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배민아! 널 걱정하며

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2024. 10.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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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미스터동 대표

배민(배달의민족)은 압도적 1위 주자입니다. 배달 앱 점유율이 약 60%를 차지합니다. 배달 앱 시장의 선두 효과와 재미난 B급 감성 마케팅이 오늘날의 위치 달성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산업의 연결고리에서 수수료를 챙기며, 비용 상승을 일으키는 비즈니스 구조가 호감일 수 없습니다. 더욱이 편의는 비용과 연결됩니다. 최근, 미국 사회에서는 작은 호의가 팁으로 연결될까 봐 노심초사한다고 합니다. 직원이 나의 가방이라도 들어주려고 하면 재빨리 ‘노 땡스’를 외친다고 하죠. 하물며 호의가 아닌 정식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당연합니다. 더군다나 배민은 우리나라에 배달 문화를 빠르게 정착하게끔 했습니다. 홀 영업만 하던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소비자는 더 이상 두꺼운 책자와 쿠폰집을 보관하지 않아도 되고요.

그래서 배민은 억울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에 수수료율을 올렸다고 한들, 치고 올라오는 쿠팡이츠 수수료율과 이제야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그동안 오히려 낮은 수수료율을 책정했는데, 이걸 몰라주는 사람이 미울 수도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배민이 없어진다고 해서 배달 및 음식 비용이 저렴해질 것 같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쿠팡이츠 혹은 요기요를 사용할 테니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가게가 직고용한 배달원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비싸진 인건비를 고려하면, 오히려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 배달 앱 활용이 훨씬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가게 사장님은 길거리에서 전단을 뿌리며 각자도생의 살얼음판으로 나서지 않아도 되죠.

게다가 지자체마다 자체 공공 배달 앱을 내놓았지만, 큰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부문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생존 싸움을 하는 민간 부문을 이겨내긴 힘듭니다. 디자인과 마케팅, 서비스 개선 등의 영역에서 애초에 경쟁이 안 됩니다. 덕분에 배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 4115억 원, 영업이익 6998억 원이나 냈습니다. 역대급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0.5%로 삼성전자(2.5%)와 현대자동차(9.3%)보다 높은 수치를 기록했죠.

이쯤 생각해 보니, 최근에 마지못해(?) 내놓은 배민의 상생 방안이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와닿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합니다. 물이 들어왔을 때 열심히 노를 저어야 합니다. 배짱 장사를 한다고 해서 당장의 위기가 찾아오리라 생각되지도 않죠. 게다가 배민 창업자가 떠나간 뒤, 새로운 투자자가 들어온 만큼 ‘투자한 가치를 뽑아내기 위한 일환’은 어쩔 수 없어 보입니다. 기업은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집단이고, 할 수만 있다면 마른 걸레에서도 물이 나오게끔 쥐어짜야 하죠.(그러면 안 되지만).

이러한 배민을 두고 ‘수수료를 내려라’고 무작정 말하는 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습니다. 배민이 양보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선의’에 불과하니까요.

하지만 배민은 알아야 합니다. 한때 방귀 좀 뀌던 인텔과 도시바가 ‘뭘 못해서’ 지금의 위기를 맞은 게 아닙니다. 변화하는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뿐이죠. 잘하던 것을 계속 잘했는데, 시장이 금세 바뀌면서 외면받은 겁니다. 시장은 IT 시대를 활짝 열게 한 반도체 왕좌 인텔을 예우해야 한다며 인텔의 반도체 칩만을 고집하지 않았죠. 하물며 배달 앱은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하지 않고 대체재가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언제라도 소비자가 돌아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습니다.

이때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때리기’에 적극 나섰습니다. 기업이 언론 및 대관업무에 적극 나선다고 하지만 지금의 융단폭격을 막기 쉽지 않습니다. 배민의 아성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건 저뿐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단단한 것도 금이 가기 시작하면 완전히 아물게 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금이 가는 소리는 절규에 가깝습니다. 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죠.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소비자에겐 편의성을 가져다준 배민의 옛정이 있기에, 신음하는 자영업자를 위해 수수료를 낮춰야 한다는 선의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성을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지 고민케 합니다. 언제나 폭풍이 오기 전에 바람의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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