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맥주라는 자부심 심어야”…지역 스토리 빚는 양조장

강원 강릉=박호걸 기자 2024. 10. 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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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즘으로 RE:BUSAN <5>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 옛 지명 등 아이덴티티 활용
- “부산맥주도 고유성 담아내길”

강원도 강릉에는 특별한 지역 수제맥주 ‘버드나무 브루어리’가 있다. 강릉 마지막 양조공장에 터를 잡은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철저히 지역에 천착해 제품마다 스토리를 입혔다. 지역의 숨은 영웅을 찾아내고, 지역 내 농가에 위탁해 밀을 재배하기도 한다. 매장부터 제품제작·운영·마케팅까지 지역적 자산을 활용하지 않은 곳이 없다. 이 회사 이창호 대표는 “이 맥주가 로컬 맥주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부산 지역 맥주 브랜드에 조언한다.

강원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 마지막 양조공장을 리모델링하고, 지역성에 천착한 로컬 비즈니스를 앞세워 강릉시민과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국내외 관광객이 버드나무 브루어리 앞마당에서 맥주를 마시는 모습. 강원 강릉=박호걸 기자


버드나무 브루어리 이 대표는 고향이 강원도가 아니다. 대구 출신인 그는 서울에서 전통주에 관심을 가졌고, 당시 서울 이태원을 중심으로 미국식 수제맥주가 퍼져나가자 이를 지역에서 사업화하기로 마음먹었다. 창업을 결정하고 전국에서 오래된 건물을 수배했다. 그 결과 제주도에 있는 감귤 창고를 사기로 하고, 계약금 500만 원을 걸었다. 그러나 후에 강릉에 있는 옛 양조장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강릉은 일제강점기까지 양조장이 4곳이 있었으나 2014년 마지막 양조장이 폐업하면서 지역에서 술을 생산하는 시설이 사라졌다. 이런 건물의 스토리가 이 대표를 매료시켰다. 그는 “고민 끝에 이곳의 스토리를 사고 역사를 잇자고 마음 먹었다. 계약금을 버리고 강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2015년 9월 리모델링을 완료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철저히 지역적 자산을 활용했다. 강릉 시화인 백일홍, 강릉 옛 지명인 하슬라 등 매년 로컬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는 맥주를 10종 이상 개발했다. 개업 기념식에는 과거 이 양조장에 일했던 노동자를 초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역에 제대로 자리 잡아야 다른 곳에서도 팔린다. 그게 바로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버드나무 브루어리는 지역과 함께하는 이벤트도 꾸준히 진행한다. 매년 ‘우리 동네 히어로’를 뽑아 시민 영웅이 좋아하는 음식을 활용한 맥주를 제작해 판매한다. 수익금은 시민 영웅이 원하는 지역 시설에 기부한다. 5년간 누적 3000만 원이 넘는 돈을 기부했다. 매월 맥주를 선정하고, 맥주에 맞는 책 큐레이션 행사도 연다. 지역 서점에서 책들을 선정하고, 이 책들을 매장에서 판매 대행한다. 선정된 책을 매장에서 사면 맥주 1잔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지역 천착형 비즈니스는 결실을 봤다. 연간 매출이 35억~40억 원에 이른다. 2018년부터 병맥주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강릉 일대 편의점과 지역 명소에도 판매된다. 입소문이 나자 숙박업소와 음식점에도 연락이 와 납품하는 곳도 늘고 있다. 관광지에서 버드나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것을 넘어 강릉 시민이 찾는 내륙 지역 음식점에서도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염가경쟁과 대기업형 사업 확장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럴 경우 지역성을 잃어버려 망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도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자거나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익을 얻기 위해 대기업 방식을 따르는 순간 다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지역의 J 맥주 등은 염가경쟁과 대기업을 따라가려다 방향성을 잃어버렸다. 사업 확장을 위해 다른 지역에서 판매경쟁을 하고, 4캔에 1만 원 같은 묶음 상품으로 팔다가 로컬리티를 잃어버려 사달이 난 것”이라며 “우리 맥주는 편의점에서 병당 8000원에 팔아도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부산의 고릴라, 갈매기맥주도 결국 부산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내야 한다. 로컬 브랜드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부산이 대도시라 더 어렵겠지만 충분히 주변에 널려있는 지역적 자산을 활용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4년 KPF 디플로마-로컬 저널리즘 과정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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