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백지수표 거절한 ‘씨엘 아빠’ 이기진 교수, 결국 해냈다

문지연 기자 2024. 10. 20. 19: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 최초 성공
4년 전 화웨이 측 기술이전 제안 거절
물리학자 이기진 서강대 교수와 그의 딸이자 가수인 씨엘. /tvN D ENT 유튜브 영상

중국 화웨이의 백지수표를 거절한 일화로 화제를 모았던 물리학자 이기진(64) 서강대 교수의 근황이 화제다. 그룹 ‘투애니원’(2NE1) 리더 씨엘(33·본명 이채린)의 아버지로도 유명한 그는 최근 피를 뽑지 않고도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비채혈 혈당 측정 임상실험에 최초 성공했다.

20일 서강대 등에 따르면 최근 이 교수와 아르메니아공화국 출신 지라이르 연구원은 CCD 카메라를 이용한 동물 실험을 통해 비채혈 혈당 측정에 성공했다. 기존의 채혈 측정은 환자의 고통을 수반하고 위생적이지 않은 탓에 그간 의료계와 학계에서는 개선의 필요성이 꾸준히 언급 돼왔다. 그 대안으로 레이저·초음파·삼투압 등 다양한 방법이 제안됐지만 정확도나 재현성 문제로 현실화하진 못했다.

이 교수팀은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CCD 카메라 센서를 개발해 임상실험을 시도했다. CCD 카메라는 현재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이미지 센서다. 실험은 쥐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피를 뽑지 않고 혈당을 측정한 결과 정확도(MARD) 7.05%의 측정 신뢰도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강대 측은 “이번 실험을 통해 채혈 없이 이미지만으로 혈당 농도를 측정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와 연구팀은 ‘마이크로파 물리학’이라는 기존에 없던 분야를 만들어낼 정도로 마이크로파를 오랜 기간 분석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미 세계 최초로 CCD 카메라를 이용해 마이크로파 이미징 장치를 개발하기도 해, 앞서 201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바 있다.

특히 이 교수는 중국의 통신장비제조업체 화웨이로부터 백지수표를 제안받았으나 거절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그는 2021년 tvN 토크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당뇨 연구를 시작한 계기부터 중국 측 기술이전 제안을 받은 과정을 털어놨다.

당시 이 교수는 “거의 20년 전쯤 학회에 갔다가 어떤 나이 드신 분이 피를 뽑고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광경을 봤다”며 “그때 전 포도의 당분 측정 연구를 하고 있었다. 인간은 포도송이와 같다. 인체 90%는 물이니까. 마이크로파는 물과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과일 당도 측정 연구를 인간의 혈당 측정에 접목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을 보고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 중국에서 ‘돈은 마음대로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땐 연구비가 다 떨어진 상태였다”며 “하지만 세상에는 해야 할 일도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있는 거니까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 중국으로 간다면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고 연구한 결과가 저를 통해 날아가 버리니까.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과학자의 양심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방송에선 딸인 가수 씨엘이 등장해 아버지를 향한 애정과 존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씨엘이 연습생 시절 고등학교 자퇴를 선언하자 이를 흔쾌히 허락했다는 이 교수는 “‘왜’라고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 본인이 얼마나 오래 고민했겠나. 그때 ‘오케이.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답했다”고 했다.

씨엘은 “학교 다닐 시간을 내가 한 분야에 잘 쓰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해야 할 말이었고 아빠가 절대 ‘노’를 하시지 않을 걸 알았다. 한 번도 ‘안돼’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 없다”고 했다. 이어 “제게 아빠는 인간 이기진이다. 친구처럼 지냈고 내가 정말 솔직할 수 있는 존재”라며 “항상 한결같은 모습을, 본보기가 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