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동훈의 위험한 생각] 국회의원의 문해력(文解力)

파이낸셜뉴스 2024. 10. 2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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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문해력 낙제점
아이들이 배울까 두려워
말과 글 어려운줄 알아야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우리 국회의원들의 평균 문해력은 낙제점이다. 아이들이 국정감사와 청문회를 보고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대화의 방식을 배울까 겁이 난다. 그래서 국회방송의 중계, 방송 뉴스와 유튜브가 실어 나르는 국회 보도를 가급적 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강의실에서 얘기한다.

문해력은 읽고 쓰는 능력이다. 즉 사물을 언어적으로 이해해 받아들이고 또한 이를 표현하는 능력이다. 16세기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 발명은 문자 중심 문해력 확장의 획기적인 계기였다. 보편적 학교 교육이 확대되고 서지의 대량 보급이 이루어지면서 문자 언어는 인류의 보편적인 커뮤니케이션 매개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래서 읽고 쓰는, 혹은 말하는 능력은 모든 이성적 사회 행위의 중요한 존립 기반이 되었다.

문해력의 첫 번째 요건은 사물을 지칭하는 언어의 '보편적 의미'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있다. 지난 국회에서의 '이모(李某)'와 '이모(姨母)'의 에피소드는 대표적 표음문자인 우리 언어의 특성상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오류이기는 하지만, 엄중한 국회 청문회에서 국회의원이 한 이야기라고는 믿기 힘들다. 혹간에는 이 정도면 애교라고도 하고, 국민 언어교육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도 한다. 어쨌든 기초 문해력 관점에서 낙제점 사례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문해력의 두 번째 요건은 언어의 '보편적 적용'의 문제다. 사물에 대한 적절한 비유적·은유적 표현은 언어에 생명을 부여한다. 그래서 더욱 사물의 보편적 핵심을 보다 정확하면서도 함축적으로 이해하게 한다. 그러나 비유와 은유의 부적절한 적용은 곡해를 낳고 나아가 엄청난 갈등과 상처를 남긴다. 최근 한 국회의원의 원로 국악인의 무료 공연을 '기생집 공연 상납'이라고 표현한 비유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앞으로도 최악의 문해력 답안지 사례로 자주 인용될 것 같다.

문해력의 마지막 요건은 사물을 둘러싼 '보편적 상황'에 대한 적절한 이해와 표현이다. 글을 읽을 때도, 일상의 사회생활에서도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면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삶의 지혜의 문제다. 그래서 학교의 문해력 학습은 국어 시간뿐 아니라 사회 교과와 일상의 생활습관 영역에서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 환노위 출석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뉴진스의 하니와 사진 한 장 찍자고 몰려든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국민 아이돌에 대한 열광적인 팬심의 순수한 발산이라고 이해하기는 매우 힘들다. 하니가 왜 국회에 왔으며, 무엇이 지금 국정에서 중요한 핵심인가 하는 상황을 완전히 망각했다. 그래서 또 하나의 문해력 낙제 점수 사례로 기억되어야 할 것 같다.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와 청문회에서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만 한다. 이 점에서는 여당과 야당 의원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 주어진 3분은 자신의 시간이니 증인과 참고인은 입 닥치고 듣기만 하라고 겁박한다. 대답은 '예' '아니오'로만 하라고 한다. 그 3분이 정말 자신의 시간인가. 이것이 청문(聽聞)의 정신인가. 세상의 모든 일이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만큼 그렇게 단순한가. 이들이 원하는 것이 교시인가 대화인가.

우리 국회의원들이 과연 자신의 소중한 3분 동안 사물을 정확히 읽고, 이해하고, 표현할 준비를 충실히 마치고 출근하는지 묻고 싶다. 스스로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국민과 국정에 대한 문해력 점수는 몇 점이라고 보는가. 국회의원들의 문해력에 대한 국민의 심각한 문제 제기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었다. 필자는 문학평론가가 아닌 독자의 시각에서, 한강의 노벨상 수상을 견고한 근대 역사와 사회구조의 모순에 온몸으로 부딪히며 절규하는 치열한 인간 정신을 뼈를 깎는 노력으로 섬세하게 묘사해 낸 작가 정신의 성취라고 본다. 단어 하나하나에서, 문장 하나하나에서 작가가 혼신의 노력을 한 흔적이 선명하게 보인다. 글은 어렵게 쓰는 것이고, 말도 어렵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국회의원들이 먼저 배워야 할 문해력의 기본이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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