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시장, 서울서 다시 꿈틀…지방 사업장은 잇단 유찰

박진우 2024. 10. 2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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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화되는 부동산 쏠림
(3)·끝 PF 사업장도 '극과 극'
서울역 역세권사업 2.1조 조달
서초 서리풀도 1.2조 브리지론
우량 사업장 위주로 자금 순환
부산 북항·인천 검암역 개발 등
지방에선 사업자 모집부터 난항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인근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는 CJ대한통운 본사와 삼성물산 소유 주차장이 있던 자리다. 시행사 시티코어는 이곳에 36층 프라임급 오피스를 짓기 위해 이달 초 1조615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자금 조달은 2주 만에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시티코어 관계자는 “주요 보험사와 공제회에서 투자 심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6200억원 규모 브리지론(토지비 대출) 차환에 두 달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180도 달라졌다.

서울 도심과 강남권을 중심으로 PF 우량 사업장에 다시 자금이 돌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 PF 정리 작업이 속도를 내는 시점에 정책금리가 내려가면서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수도권 외곽 지역이나 사업성이 낮은 현장은 금융회사의 깐깐한 리스크 관리에 공사가 잇따라 중단되는 등 PF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 도심·강남은 활기 찾아

20일 개발업계에 따르면 한화 계열사가 지분 100%를 보유한 서울역 북부역세권 사업은 최근 2조1050억원 규모의 본PF 조달에 성공했다. 서울역 북부 철도 유휴부지(2만9093㎡)에 지하 6층~지상 최고 39층, 5개 동, 연면적 35만㎡ 규모의 전시장·호텔·판매·업무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한화 계열사가 이곳 오피스에 입주할 예정이어서 수요 부족 우려를 덜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 9%에 달하던 이 사업장의 선순위 금리는 연 6%까지 내려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남권 최대 규모 개발 사업인 서초구 서리풀 복합 개발은 지난 6월 1조2000억원 규모 브리지론을 조달해 부지 소유권을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축구장 13개 크기의 부지(9만4070㎡)로 2019년 매입가는 1조600억원이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등 5개사가 시공사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수서역세권 개발 사업도 4420억원 규모의 본PF 조달을 마쳤다. 서울 지하철 3·5호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수서고속철도(SRT) 환승센터와 신세계백화점·병원·오피스를 함께 조성하는 사업이다.

개발업계에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금융당국의 PF 정상화 작업을 계기로 대형 우량 사업에 자금이 돌고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가 일회성이 아닐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부실 PF 정리 방향성이 분명해지면서 안정적인 PF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자기자본 40% 맞출 사업장 없어”

본PF 전환에 성공하는 것은 도심 중심 업무지구에 한정된 얘기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남권에서도 청담·논현·신사동 일대 고급 주택 사업은 위태롭다. 영동대로 인근 하이엔드 오피스텔 ‘청담501’은 브리지론 만기 연장을 거듭하다가 본PF 전환에 실패해 공매로 넘어갔다. 최저 분양가가 200억원에 달하는 고급 주택으로 기대를 모은 논현동 ‘포도 바이 펜디 까사’도 공매로 넘어갈 위기에 놓였다.

정부 사업도 차질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GTX-C노선 사업은 3조4000억원 규모 PF를 당초 상반기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연내에도 모집을 마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국민은행은 신용보증기금에 선순위 PF 1조원에 대한 추가 보증 지원을 받아 투자자와 후순위 PF 수익률을 높여줄 방침이다. GTX-B노선 역시 아직 PF가 완료되지 않았다. GTX의 PF 모집이 지체되면서 내년 착공을 목표로 하는 ‘대장홍대선’도 연내 PF 모집이 불투명하다.

광역시 프로젝트는 더 심각하다. 부산시 최대 개발 프로젝트인 북항 재개발은 PF 조달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민간사업자 모집부터 잇달아 유찰됐다. 결국 사업 방향을 바꾸기로 하고 용역을 발주했다.

인천 2호선 검암역 역세권을 개발하는 ‘검암 플라시아 복합 개발’ 사업은 PF 금리 상승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법인조차 설립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PF 조달은 서울 도심의 대형 사업장이나 입주 예정 기업이 탄탄한 곳에 한정된 얘기”라며 “브리지론 상태의 소규모 개발 사업은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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