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때 15분 음악회도 좋아” 일상에 스며드는 문화실험

김미주 기자 2024. 10. 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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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참여예술 시대 <7> 한성1918의 ‘한성일상’

- 한성1918-부산생활문화센터
- 참여형 문화예술프로그램 눈길

- 점심시간 활용한 15분 콘서트
- 직장인들 삼삼오오 몰려 힐링
- 커피·낭독과 연극 등 클래스
- 취미공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

- SNS서 화제돼 시민 관심 증가
- 애초 5개월 한시운영으로 시작
- 일관성·지속성 담보하기 어려워

“예술·문화가 일상에 스미고, 일상이 문화·예술이 되게 해보는 시도.”

한성1918-부산생활문화센터(부산 중구 동광동)에서 펼쳐진 참여형 문화예술프로그램 ‘한성일상’이 일상에서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무려 5개월에 걸쳐 6000여 명의 발길을 끌어 화제다. 세대와 경계를 넘어 문화예술로 소통하며, 일상에 스민 예술이 사람을 잇고 공동체 활동과 유대감의 바탕을 놓는 시도를 감행했다.

주제와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는 판을 도심에 깔자 세대 간 소통까지 추구한 점, 부담 없이 문화·예술 취향을 찾고 취미생활을 풍성하게 가꾸도록 돕는 점에서 이번 5개월 문화 장정은 가능성을 보인다. 이 또한 사회참여예술의 한 갈래로 다가왔다.

첼리스트 우리라와 클래식 기타리스트 김경태가 최근 부산 중구 동광동 부산생활문화센터 한성1918의 1층 한성라운지에서 한성일상 프로그램의 하나인 15분 콘서트에 참여해 연주하고 있다.


▮점심시간 ‘15분 콘서트’ 호응

‘한성일상’은 일상에서도 예술과 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의 문화 향유를 확산하기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소규모 공연과 워크숍·강연을 통해 문화예술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활동이란 점을 강조했다. 한성1918-부산생활문화센터가 중구 원도심에 개관한 2018년 ‘한성1918 일상’이란 일회성 행사로 첫선을 보인 뒤 2022년부터 ‘한성일상’이라는 이름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했다.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문화재단이 주관하며, ㈜리멘이 운영을 맡았다.

올해는 지난 6월 시작해 다음 달까지 93회에 걸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만나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한성일상 프로그램 참여자는 6014명으로 집계됐다. ‘낭독과 연극’ ‘책과 함께 인형만들기’ ‘간단한 형태로 만드는 나만의 가베 도장’ 등 한 달에 5회차 수업으로 진행하는 ‘한성클래스’를 비롯해 ▶점심시간을 활용한 ‘15분 콘서트’와 ‘15분 음악실’ ‘15분 시네마’ ▶원도심의 아름다운 풍광을 기록한 ‘어반드로잉展’ ▶버스 청소기 볼링 등 각자의 ‘덕질’ 생활을 공유하는 ‘내 안의 덕후’ 등 다양한 체험·교육·감상·탐방·전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리멘 성현무 대표는 많은 프로그램의 기획·진행에 참여하고 모더레이터(진행자)로 나서 시민 참여와 이해를 도왔다.

‘15분 콘서트’는 점심시간 부산의 중요한 기업·사무실 밀집 지역인 인근을 오가는 직장인의 관심이 더해져 6회차로 예정됐던 프로그램을 8회차로 늘렸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평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런치콘서트’ 형식인데, 점심밥을 먹은 뒤 15분 동안 한성라운지(한성1918 1층)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연주와 공연을 감상할 수 있었다. 8회차 공연 때도 플루트 유주영, 피아노 성민주의 빼어난 협연이 큰 호응을 끌었다. 예술가가 시민을 만나는 장도 열어주는 셈이다.

객석과 무대가 단차와 거리가 선명한 보통의 공연장과 달리, 한성1918 공간은 1m도 채 안 되는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공연을 느끼는 구조다. 매주 같은 요일에 열리니 참여자는 점점 늘었다고 한다. 부산문화재단 생활예술본부 문화공유팀 허지윤 씨는 “콘서트 날에는 한성1918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 매주 같은 요일에 열었더니, 인근 직장인이 커피를 들고 지나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공연을 보았다”며 “소리나 연주자 표정, 손끝을 가까이 볼 수 있어 특별한 공연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문화공유팀 김경민 씨 역시 “자주 접하지 않으면 공연 등에는 거리감을 느낄 수 있는데, 물리적 간격이 좁아져서 공감대가 극대화된다. 연주자와 같이 호흡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했다.

‘한성클래스-슬기로운 커피생활’에 커피 문화를 접하는 주민·시민의 태도가 진지하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슬기로운 커피생활’ 프로그램은 커피를 좋아하는 시민 누구나 커피의 역사, 드립 방식을 배우고 체험할 수 있어 높은 호응도를 보였다. ‘청소기 덕후’인 초등학생이 자신의 ‘덕질’을 소개한 ‘내 안의 덕후-내가 사랑한 청소기’는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신선하고 높은 에너지를 선사해 눈길을 끈다. 초등학생 1학년인 조시율 ‘덕후’는 직접 디자인한 청소기 ‘아이로봇 룸바’를 선보였고, 고장 난 청소기를 주워 배터리를 교체하는 등 높은 솜씨를 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허지윤 씨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프로그램은 직장인에게, 주말 프로그램은 가족 단위 참가자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관심사를 가진 시민이 참여했는데, 체험형 프로그램 만족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한성일상에 참여한 시민이 ‘한성클래스-몸을 깨우자’에서 마음과 몸을 함께 다스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문화 향유 힘 키워

이처럼 ‘한성일상’은 문화공동체를 통해 사람 사이 관계성을 높이고, 함께 문화예술을 향유하도록 안내해 나와 타인을 이해하면서 자연스레 사회적 고립·단절 방지 효과의 바탕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사회참여예술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90여 회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시민과 만나다 보니 한성일상의 SNS 팔로워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다만 해마다 정해지는 예산에 따라 위탁 운영되는 형태여서 애초 다음 달 종료되는 시점 이후 ‘한성일상’ 형식 프로그램의 꾸준한 성장을 기약하기 어려운 점은 아쉽다.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는 있지만,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생활문화가 활성화하는 긍정적 성과를 거두려면 일관성·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허지윤 씨는 “콘서트를 결합한 형태로 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시민 피드백을 바탕으로 더욱 흥미롭고 참여도 높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했다.

‘생활문화센터’인 한성1918 공간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나날이 높아진 점도 좋은 효과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지속적인 소규모 문화활동을 돕기 위해 진행하는 한성1918 공간 대관은 인기가 더 높아져 연말까지 예약이 가득 찼다. 교육실과 마루방 음악실 청자홀 등을 싼 가격으로 빌려 저녁까지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허지윤 씨는 “고풍이 서린 근대 건조물인 한성1918 자신의 작품을 걸고 전시하는 등 창작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고, 살롱으로도 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내년 대관 일정 문의도 벌써 들어온다”고 했다. 지난 3~5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기간에는 커뮤니티비프와 협업해 ‘취생몽사-파티시네마’를 성공적으로 열기도 했다. 사흘간 영화와 술이 함께한 이 프로그램은 한성1918만의 독특한 공간이 영화와 어우러져 특별한 가을밤을 선사했다.

한성1918 외에도 부산문화재단은 ‘풀뿌리 예술’ 확산을 위해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원·운영한다. 북구의 문화공간 무사이나 중구 게네랄파우제 등 소규모 문화공간에서 예술가에게 직접 악기를 배워 볼 수 있는 ‘기타등등’, 지역별 마을공동체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눠요), 지역 기초생활문화센터활성화 프로그램인 ‘생활문화클라쓰’ 등 부산시의 15분도시 정책과 맞닿은 프로그램의 불씨를 키우는 것이다.

특히 인력·예산 부족 문제로 활성화되기 힘든 지역 곳곳의 기초생활문화센터와 협의체를 구성해 활성화를 위한 ‘생활문화클라쓰’를 지원한다. ‘우리 동네’에서 더욱 쉽게 시민이 문화예술에 참여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역민 수요에 맞춘 10회차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각각 지원하는데, 현재 ▷금곡동생활문화센터(북구) ▷충무동생활문화센터(서구) ▷감천생활문화센터(사하구) ▷연제구생활문화센터(연제구) ▷부산진구생활문화센터(부산진구) ▷구락생활문화센터(수영구) 등 6곳에서 ‘생활문화클라쓰’가 운영된다.

이들 프로그램은 SNS 모집에서 이틀 만에 마감될 정도로 호응도가 높았다. 김경민 씨는 “공간을 중심으로 예술가를 만나고, 악기를 배우거나 취미를 발견하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문화를 향유하는 힘도 커짐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활동과 프로그램은 앞서 이 시리즈에서 소개한 사회참여예술 활동의 바탕을 깔고 중요한 참여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공동기획 :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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