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한국해운은 원양해군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이 일단락하면서 하락하던 해상운임이 지난해 발생한 홍해사태로 다시 흔들리고 있다.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통항 상선을 공격하면서 지난해 말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선박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생산과 소비가 글로벌 공급 사슬로 연계된 오늘날 세계 해상물동량의 20% 이상이 지나가는 수에즈운하 입구에 해당하는 홍해의 자유로운 통항이 무장세력에 의해 방해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주요 선박 통항로에 해당하는 홍해 입구, 호르무즈해협, 수에즈운하, 말레이싱가포르해협, 파나마운하, 지브롤터해협, 대만해협 등은 사소한 분쟁이 발생할지라도 방아쇠만 당기면 총알이 발사되는, 언제든지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글로벌 초크 포인트(Global Choke Point)로 불린다.
무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60%가 넘고 수출입 화물의 99%를 해상운송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초크포인트에서 자유로운 선박통행이 방해받게 되면 치명적인 문제로 이어진다. 석유 석탄 그리고 천연가스의 수입이 방해받고, 자동차 전자 철강제품과 같은 수출품의 운송이 막히면 우리 경제는 질식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홍해 사태에도 불구하고 자국 깃발을 단 상선이 후티반군의 방해를 받지 않고 유유히 홍해를 자유롭게 항해하는 국가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후티 반군의 공격이 급증한 이후에도 중국 소유 선박이 심각한 피해를 본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물론 정치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중국 선박의 피해가 전혀 없는 배경 중 하나로는 중국의 원양해군이 있다. 중국은 2017년 지부티에 400명이 이상의 병력이 상주하는 독자적인 해군기지를 조성하고 함정이나 헬기의 유지보수시설, 소규모 해병 및 특수병력 주둔지로 활용하면서 소말리아 해적뿐만 아니라 홍해와 아덴만을 통과하는 자국 상선을 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국가의 선박들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우회하고 있음에도 중국 선박은 자유롭게 홍해를 지나 수에즈운하를 통과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 상선들은 전쟁보험료에서 중국 소유의 상선들은 홍해를 항해할 때 보험에 대해 엄청난 할인을 받고 있다.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전쟁보험료는 50%이상 인상되었지만 중국 상선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1억 달러의 선체와 상품일 경우, 중국 선박은 1회 통항에 15만 달러에서 40만 달러를 절감하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을 항해하는 컨테이너 연간 10회 왕복하는 것을 가정할 경우, 그 차이는 300만 달러에서 800만 달러로 크다.
글로벌초크포인트에서 발생하는 유사 사태에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에 국제사회와 우방국들과 협력하여 대응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기에 우리 상선이 통항하는 해상교통로가 무장집단에 의해 방해를 받을 때 우리는 이를 막아야만 하고 이를 위한 최소한의 원양 해군력을 가져야만 한다. 삼호주얼리호 사태는 원양해군이 왜 필요한지 전국민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우리 해군력은 세계 6위의 해운, 세계 2위의 조선, 세계 10위의 무역이라는 세계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하는 비중에 비하여 비무장상선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가 국제 무역과 해운조선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맞게 최소한의 해군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원양에서 충분한 작전 능력을 갖춘 우리의 원양해군이 우리 상선을 보호하게 될 때, 우리 선박은 안심하고 해당수역을 통항할 수 있게 될 것이며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 원양에서 다국적군과의 협력은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을 높이고 자주국방뿐만 아니라 K-방산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해군은 해양수산부, 해운조선업계와 손잡고 국방부와 재정당국, 나아가 국회와 최고통치권자를 설득하고 대국민홍보활동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