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가 쏘아 올린 '정년 연장'

곽용희/이호기 2024. 10. 2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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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직 2300명 최대 65세로

2300명에 달하는 행정안전부 소속 공무직 근로자의 정년이 현행 60세에서 최대 65세로 연장된다. 기능과 직종에 상관없이 정부 부처 공무직 정년이 늘어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정 정년을 채운 뒤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이 공공 부문부터 본격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행안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을 지난 14일부터 시행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개정 규정에 따라 행안부 공무직은 기존 60세 정년을 맞은 해에 연장 신청을 하면 별도 심사를 거쳐 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은 64세, 1969년생부터는 65세로 정년이 늘어난다. 지난 9월 행안부와 공무직 간 체결한 단체협약을 반영한 내용이다.

공무직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민간 무기계약직 근로자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과정에서 생겨난 직종으로 시설관리, 경비, 미화 등의 업무를 맡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무직 전환 전 용역직원 정년이 65세인 것을 승계하면서 신규 채용된 60세 정년의 공무직과 갈등이 있었다”며 “국민연금 수급 연령이 늦춰지는 것도 고려해 정년을 연장했다”고 말했다.

 공공부문 '계속고용' 포문 열었다…국민연금 수령에 맞춰 65세로 연장
고용부담 작은 공무직부터 도입…육아시간·돌봄휴가 등 대폭 확대

행정안전부가 이달부터 개정해 시행하고 있는 ‘행안부 공무직 등에 관한 운영 규정’은 공무직의 정년 일괄 연장 외에 근로조건을 향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5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공무직은 자녀를 돌보기 위해 사용 기간 24개월 안에 하루 최대 2시간의 ‘육아시간’을 쓸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용 기간이 36개월로 늘고 대상 자녀의 연령도 8세 이하, 초등학교 2학년 이하로 확대된다.

가족돌봄휴가도 공무원과 동일하게 자녀가 세 명 이상일 때는 자녀 수에 1을 더한 일수까지 유급으로 한다. 이전까지는 자녀가 한 명이면 연간 2일, 두 명 이상이면 3일까지 유급으로 주어졌다. 병가도 기존에는 30일 유급, 나머지 30일 무급에서 나머지 30일에도 통상임금의 70%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와 노동계 안팎에선 행안부가 이번에 공무직 근로자 정년을 연장한 것의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산하 기초지방자치단체 등 일부 지자체는 정년을 이미 65세로 연장했다. 몇몇 중앙 부처도 청소업 등 일부 업종에 한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해 운용 중이다. 하지만 정부의 인력 관리를 담당하는 행안부가 전체 공무직 정년을 연장함에 따라 정부 차원의 계속고용이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그간 공무직 정년은 부처별 상황에 따라 운영 규정을 통해 개별 관리해 왔다”며 “전체 부처 인력 운용을 담당하는 행안부가 정년을 연장하면 다른 부처 공무직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연쇄적으로 정년연장 시행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번 행안부 조치가 공공 및 민간 부문의 계속고용 도입을 위한 일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일각에선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정 정년 연장을 포함하는 계속고용이 확산하면 청년층 일자리 뺏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심화에 따른 노동력 공급 부족을 해결하고 퇴직 후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는 ‘소득 크레바스’를 방지하기 위해 계속고용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63세인 국민연금 수령 개시 연령은 2028년에는 64세, 2033년엔 65세로 조정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공무직 일괄 정년 연장은 국민연금 수급 시기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계속고용 로드맵을 올해 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노사도 계속고용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연공급·호봉제 중심인 현행 임금체계 개편을 병행해야 한다는 경영계와 임금 손실을 반대하는 노동계가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 쉽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사노위의 노사정 간 사회적 타협 내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곽용희/이호기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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