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의 나라 배워요"…한국-쿠바 재수교 속 한인 교육지원 사업 속도

YTN 2024. 10. 20.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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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제강점기 중미 쿠바로 이주한 한인들은 지독한 가난 속에서도 조국에 보낼 독립 자금을 마련하는 데는 누구보다 앞장서 왔습니다.

하지만 한인들은 체제가 달라 교류가 끊어지면서 오랜 시간 모국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채 살아올 수밖에 없었는데요.

우리나라 한 지역 교육청이 코로나 팬데믹 종료와 함께 쿠바 한인 후손들을 위해 언어와 문화 교육 지원 사업을 재개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정한나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올해 열여섯 살이 된 고등학생 야스민 씨.

지난 1920년대 선인장 에네켄 노동자로 쿠바로 이주해 살았던 한인의 후손입니다.

까마구웨이에 사는 야스민 씨가 최근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동차로 10시간 거리에 있는 수도 아바나에 왔습니다.

전라남도 교육청이 쿠바 한인 후손을 대상으로 진행한 교육 지원 사업에 합격했기 때문입니다.

[야스민 에레라 메히야 / 한인 후손 5세대 : 한인 후손이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쿠바 한인 후손으로 3년간 한국에서 공부하는 기회가 생겨 너무 자랑스럽고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쿠바 한인 후손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은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조를 기리고 그 후손을 지원하기 위해 2017년 시작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잠정 중단됐던 상황.

전남 교육청은 내년부터 3년 동안 한국어와 한국 문화 교육은 물론 간호 실습 등 직업 연수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김대중 / 전라남도교육청 교육감 : 쿠바는 대한민국으로부터 가장 먼 나라이기는 하지만 우리 쿠바의 우리 이민사회에 아픈 역사가 있습니다. 한인들께서 어려울 때 우리 독립을 위해서 독립운동 자금도 지원하고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에도 나오잖아요. 그런 후손들과 함께 그 정신도 기리고 그 우리 후손들의 앞으로의 교육을 같이 함께하기 위해서 시작하고….]

앞서 5년 전, 당시 교육생이던 멜리사 씨가 쿠바 한글학교에서 교사로 활동하는 등 성과를 거둔 만큼,

쿠바 한인 후손들은 교육 과정이 후손들의 한민족 정체성 유지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멜리사 리 / 한인 후손 4세 한글학교 교사 : 제 생각에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저처럼 한국에 가서 한국어도 배우고 각자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더 어린 후손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마르타 임 / 한인 후손 2세 : 전 항상 언어가 한 민족의 정체성에 핵심이란 것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전라남도 교육청이 먼 거리에 있는 쿠바까지 힘들게 와서 한국어와 한국역사를 배우고자 하는 학생에게 장학 혜택을 주는 것은 우리 후손들의 영혼을 살찌우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는 한국과 쿠바 두 나라 사이 정식 수교가 시작된 뜻깊은 해인 만큼 한국문화를 좋아하는 현지인 학생도 포함돼 의미를 더했습니다.

[로레나 이글레시아스 / 16세, 유학 예정 : 너무 믿기지 않습니다. 그간 오랫동안 준비하고 노력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정말 행복합니다. 제 인생에서, 학생으로서 정말 좋은 기회이자 새로운 문화를 배울 수 있고….]

[라쉘 모이 에르난데스 / 15세 고등학생 유학 대상자 : 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이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주신 신뢰에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현재 쿠바에 남은 한인 후손들은 약 천백 명.

오랜 시간 모국과 연결고리가 끊겨왔지만,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지켜 내려는 한인 후예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쿠바 아바나에서 YTN 월드 정한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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