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韓 아픈 역사 주목…“부마에서 힘 얻었다, 더 꿋꿋이 쓰겠다”

조봉권 기자 2024. 10. 2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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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

(사진설명 : 지난 18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4층 소강당에서 열린 제5회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와 내빈·동료·축하객이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꽃다발 든 5인이 수상자로 왼쪽부터 윤동수(소설) 오성인(기록문학) 윤해연(아동청소년문학) 이봄희(시) 김민선(신인문학상) 씨이다. 시상식에는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 황국명 심사위원(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요아킴 부산작가회의 회장, 국제신문 오상준 총괄본부장과 최현진 마케팅국장, 김장섭 부산시 문화예술지원팀장 등도 동참해 축하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제공)

# 기록문학·신인상 배출

- 해 거듭할수록 접수 작품 늘어
- 두 부문 첫 수상에 의미 더해

# 수상자들의 말말말

- “세계에 드문 항쟁문학상 감사”
- “용기 내어 더 쓰고 더 말하겠다”
- 부마정신 사유·계승에 한목소리

박상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이사장은 제5회 부마항쟁문학상의 문을 이렇게 열었다. “부마항쟁문학상은 예술문화를 통해 부마민주항쟁 정신을 깊이 사유하고 계승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얼마전 우리나라 현대사를 문학적으로 표현한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의 아픈 역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문학이 미치는 영향력과 전파력은 대단합니다.” 박 이사장은 인사말을 이렇게 이어갔다. “부마항쟁문학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접수 작품이 늘고 있으며 올해는 그간 수상자를 내지 못했던 기록문학과 신인문학상 부문에서도 수상자가 결정되었습니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과 국제신문이 공동 주최하고 부산시가 후원한 제5회 부마항쟁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8일 부산 연제구 국제신문 4층 소강당에서 열렸다. 이날은 마산과 부산의 시민·학생이 중심이 되어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고 빛내고 가꾼 1979년 부마민주항쟁을 기리는 날 가운데 하나인 10·18이었다.

▮오늘·여기 부마 정신

부마항쟁문학상은 독재 권력의 독재에 저항해 민주 가치를 지킨 부마항쟁의 정신을, 예술·문화의 힘과 아름다움을 바탕으로, ‘오늘-여기에서 우리가’ 잇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문학상 이다.

올해 제5회 부마항쟁문학상(국제신문 9월 27일 자 1면, 12면 보도)은 이런 관점에서 두 가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2022년 신설하고도 2년 연속 상의 주인을 찾지 못했던 기록문학 부문에서 처음으로 수상자가 나왔다. 오성인 시인이 산문집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첫 기록문학상 수상 주인공이 됐다. 르포르타주, 현장 기록, 개인 체험기, 회고 등을 포괄하는 기록문학 부문은 부마항쟁문학상이 표상하는 민주·인권·자유·평화 등의 가치를 시민이 좀 더 다채롭게 표현할 수 있는 장르인 점에서 중요성이 크다.

올해는 처음으로 신인문학상 수상자도 나왔다. 부산의 어린이·청소년 전문 서점인 ‘책과아이들’ 등을 통해 문학 활동에 들어선 김민선 씨가 산문 ‘우리는 바위다’로 주인공이 됐다.

부마항쟁문학상은 2020년 제1회 때부터 ‘기성 문인/신인 구분 없이’ 통합된 형태로 누구나 응모할 수 있는 형태를 취했다. 지난해부터는 ‘미등단 신인이 투고한 작품에 한해 통합 심사한 뒤 신인문학상을 수여할 수 있다’고 공고했다. 기성 문인과 겨뤘을 때 문학 역량이나 창작 여건, 경험 등 측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는 신인이 접근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 넓힌 셈이다. 부마 항쟁 정신의 고갱이를 새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고 현재·미래로 이어가려면 ‘신인의 등장’이 무척 소중해, 첫 신인상 수상자 탄생은 뜻깊다.

▮기록문학·신인 부문 마침내

시상식에는 박상도 이사장을 비롯해 정영배 사무처장 등 재단 관계자가 참석했다. 국제신문 오상준 총괄본부장, 최현진 마케팅국장 등 주요 인사가 자리했다. 황국명 요산김정한기념사업회 이사장(심사위원), 김요아킴 부산작가회의 회장, 최원준 최계락문학상재단 상임 이사와 부산과 경남 문학인, 부산시 관계자 등이 함께해 수상을 축하했다.

수상자에는 상패와 상금이 수여됐다. 상금은 소설 부문 윤동수 소설가(수상작 장편소설 ‘관 속에 누워 걷다’) 700만 원, 시 부문 이봄희 시인(수상작 시집 ‘이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500만 원, 아동·청소년문학 부문 윤해연 작가(수상작 장편청소년소설 ‘레인보우 내 인생’) 300만 원, 기록문학 부문 오성인 시인(수상작 산문집 ‘세상에 없는 사람’) 200만 원, 신인문학상 김민선 작가(수상작 단편아동문학 작품 ‘우리는 바위다’) 100만 원이다.

▮“힘을 얻어, 우리는 계속 쓸 것이다”

신인문학상을 받은 김민선 작가는 연단에 서서 수상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이 근처는 제게 마치 고향처럼 익숙하다. 국제신문 곁에 있는 동네책방 ‘책과아이들’에서 문학 활동을 했다. 지난해 아까운 나이로 타계한 강정아 당시 책과아이들 대표께 많이 배웠고 정말 고맙다. 학부모 단체 활동을 하며, 우리 공동체가 위태로울 때 그런 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고마웠다. 학교 선생님들도 그러한 분이다.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쓰겠다.”

기록문학상 수상자 오성인 시인은 1987년 광주에서 태어나 2013년 ‘시인수첩’에 시를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한강 작가의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을 통해 5·18, 4·3 같은 우리 역사의 상처·아픔·비극에 관심이 다시 모이는 일이 인상 깊다. 동시에 부산과 마산, 제주, 광주에서 있었던 그 아픈 역사에 잊을 만하면 가해지는 폭력은 안타깝고 아프다. 자유와 민주, 인권과 평화를 위해 일어선 1979년 부산과 마산, 1980년 광주, 1987년 6월 서울의 마음은 서로 다르지 않고 모두 이어져 있다.” 오 시인의 수상 소감이다. 그의 수상작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이 쓴 박달나무 방망이(충정봉)에 얽힌 가족사를 인상 깊게 풀어냈다.

윤해연 아동·청소년문학가의 수상 소감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상을 받은 ‘레인보우 내 인생’은 ‘다름’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너와 나, 곧 우리들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 속 차별, 우리 사회 속 폭력에 피해를 입는 이들은 실은 우리와 다름없는 이들이다. 바로 우리다. 이제 용기 내어 더 쓰고 더 말하는 작가가 되겠다. 부마가 그런 힘을 제게 줬다.” 그는 “심사위원분들이 제대로 뽑으셨다”고 말해 시상식장에 웃음꽃이 폈는데, 이런 장면은 든든하고 흐뭇했다.

이봄희 시인은 “제 수상 소식을 듣고 자기 소신이나 정치 의견이 부마항쟁이 놓인 역사 맥락과 다르면서도 진정으로 축하해준 친지도 있다. 그렇지 않은 반응 또한 있었다. 나는 더욱 꿋꿋이 쓸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 기록된 또 하나의 비극인 국민방위군 사건에 관한 인상 깊은 장편소설 ‘관 속에 누워 걷다’로 소설 부문 상을 받은 윤동수 소설가는 “세계에 드문 ‘항쟁문학상’을 제게 주신 뜻을 깊이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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