 만나 행복해"
[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공격수 11명과 수비수 11명으로 팀을 꾸려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이 답을 찾기 위한 '세상에 없던' 특별한 매치가 열렸다.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4 넥슨 아이콘 매치'였다. 아이콘 매치는 넥슨의 축구 게임 'FC온라인'과 'FC모바일'에서 주최하는 행사로,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 한 데 모여 이색적인 경기를 펼치는 이벤트 매치다. 19일 1대1 대결, 파워대결, 슈팅대결 등을 가진데 이어, 20일 본 경기가 진행됐다.
말그대로 레전드들이 총집합했다. 리오 퍼디낸드가 "이렇게 많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적이 있었나"고 할 정도였다.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발롱도르 수상자만 해도 6명이나 됐다. 티에리 앙리 감독과 박지성 코치가 이끄는 FC스피어(공격수팀)에는 카카, 루이스 피구, 안드리 셰브첸코, 마이클 오언, 히바우두, 디디에 드로그바, 에덴 아자르, 카를로스 테베스 등이 자리했다. 안정환 이천수 김병지 김용대도 함께 했다.
파비오 칸나바로 감독과 이영표 코치가 포진한 FC쉴드(수비수팀)에는 퍼디낸드, 네마냐 비디치, 카를레스 푸욜, 안드레아 피를로,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야야 투레, 에드윈 판 데 사르 등이 자리했다. 국내 선수로는 김남일 박주호 임민혁, 그리고 FC서울의 레전드인 아디가 힘을 보탰다.
왕년의 슈퍼스타들이 대거 합류한다는 소식에 축구팬들이 들썩였다. FC온라인 이벤트 참가자 대상으로 열린 선예매 1만6000석이 10분만에 매진된데 이어, 27일 일반 관람객 대상으로 오픈된 4만8000석 티켓 역시 1시간만에 모두 팔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과거 슈퍼스타들을 회상하기 위해 클래식 레플리카를 입은 팬들로 가득했다. 무려 6만4210명이 경기장을 메웠다.
이름값에서는 발롱도르를 5회나 거머쥔 스타들이 즐비한 FC스피어가 유리해 보였지만, 실제 분위기는 달랐다. 경기 전 기자회견에 나선 앙리 감독은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보통 이런 경기를 훈련에서 종종 하곤 한다. 그럴땐 주로 수비팀이 이긴다"고 했다. 박지성 역시 "선수 때도 공격팀이 수비팀을 이긴 적이 없다. 수비팀이 100% 이긴다"고 했다.
공격수와 수비수로만 팀이 꾸려지다보니 베스트11부터 이채로웠다. FC스피어팀의 포백은 앙리-디미타르 베르바토프-드로그바-테베스였다. 모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에 앞서 아자르-알렉산더 델 피에로-피구가 스리톱을 만들었다. 김병지가 골문을 지켰다. 반면 FC쉴드의 스리톱은 투레-클라렌스 세이도르프-욘 아르네 리세가 이뤘다. 그나마 투레가 두자릿수 득점을 한 적 있는 선수다. 반면 스리백은 퍼디낸드-비디치-칸나바로, 말그대로 철의 스리백이 꾸려졌다.
'대한민국 레전드' 차범근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나오며 시작된 창과 방패의 모순 대결, 승자는 FC쉴드였다. 4대1 완승을 거뒀다. FC스피어가 화려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볼을 점유하고 두드렸지만, 실속이 없었다. 반면 FC쉴드는 견고했다. 안정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한두명이 빠르게 역습에 나서 마무리하는 형태가 위력을 발휘했다. 레전드들의 플레이에서 순간순간 전성기의 모습도 보였지만, 이내 세월의 무게를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좋은 찬스에서 다리가 꼬이는가 하면, 뛰어들어가야 하는 순간 스프린트가 되지 않았다. 슈팅은 번번이 제대로 임팩트가 되지 않았다. 투레는 이른 시간 햄스트링에 문제가 와서 교체돼야 했다. 하지만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했다.
FC쉴드는 전반 13분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투레의 선제골과 20분 세이도르프의 초장거리골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후반 9분에는 세이도르프의 패스를 받은 박주호가 쐐기골을 넣었다. 35분에는 마스체라노가 한 골을 더 추가했다. 세이도르프는 1골-3도움으로 모든 득점에 관여하는 최고의 모습을 보였다. 수많은 슈퍼스타들이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이날 가장 큰 함성은 '해버지' 박지성이 투입되던 순간이었다. 후반 40분 박지성은 투입되자마자 페널티킥을 넣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세이도르프는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따뜻한 사랑을 느껴서 감사하다. 즐겁고 오랜만에 옛동료들과 경기를 해서 뜻깊었다. 공격수들보다 우리가 즐겼다. 행복한 이틀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함께 동석한 베르바토프도 "너무나 환영받았다. 따뜻하다보니 집같이 행사를 할 수 있었다. 수비팀이 승리할 자격이 있었다. 축구에서 수비가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다. 오랜만에 옛동료들과 좋은 경기를 했다. 오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다시 뵙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어 베르바토프는 "양 팀 선수 모두 동료이기도 했고, 상대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농담을 주고 받았다. 친구들, 선후배 만나서 좋은 시간 가졌다. 운동장에서는 경쟁이었다. 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수비팀이 이겼다. 어떤 대화를 했는지 밝힐수는 없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을 기대하게 하는 이틀이었다"고 했다. 세이도르프 역시 "너무나 행복했다. 옛 동료 만나 행복했다. 한국의 국악을 즐기고, 한국의 음식도 체험하는 순간이 있었다. 뜻깊었다. 나라를 갈때마다 문화 접하는 것은 뜻깊다. 한국 문화를 체험해서 즐거웠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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