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을 부러뜨린 방패…쉴드 유나이티드, FC스피어 4-1 격파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6만 4천여명의 팬 앞에서 방패가 창을 부러뜨렸다.
전설적인 수비수들로 구성된 쉴드 유나이티드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전드 공격수 집합' FC 스피어와의 2024 넥슨 아이콘스 매치에서 4-1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는 축구 게임 'FC 온라인'과 'FC 모바일'을 사용하는 유저들이 레전드 선수들의 '실사판 경기'를 그라운드에서 직접 눈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마련된 이벤트다.
특히 축구 게임 유저들이 한 번쯤 시도해봤을 '전원 공격수 vs 전원 수비수' 대결을 컨셉트로 전 세계 축구계를 흔든 전설적인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발롱도르 수상자만 6명이나 되는 '꿈의 대결'이었다.
공격수의 '창'을 상징하는 FC 스피어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 출신들로 포백(4-back) 라인을 구성한 독특한 4-2-3-1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불가리아 백작'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중앙 수비수 조합을 맞추고 좌우 풀백에는 티에리 앙리와 카를로스 테베스가 배치됐다.
히바우두와 카카의 '브라질 레전드 듀오'가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가운데 마루앙 펠라이니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최전방에는 델 피에로를 원톱 스트라이커로 좌우 날개에 에덴 아자르와 루이스 피구가 도사렸다.
'골 넣는 골키퍼' 김병지가 FC 스피어스의 수문장으로 나섰다.
이에 맞서 수비수로만 구성된 '방패' 쉴드 유나이티드는 3-4-3 포메이션으로 바탕으로 클라렌스 세이도르프를 최전방 공격수로 놓고 좌우 측면에 욘 아르네 리세와 야야 투레를 세웠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카를레스 푸욜이 좌우 윙백으로 나선 가운데 안드레아 피를로와 레안드로 보누치가 중원을 담당했다.
'철벽 스리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호흡을 맞춘 리오 퍼디낸드와 네먀냐 비디치에 파비오 칸나바로가 가세했고, 맨유의 레전드 골키퍼 에드윈 판데르 사르가 골키퍼를 맡았다.
게임 속에서나 구현할 수 있었던 전설적인 선수들의 '베스트 11' 조합에 관중석을 가득 채운 팬들은 선수들이 볼 터치를 할 때마다 큰 함성을 지르며 응원의 마음을 전했다.
현역 시절 능력치는 최상급이었지만, 어느새 훌쩍 40대를 넘긴 '레전드'들의 움직임은 축구 게임 '초심자'의 화면을 보는 듯했다.
평생 공격수의 움직임을 지켜봐 온 쉴드 유나이티드가 경기 초반부터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고, 전반 13분 '방패'가 먼저 '창'을 때렸다.
마스체라노의 찔러주기 패스를 받은 세이도르프가 페널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반대쪽의 야야 투레에게 볼을 넘겨줬고, 투레가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전반 21분에는 골키퍼 김병지가 전진한 것을 본 세이도르프가 오른쪽 중원에서 장거리 슈팅으로 추가 골을 터트려 팬들의 큰 박수를 끌어냈다.
조직적인 움직임에 능한 쉴드 유나이티드는 공세를 이어갔고, 전반 27분 마스체라노의 중거리포가 김병지의 몸을 날린 슈퍼세이브에 막혀 아쉬움을 자아냈다.
전반 중반이 지나면서 선수들 체력은 급격히 떨어졌고, 전반 28분 쉴드 유나이티드는 델 피에로를 빼고 '우크라이나 축구협회장' 안드리 세우첸코를 투입했다.
전반 30분에는 '41세' 야야 투레가 허벅지에 통증을 느껴 히카르두 카르발류와 교체돼 세월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전반을 2-0으로 마친 쉴드 유나이티드는 후반 6분 비디치 대신 '초롱이' 이영표를 투입했고, 이영표는 특유의 헛다리 짚기를 선보여 여전히 녹록지 않은 발밑 기술을 과시했다.
쉴드 유나이티드의 세 번째 득점은 후반에 교체로 들어온 박주호가 맡았다.
현역에서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박주호는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세이도르프가 내준 패스를 왼발 슈팅으로 골 맛을 보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FC 스피어는 후반 초반 베르바토프와 앙리를 빼고 '2002년 4강 영웅' 이천수와 안정환을 내보내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창의 몸부림에도 득점은 나오지 않았고, 오히려 쉴드 유나이티드는 후반 35분 세이도르프의 킬패스를 받은 마스체라노가 4번째 득점에 성공했다.
FC 스피어는 후반 40분 박지성을 투입했고, 박지성은 그라운드에 나오자마자 세우첸코가 유도해 놓은 페널티킥의 키커를 맡아 첫 볼 터치를 득점으로 만드는 '신공'을 완성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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