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51> 신난다 신명난다 신바람난다 ; 신(申)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24. 10. 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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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風)은 바람, 천(天)은 하늘, 지(地)는 땅, 인(人)은 사람, 해(海)는 바다, 산(山)은 뫼, 수(水)는 물, 화(火)는 불. 이런 식으로 한자어와 우리말은 1 : 1 대응이 가능하다.

그의 저서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에 의하면 신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태양인 해와 관계있다.

늘 항상 언제나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해처럼 신비로운 숭배의 대상이 되기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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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風)은 바람, 천(天)은 하늘, 지(地)는 땅, 인(人)은 사람, 해(海)는 바다, 산(山)은 뫼, 수(水)는 물, 화(火)는 불…. 이런 식으로 한자어와 우리말은 1 : 1 대응이 가능하다.

남녀 음양의 성적 결합을 뜻하는 신이라는 글자의 변천.


그런데 한자어 신(神)은 우리말로? 천주교에선 하느님, 개신교에선 하나님이다. 우리 애국가에선 하느님이다. 하늘님의 변형인 듯하다. 하느님이든 하나님이든 하늘님이든 하나의 낱말은 아니다. 접미어 ‘님’이 붙은 복합어다. 風 天 地 人 海 山 水 火 등과 달리 神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딱 하나로 정리가 안된다. 그렇다면 우리 먼 조상들은 神에 해당하는 존재를 순우리말로 뭐라고 불렀을까?

이런 질문을 가장 먼저 던진 선각자가 김양동 교수다. 그의 저서 ‘한국 고대문화 원형의 상징과 해석’에 의하면 신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태양인 해와 관계있다. 늘 항상 언제나 아침이면 뜨고 저녁이면 지는 해처럼 신비로운 숭배의 대상이 되기 딱이다. 그 해가 비추는 살인 햇살에서 살이 바로 신이라는데…. 책에서 논의는 복잡해도 간단히 요약하자면 그렇다. 우리 고대문화에서 신(神)의 순우리말은 살이란다. 신석기 시대 때 해의 빛살을 신으로 여기며 토기에 그려 넣은 것이 빛살무늬토기란다. 당시 고대인들에게 머리 빗이 없었을 테니 빗살무늬토기가 아니라 빛살무늬토기라는데…. 나는 무릎을 탁 쳤다. 학계에서 공인된 학설은 아니라지만 언젠가 역사 교과서에서 빗살무늬토기를 빛살무늬토기라고 수정하면 좋겠다.

빛살무늬토기에서 고대인들이 신으로 여기며 그려 넣은 빛살은 직선이다. 구름 사이로 햇살이 내리쬐는 모양을 보면 빛살의 모양은 직선이다. │으로 형상화되는 그 직선은 양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양기가 음기를 지닌 臼 속으로 들어간 모양을 나타낸 것이 신(申)이라는데…. 즉 남근이 여음에 삽입되어 결합한 형태를 글자로 나타낸 것이 申이라는 한자란다. 지금 우리가 쓰는 신(神)이라는 한자는 申 왼편에 부수로 시(示)를 넣은 것이지만 원래 신을 뜻하는 최초의 한자는 申이었단다. 그렇다면 이 신은 남녀가 성적으로 결합하는 생식 행위를 적나라하게 노골적으로 그린 글자라는 뜻이다. 숭고한 신에 대한 모독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일리 있다. 신박하다.

동물들은 세 가지에만 관심 있다. 먹는 일, 영역 지키는 일, 짝짓는 일. 이 셋 중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과업은 짝짓기다. 후세를 잇기 위한 행위이기에. 만물의 영장인 사람한테도 짝짓는 일은 역시 과연 가장 중요하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아홉열.” 16자 천부경도 남녀가 하나를 이루며 자식을 낳고 산다는 내용이다. 남녀가 짝을 지어 은밀히 몸을 하나로 합쳐 교접하니 가장 저속한 것처럼 보여도 짝짓기는 종족 번식을 위한 가장 숭고한 의식이다.


이를 나타낸 글자가 신(申)이란다. 사실 남녀의 정욕이 발하여 결합하는 생식 행위처럼 신나는 일은 없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신명 나는 일이며 제일 신바람 나는 일이다. 극적 쾌락이 있다. 카마수트라는 이를 위한 노골적 경전이다. 수상하게 여겨지는 밀교에서도 남녀의 성적 합일은 접신(接神)의 방편이다. 서로의 씨(DNA)를 합쳐서 종족 번식의 본능적이면서 궁극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숭고한 행위이다. 그런 숭고함이 바로 신이라는데? 그럴듯하다. 서양의 신(God)과는 관점과 차원이 다른 동양의 신(神)이다. 올바른 정설(正說)이나 정해진 정설(定說)은 아니어도 터무니없는 낭설은 아니겠다. 그럼직한 일설이다. 왠지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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