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온 오빠’가 김 여사 조롱? 대변인 게시글에 與 갑론을박

김혜란 대변인, SNS에 남편 “배나온 오빠”로 지칭하자
與일각 ‘명태균 카톡’ 연상 비판…추경호 “각별히 신중해야”
김혜란 대변인 “남편 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나” 반발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가 나눈 대화가 10월15일 명씨에 의해 공개돼 연일 파장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명태균 페이스북, 디자인=시사저널 양선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소셜미디어(SNS)에서 배우자를 '배나온 오빠'로 지칭한 것을 두고 여권 내 갑론을박이 이는 모습이다. 친윤(親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해당 발언이 명태균씨가 공개한 '김건희 여사 문자메시지'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혜란 대변인과 친한(親한동훈)계가 '악의적인 해석'이라며 반발, 논쟁이 계파 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김혜란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자신의 결혼 2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올렸다. 김 대변인은 이 글에서 배우자를 '오빠' 지칭하며, 괄호로 '이때 오빠는 우리 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라고 적었다.

김 대변인이 사인으로서 편하게 적은 글이었으나,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당 일각에선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에서 거론된 '오빠' 표현이 연상된다며, '김 여사를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원 게시판에서도 김 대변인을 비난하며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이 과정에서 김 대변인의 연락처가 공유되면서, 김 대변인에게 욕설이 섞인 '폭탄 문자'까지 쏟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논란이 이어지자 김 대변인은 SNS를 통해 사과 대신 '억울함'을 표했다. 그는 "'저희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나온 오빠'는 당연히 제 남편"이라며 "남편 외에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나"라고 되물었다. 나아가 그는 "제 가족사진을 포함하는 제 페북글에 악의적인 비방, 사실적시나 근거없는 명예훼손을 하여 그 캡처본을 인터넷에 널리 뿌리는 일도 일어났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김 대변인의 해명에도 논란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당원뿐 아니라 당 지도부까지 김 대변인의 게시글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하면서다. 유영하 의원은 페이스북에 "어떤 변명을 해도 대중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 행간의 숨은 뜻을 모를까 싶다"며 "집권당의 대변인이라는 무게가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 자숙을 촉구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원내, 원외 무관하게 우리 당의 인사들은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만큼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에 언행에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며 "당직 가진 인사들의 언행에 관해 국민들이 우려하는 모습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친한계는 김 대변인의 게시글을 비판하지 않고 있다. 되레 친윤계가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한 여당 관계자는 "무거운 정치 현안이 산적했는데 대변인의 결혼 기념 게시글이 왜 화두에 올라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일부 극성 당원들의 반발에 지도부가 편승해 논란을 키우는게 과연 옳은 처사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 이른바 '오빠 논란'이 확산하자, 민주당은 김 여사에 대한 '과잉 충성'이라며 비꼬았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0일 브리핑을 통해 "조선시대 홍길동이 호부호형하지 못하듯 이젠 김 여사 때문에 오빠를 오빠라고 부르지도 못하는가"라며 "'명품백도 아주 작은 파우치'라고 바꿔 부르고, 이젠 오빠도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걸 보니 지금 이 나라가 '김건희어'로 지배받는 김건희 제국이 맞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