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年 5% 성장' 비상… 더 센 부양책이냐, 구조조정이냐 '기로'
中당국은 "안정 속 진전" 평가
시장선 "추가 부양책" 목소리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 당국이 '발등의 불'을 끄는 정도의 조치는 몰라도 대대적인 추가 경기 부양을 하지 않을 것이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상훈 베이징 사무소장)
중국 경제가 다시 시험대에 섰다. 경기 둔화세가 더 짙어지면서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딜레마가 커졌다.
20일 주요 외신과 중국 전문가들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5% 안팎' 달성 목표에 대한 적신호 속에, 시장과 경제주체들은 더 대대적인 추가 경기 부양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단순 경기부양보다는 '신질생산력'(질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생산력)을 위한 구조 조정과 산업 재편에 더 큰 방점을 두면서 일단 관망자세이다.
중국 당국 입장은 지난 18일 국가통계국 공식 발표에 잘 나와 있다. 국가통계국은 당시 "지난 3·4분기 경제 운영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가운데 진전이 있었다. 정책 효과가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면서 "최근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라고 자평했다. 현실을 미화하고 호도하기 위한 발언이라기 보다는 중국 당국의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이날 나온 3·4분기 국내총생산(GDP) 4.6% 성장률을 수용할 만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중국거시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20일 익명과 사견을 전제로, "안정 속에서 진전(성장)을 이룬다는 '온중구진'이란 대전제가 바뀐 것이 없다.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연말까지 대대적인 경기 부양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상훈 베이징 사무소장도 "시진핑 정부가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질적 성장을 중시하고 있고, GDP 5%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현재 추세를 양호하고 건전한 발전으로 규정하는 경향"이라고 전했다.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중국 정부의 시각도 마찬가지다. 18일 발표된 9월 부동산 가격(주요 70개 도시)도 지난달 보다 0.7%p 더 떨어지면서 2023년 6월부터 16개월 연속 가격 하락세를 보였다. 9월 주요 70개 도시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66개 도시의 신축 주택 가격이 전달에 비해 하락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선 도시'는 전월 대비 0.5%p 하락했다. 난징, 충칭 등 '2선 도시'는 0.7%p, 그 다음급 도시들은 각각 0.7%p 떨어졌다. 니훙 중국 주택도시농촌건설부장(장관)이 17일 부동산기업에 1조7700억위안(약 340조원)의 추가 지원을 포함해 연말까지 4조위안(약 767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자금난을 겪는 우량 기업의 프로젝트에 대해 선별 지원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부양이라기 보다는 급격한 하락을 막는 시장 안정 조치이다.
부채 청산, 부실 기업 파산 정리 등 건설 시장의 구조 조정은 진행해 나가겠다는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건설 시장의 구조조정이 앞으로 3년은 더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니홍 부장이 "조건에 부합하는 모든 부동산 프로젝트를 화이트리스트에 넣어야 한다"라고 밝힌 것도 선별 구제 입장이 확고한 탓이다. 중단된 프로젝트 재개, 도시 내 낙후지역 재개발 및 주택 개량사업 등을 통한 100만호 신축 등도 이같은 틀 안에서 진행된다. 황광명 한국은행 수석 대표는 "중국 정부가 소비심리 악화를 차단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됐으며 부동산 문제도 보다 심각하게 보게 됐다"면서 "재정 적자 확대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중국의 재정 여력이 나빠졌고,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통제 약화 및 무분별한 신규 인프라 투자 등을 우려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장은 오는 10월 말이나 11월 초 열릴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전인대 상무위)를 주목하고 있다. 이때 중국 정부가 신규 국채 발행 규모를 밝힐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줄기차게 2조 위안(약 380조원) 발행을 기대하고 있다.
jun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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