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라 세정 대표 “옷에 진심 담으라는 아버지 가르침…‘국민 브랜드’ 명성 잇겠다”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2024. 10. 2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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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50주년 ‘글로벌 매니지먼트 그룹’ 비전 선포
‘올리비아로렌’ 독립법인 분사, 분야별 전체성 강화
“경영자로서 내 점수는 80점, 20점 채우려 노력”
고객과 소통 위해 유튜브 개설…구독자 10만 목표

‘나는 나의 혼을 제품에 심는다.’ 대한민국 1세대 패션 기업 세정의 창업자인 박순호 회장의 경영 이념이다. 박 회장의 옷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진심은 막내딸(삼녀)인 박이라 대표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아버지를 닮아 어릴 때부터 옷을 좋아했던 박 대표는 2005년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귀국한 뒤 스스로 세정 입사를 결정했다.

집에서의 다정한 모습과는 달리 회사에선 누구보다 엄격한 경영자인 박 회장에게 호된 가르침을 받으며 옷에 몰두했다. 어느덧 20년 차가 된 지금, 그 역시도 아버지 못지않은 ‘옷쟁이’가 되어 버렸다.

세정그룹이 지난 14일 오픈한 첫 번째 큐레이션 쇼룸 ‘DAECHI 342(대치 342)’에서 올리비아로렌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이라 대표.
“회사와 함께 성장했다” 말하는 박 대표는 서울 지사와 부산 본사를 오가며 무척이나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앞으로 세정이 그려갈 새로운 50년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을 그가 주도한 까닭이다

올해는 세정의 창립 50주년이다. 1974년 부산에서 ‘동춘섬유공업사’로 출발해 50년 간 ‘올리비아로렌, 웰메이드, 디디에 두보’ 등 12 개 패션 브랜드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거느린 국내 대표 패션·라이프스타일 기업이 됐다.

이제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거듭나려 한다. △외부 전문가와의 연대 △인공지능(AI)·디지털 신기술 도입 △글로벌 브랜드 육성 △나눔·상생 경영 계승이라는 4가지 구체적인 전략도 제시했다.

박 대표는 그것이 실현 가능한 미래임을 증명하려는 듯 직접 전면에 나섰다. 인기 패션 브랜드 ‘마뗑킴’의 창업자인 김다인 대표와 손잡고 새로운 브랜드 ‘다이닛(DEINET)’을 론칭한데 이어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를 개설해 유튜버로서 고객과 소통을 시작한 것.

패션 기업 2세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행보로 업계 주목을 받는 그녀를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자리한 세정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정그룹이 지난 14일 오픈한 첫 번째 큐레이션 쇼룸 ‘DAECHI 342(대치 342)’에서 올리비아로렌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박이라 대표.
-창립 50주년을 맞은 소회가 궁금하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그 사이 회사와 함께 저도 많이 성장한 것 같다. 50년 여정의 일부를 함께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하고, 함께해 준 임직원과 매장 점주님들, 고객들에게 감사하다.

-지난 성과를 돌아본다면 자신에게 몇 점을 주고 싶은가.

▷80점이다. 조금 후하게 주는 것 같지만 스스로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의미로 주고 싶다. 자만하지 않고 나머지 20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겠다. 언젠가 당당하게 100점이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평소 회장님이 기업 경영에 있어 강조하신 부분은 무엇이고, 그에 어떤 영향을 받았나.

▷‘진정성을 놓지 말라’고 항상 말씀하시는데, 본인께서 몸소 실천하신다. 옷을 열 번, 스무번씩 보고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이신다.

또 ‘나눔과 상생’도 강조하신다. 세정의 임직원과 점주님들 모두 가족이라 생각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얘기다. 그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경영인으로서, 또 인간으로서 존경하고, 닮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세정이 50년간 고객에게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라고 보나.

▷품질이라고 생각한다. 회장님이 워낙 완벽한 품질을 추구하시는데, 직원들 앞에서 직접 스티치의 땀수를 세실 때도 있다. 또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소재를 쓰려고 정말 많은 노력을 하신다. 해외 출장 때 마다 좋은 원단을 찾아 다니시더라.

그런 회장님의 옷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고객에게 전해진 것 같다. 점주님들도 ‘역시 세정 옷은 품질이 좋다’는 말을 고객들에게 항상 듣는다고 하신다.

-앞으로 50년,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매니지먼트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먼저 남성 패션, 여성 패션, 온라인 특화 패션, 주얼리, 라이프 스타일 등 각 사업 부문별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려 한다. 12월에 브랜드 ‘올리비아로렌’을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는 것도 이를 위한 작업이다. 제품군과 사업 영역을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성장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한다.

뷰티 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또 AI와 신기술을 도입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전환할 계획이다.

지난 7월 세정그룹 50주년 기념식에서 진행한 우수 매장 점주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박순호 회장(맨 왼쪽)과 박이라 대표(왼쪽 세번째).
-세정은 특히 매장 점주들과의 신뢰 관계, 또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다. 점주들과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지난 50년간 세정이 많은 고객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은 것은 전국 매장에서 최선을 다해 고객을 응대하는 점주님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국 각지의 매장 점주님들을 소중한 세정 가족이라 생각한다. 매장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노력하고, ‘상생’과 ‘동반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본사·점주 간담회, 시즌별 점주 품평회, 판매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특히 올해는 어려운 대내외 환경에 대응하려 매장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자 판매 증진을 위한 세일즈 교육, 제품 설명 등의 교육 지원을 강화했다.

-지난 3월부터 ‘이라위크’라는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패션 유튜버로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내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어 팔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하게 됐다. 유튜브에 내 취향을 담은 스타일을 소개했을 때 고객의 반응이 확인되면 브랜드로 론칭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더군다나 요즘같이 패션 브랜드가 범람하는 시대에는 소비자와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중요하지 않나. 이를 위해 일반적인 회사의 마케팅과는 다른 소통 채널이 필요하다고 봤다.

박이라 대표의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에 게시된 영상. [유튜브 캡처]
-기억에 남는 컨텐츠와 앞으로 해보고 싶은 컨텐츠는? 목표 구독자 수는 몇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컨텐츠는 아무래도 6개월 전 올린 첫 영상이다. 대중에 처음 공개하는 영상이자 내 이름을 건 채널에 올리는 첫 영상이라는 생각에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세정과 우리 브랜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라 회사와 임직원, 매장 점주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게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

앞으로는 ‘이라위크’에서만 볼 수 있는 차별화된 컨텐츠를 보여주고 싶다. CEO로서, 패션 전문가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감히 구독자 10만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MZ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WMC’와 ‘다이닛’을 론칭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요즘 젊은층은 어떤 포인트에 반응한다고 생각하나?

▷MZ세대는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한끗’이 다른 포인트에 열광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힙하다’고 표현하는 것 같다. 그래야 따라 입고 싶어 한다. 그렇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쌓으면 팬덤이 형성되고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더라. 이에 주목해 신규 브랜드는 팬덤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50년 뒤 세정은 어떤 회사이길 바라나?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며 K패션을 이끄는 기업이기를 바란다. 전세계 어딜 가도 모두가 세정을 알 수 있게 만드는 게 꿈이다. 좋은 제품으로 창립 100주년에도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 브랜드’라는 명성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세정그룹이 지난 14일 오픈한 첫 번째 큐레이션 쇼룸 ‘DAECHI 342(대치 342)’ 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세정빌딩 1층에 자리한 ‘DAECHI 342’에선 세정의 주요 브랜드들을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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