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잔했다" "왜 나만"… 걸리면 적반하장식 항의[죽음을 부르는 질주 음주운전]

김동규 2024. 10. 20.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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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은 가정을 무너뜨리고 자신을 망하게 하는 행위다.

수시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잇따른 음주운전 역시 한몫을 한다.

최 팀장은 "수치상으론 감소세를 보일지 몰라도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면 음주운전자가 꼭 한 명은 나온다"며 "음주운전은 운전자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의 목숨도 앗아가는 만큼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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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뿌리깊은 위험 불감증
음주운전 적발 작년 9만건
솜방망이 처벌에 재범 많아
자전거도 음주단속 대상
지난 19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리 먹자골목 인근에서 A씨가 서울 강북경찰서의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돼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사진=이동혁 기자

음주운전은 가정을 무너뜨리고 자신을 망하게 하는 행위다.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가정과 삶을 송두리째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 '반짝' 경각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또다시 금세 사그라진다. 이른바 '음주운전 위험 불감증'이다.

■줄지않는 음주운전

음주운전에 관대한 사회적 여론이 첫 번째 이유로 꼽힌다. '범죄'라기보다는 '어쩌다 운이 없게'라는 인식도 존재한다. 단속 구간과 시간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끌고, 적발됐을 때 형량을 줄이는 '꼼수' 노하우도 버젓이 인터넷에 공유되는 세상이다. 수시로 사회면을 장식하는 공인이나 유명인의 잇따른 음주운전 역시 한몫을 한다.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됐지만 미국·일본·중국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있다.

20일 경찰청에 따르면 면허취소에 해당하는 음주운전 적발은 2019년 8만3914건에서 2022년 9만4316건으로 3년 만에 12.5% 증가했다. 지난해에도 9만895건을 기록하는 등 만취운전이 지속되는 추세다.

■'재수가 없어 나만 걸렸다'

"딱 200m밖에 차 안 몰았어요. 근처 마사지센터에서 술 깨고 가려 했다니깐요." 지난 1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북구 수유리 먹자골목에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린 A씨는 이같이 목소리를 높였다. 음주측정기에 찍힌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2%.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억울하다는 것이다. 음주운전을 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쉬기 위해' 다른 가게로 이동하려고 했다고 A씨는 항변했다.

경찰 음주단속에 동행한 현장은 이처럼 '위험 불감증'이 팽배한 모습이었다. 단속에 걸려도 반성 대신 '운 나쁘게' 걸렸다며 아쉬움을 내비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부 운전자는 자신의 결백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경찰관에게 소리를 지르는 등 단속에 항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우성 교통과 교통안전2팀장은 "단속당하신 분들이 대개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며 "재수가 없어 나만 걸렸다는 식의 하소연에 일일이 대응하기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무인 공공자전거 대여서비스인 '따릉이'를 타고 가던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9%로 차량 운전자였다면 면허취소 처분을 받고도 남았을 수준이다. 그러나 B씨는 2만원짜리 범칙금 고지서만 받고 집에 귀가했다.

B씨는 "자전거도 음주단속 대상에 포함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죄를 지은 것 잘못이나 해당 문제가 사전 고지됐다면 미리 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음주운전 사고건수는 1만3042건이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의 1만5708건보다 16.97%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일선 경찰관들은 음주운전 감소세를 체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수치상으론 감소세를 보일지 몰라도 음주운전 단속을 벌이면 음주운전자가 꼭 한 명은 나온다"며 "음주운전은 운전자 자신의 목숨뿐만 아니라 다른 운전자의 목숨도 앗아가는 만큼 해서는 안 될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는 "처음으로 단속에 걸린 경우 음주운전이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몰랐다고 보더라도 두 번째부터는 알면서도 하는 것"이라며 "재범은 엄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이동혁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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