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우승 조우영 "선의의 경쟁자 유빈이한테 고맙죠"

권훈 2024. 10. 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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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하게 웃는 조우영. [K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양양=연합뉴스) 권훈 기자 = 20일 강원도 양양군 설해원 더 레전드 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더 채리티 클래식에서 우승한 조우영은 KPGA투어 상금,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평균타수 1위를 달리는 장유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둘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하고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나란히 KPGA투어에 데뷔했다.

둘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앞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프로 무대 우승을 따내는 묘한 인연을 연출했다.

지난해 3월 장유빈이 KPGA 스릭슨 투어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하자 2차전에서 조우영이 우승했다.

스릭슨 투어에서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 2명이 차례로 우승하는 진기록이 수립됐다.

조우영은 스릭슨 투어 2차전에서 우승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KPGA투어 골프존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KPGA투어에서 10년 만에 나온 아마추어 선수 우승이었다.

이에 뒤질세라 장유빈은 지난해 8월 KPGA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했다.

KPGA투어 안팎에서는 "장유빈이 우승하면 곧 조우영이 우승하고 조우영이 우승하면 곧 장유빈이 우승한다"는 말이 돌았다.

우승 트로피를 든 조우영. [KPG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둘이 본격적인 프로 선수로 뛴 이번 시즌 동안 장유빈은 펄펄 날아다녔다면 조우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장유빈은 더 채리티 클래식 전까지 17개 대회에서 우승 두 번을 포함해 10번이나 톱10에 진입하며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1위 등 전관왕을 노릴 만큼 눈부신 성적을 냈다.

반면 조우영은 데상트 코리아 매치 플레이 준우승 말고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조우영은 "(장)유빈이가 상승세를 달릴 나는 하락세였다. 속상했다"고 털어놓고선 "유빈이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이날 더 채리티 클래식에서 조우영이 우승을 확정하는 순간 맨 먼저 축하해준 선수도 장유빈이었다.

장유빈은 조우영에게 "드디어 했네!"라면서 조우영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조우영은 "유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선의의 경쟁자"라면서 "유빈의 축하에 지난날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우승도 장유빈의 도움이 적지 않았다.

조우영은 "유빈이가 추천한 퍼터로 바꾼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부터 성적이 나오기 시작해 우승까지 이어졌다. 여러 가지 조언도 많이 해줬다"면서 "유빈이가 농담으로 상금의 몇퍼센트를 내놓으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조우영은 그동안 침체에서 벗어난 원동력으로 '자문'을 꼽았다.

"자신에게 질문을 많이 했다"는 조우영은 "골프가 왜 싫지, 쫓기는 느낌으로 치지 않냐고 나한테 계속 질문했다"고 설명했다.

답은 "이성적으로, 냉철하게 경기하자"였다.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8언더파의 맹타를 친 비결도 '셀프 토킹'을 꼽았다.

"선두권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실수가 잦았던 걸 알고 있기에 후반에 선두권에 오르면서 '우영아, 너는 할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는 조우영은 "스스로 고안한 방법인데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조우영은 이번 대회가 KPGA투어 48번째 출전이지만 프로 신분으로는 22번째 경기다.

"아직 어리다. 그동안은 시행착오의 과정"이라는 조우영은 "조우영 프로로서 1승 했으니 2승, 3승까지 하도록 달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 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KPGA투어 선수 30명에 포함된 조우영은 "내 실력을 테스트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회 취지에 공감해 우승 상금의 30%를 소아 환우 치료비로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대회 주최사인 동아쏘시오그룹이 상금과는 별도로 10억원을 기부하고 선수들은 상금 10%를 내놓기로 했는데, 조우영은 20%를 더 내기로 한 것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이 해마다 주최하는 박카스배 아마추어 대회에서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2015년 우승했던 조우영은 "내 기부가 밀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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