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객석, 거리는 무대…뉴욕의 밤은 잠들지 않는다

미국 뉴욕=이유진 기자 2024. 10. 2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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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을 불야성으로 2…야간관광이 살 길 <1> 뉴욕 ‘더라이드 버스’

- 여행객 버킷리스트 극장형 버스
- 75분간 맨해튼 미드타운 투어
- 랜드마크 돌며 배우들 쇼 만끽
- 화려한 도시 오감 즐거움 선사
- 자정 넘어도 타임스스퀘어 북적

밤이 되면 살아나는 도시. 해가 지고 도심 빽빽이 자리 잡은 고층건물에 하나둘씩 불빛이 켜지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는 도시. 바로 미국 뉴욕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맨해튼 도심에 자리 잡은 5개의 전망대, 자정이 넘어도 인파들로 활기를 띠는 타임스 스퀘어,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재즈바와 레스토랑들. 뉴욕의 밤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킬러 콘텐츠’까지 다양하다. 모두 경험하기 위해서는 일주일이 부족할 정도다.

미국 뉴욕의 대표 관광콘텐츠인 극장형 버스 ‘더라이드 퍼포먼스 투어버스’에 탑승한 관광객들이 거리 공연을 즐기고 있다. 미국 뉴욕=이유진 기자


▮거리는 공연장, 버스는 관람석

“뉴욕의 밤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더라이드 버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뉴욕에 오면 무조건 경험해야 하는 특별한 관광버스죠.”

뉴욕 중심지인 타임스 스퀘어 일대가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재즈바 등 건물의 대형 네온사인과 인파로 활기를 띠는 모습. 미국 뉴욕=이유진 기자


세계인의 야경 도시 뉴욕을 찾은 건 지난 8월 26일 여름이다. 당시 뉴욕의 일몰 시간은 오후 8시 정도였기에 매일 빨리 밤이 오길 기다렸다. 깜깜한 밤이 돼야 화려한 빛으로 물든 뉴욕의 진정한 야경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백미는 극장형 버스인 ‘더라이드 퍼포먼스 투어버스’ 체험이다. 뉴욕 관광객의 버킷리스트로 꼽히는 더라이드 버스는 75분간 맨해튼 미드타운을 돌며 코미디언의 익살스러운 진행과 창밖에 있는 배우들의 쇼를 만끽할 수 있는 관광콘텐츠다. 이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명했기에 2주 전 한국에서 인기 시간대인 오후 7시 45분 출발하는 막차를 예약했다.

더라이드 버스의 좌석은 일반 투어버스와 달리 측면 창을 향하도록 수평으로 배치돼 창밖에서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춤, 공연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었다. 버스 좌석이 한 자리도 남김없이 모두 채워지자 신나는 음악과 함께 진행자 2명의 활기 넘치는 환영 인사가 이어졌다. 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진행자를 따라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흥을 돋웠다. 버스가 탑승객들의 환호와 함께 처음 도착한 곳은 ‘뉴욕의 심장’으로 불리는 타임스 스퀘어였다. 광장 속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버스 앞으로 한 명의 배우가 깜짝 등장해 연기를 시작했고, 주변에 있던 관광객들은 버스 안 탑승객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버스가 브라이언트 파크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뉴욕 랜드마크를 지날 때마다 군중에 섞여 있던 래퍼 발레리나 등이 나타나 공연을 펼쳤다. 진행자는 “뉴요커들은 길에서 누가 춤을 추고 노래를 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거리 곳곳이 공연장이 되고 이 버스는 움직이는 관람석이다”며 호응을 유도했다. 탑승객들은 뉴욕의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거리 공연을 보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리듬을 타고, 이를 카메라에 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오감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실제로 더라이드 버스 탑승객 대부분은 관광객으로, 영어를 100% 알아듣지 못해도 공연을 보고 이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 더라이드 버스 직원인 레드 폴리앤드로(25) 씨는 “탑승객의 99%가 관광객이고, 이 중 20%는 비영어권에 해당하지만 버스는 항상 만차”라며 “뉴욕에서만 탈 수 있는 투어버스인 데다 단순한 관광에서 벗어나 탑승객이 진행자 연기자뿐만 아니라 다른 관광객과도 소통하면서 온전히 도시를 즐길 수 있어 언어와 상관없이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몰도바에서 온 재스민(23) 씨는 “어제 타임스 스퀘어를 걷다가 더라이드 버스에 있던 사람들이 손을 흔들며 신나게 투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엄마와 함께 왔다”며 “단순한 도시 야경 관람을 넘어서 탑승객이 공연에 참여하고 함께할 수 있어 많은 종류의 투어버스 중 더라이드를 선택했다. 잊지 못할 추억을 쌓은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밤이 되면 살아나는 뉴욕

어두워질수록 더욱 빛나는 곳. ‘뉴욕’하면 떠오르는 명소인 타임스 스퀘어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전 세계인이 모여드는 타임스 스퀘어는 낮에도 많은 인파로 북적였지만, 밤이 되자 본연의 모습을 되찾았다. 타임스 스퀘어 중심부에 서면 사방을 둘러싼 대형 네온사인을 마주하게 된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이 네온사인은 회색빛 건물로 가득한 거리를 화려하게 밝힌다. 관광객들은 넋이 나간 듯 네온사인을 구경하다가 카메라를 꺼내 형형색색으로 물든 뉴욕의 밤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긴다.

75분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더라이드 버스에서 내린 뒤 5분 정도 걷자 타임스 스퀘어가 나왔다. 타임스 스퀘어 광장 곳곳에서는 ‘인 뉴욕(In Newyork)~’ 구절로 유명한 가수 제이지의 노래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가 흘러나왔다. 거리는 각종 공연과 퍼레이드로 채워졌다. 이곳에서 만난 20대 콜롬비아 관광객은 “타임스 스퀘어는 많은 조명과 사람들로 이뤄진 곳인 것 같다. 모두가 활기차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며 “저녁을 먹은 뒤 이곳에서 유명한 재즈바를 방문해 진정한 뉴욕의 밤을 즐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 야간관광이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6시까지 진행되는 관광으로, ▷오후 6시~밤 9시 ▷밤 9시~자정 ▷자정~새벽 3시 ▷새벽 3시~오전 6시로 나뉜다. 이 중 핵심 야간관광 시간대로는 저녁식사 이후 야간경관 감상 및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밤 9시~자정’이 꼽힌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 주요 해외국가 야간관광 활성화   추진 현황 및 경제적 효과
영국 - 2017년 ‘런던야간위원회’ 설립- 2022년 영국 전체 야간경제 소비자 지출 1365억 파운드(244조 원)- 야간 고용인구 208만 명
미국뉴욕 -2017년 ‘야간관광 사무국 (Office of Nightlife)’ 개설-2019년 야간관광 경제효과 190억 달러(23조 원)-19만 명 고용창출 효과
일본 -2019년 일본관광청 ‘나이트 이코노미 (야간경제)’ 정의 발표-2020년 야간·이른 아침 시간 관광자원 육성에 예산 10억 엔(91억 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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