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목이 말라요!
작물에게 물을 줘야 할 때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가뭄에 취약한 포도 같은 덩굴식물을 경작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리투아니아 카우나스공대(KTU)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소속의 공동 연구진은 최근 작물에게 언제 물을 줘야 할지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KTU 공식 발표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기술의 핵심은 초음파다. 연구진은 대략 성인 손바닥 크기의 초음파 수·발신 장치를 개발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먼저 작물 잎을 향해 초음파를 쏜다. 그리고 잎에 맞고 돌아오는 초음파를 잡아낸다. 돌아온 초음파에 담긴 잎의 두께와 밀도 등을 분석해 작물이 어느 정도 수분을 머금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기존에도 작물의 수분 함량 상태를 측정할 방법은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정보를 얻으려면 잎을 전문 실험실에 보내야 했기 때문에 분석 결과를 받아드는 데 최소 수일이 걸렸다.
시시각각 변하는 가뭄 상황에 따라 작물에게 언제 물을 줘야 할지를 즉각 알아야 하는 농민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었다. 초음파를 사용하는 이번 연구진 기술을 쓰면 작물의 수분 함량 상태를 정확하게, 그리고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이 하필 현시점에 이 기술을 개발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가뭄을 겪는 경작지가 많은데, 이런 곳에서는 물 공급 시기를 정확히 간파하지 못해 흉작을 맞는 일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특히 덩굴식물이 문제다. 연구진은 “덩굴식물은 뿌리가 얕아 토양에서 물을 뽑아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며 “가뭄에 노출되면 수확량이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덩굴식물인 포도는 가뭄을 겪으면 단맛과 산도도 변한다. 포도로 만드는 식품, 대표적으로 와인의 맛이 떨어진다. 연구진은 “유럽 포도밭의 18%가 가뭄 위험에 처해 있다”며 “이번 기술이 물을 언제, 얼마나 줘야 하는지에 대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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