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단 내고 보자… 생색내기 밸류업 공시
단기 주가부양 '홍보수단' 전락
거래소 "미래 상황 예측하는 것
이행 안했다고 페널티는 어려워"
기업들이 속속 밸류업 공시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참여율과 함께 참여 기업들 마저 공시를 단기 주가부양을 노린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기업은 '무상증자'를 '주주환원정책'으로 둔갑시켜 공시했고, 또 다른 기업으로 주주환원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중간배당'만을 제시하는 등 오히려 투자자의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는 내용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기업가치제고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21곳으로 집계됐다.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2590개회사 중 공시 참여율이 1%도 되지 않았다. 예고 및 안내공시를 한 기업을 더해도 30여곳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참여율이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공시 내용 자체도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공시에 회사 홈페이지 주소를 틀린 기본적인 실수부터, 단순히 목표 수치만 제시하고 실현 방법은 구체적으로 적지 않는 등 '보여주기식'에 그친 곳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현재 밸류업 공시는 한국거래소가 앞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기업 개요와 현황진단, 비교지표 및 목표설정, 계획수립 등의 내용이 담긴다. 하지만 기업들은 대부분 현재 진행 중인 사업과 '업계 1위', '이익 증가' 등의 표현으로 기업을 홍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서 가장 많이 제시한 것은 자기자본이익률(ROE) 향상이다. 자본 효율성을 나타내는 ROE를 높여 제대로된 가치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ROE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부실하다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영업사원 한명 당 수주 대수'를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작년 1인당 10대였던 수주 대수를 올해 30%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영업사원의 역량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미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부채비율을 낮추고, 주주환원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에서도 '어떻게'는 빠져있었다. 고려아연은 부채비율을 '적절한' 수준으로 맞추겠다고만 했고, 롯데칠성음료는 주주환원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중간배당'을 제시했다. 단순히 중간배당을 실시하는 것만으로는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없지만, 롯데칠성음료는 중간배당만 실시하면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작년보다 9%포인트 높일 수 있는 것처럼 적었다.
투자자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목표를 제시한 곳도 있었다.콜마홀딩스는 무상증자를 주주환원정책으로 내놨다. 앞서 진행한 100% 무상증자가 주주환원을 높였다고 적었다. 회사의 자본잉여금을 주식자본으로 돌려 실질적인 자산 증가가 없는 무상증자는 통상 주주환원책으로 보지 않는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투자자 관점에서는 기업이 향후 ROE를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지가 관건인데, 과거 금융기업들과 달리 최근 공시를 내놓은 롯데 계열사들의 주가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은 내용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이어 "배당 확대 등 공시의 구체성이 결여된 상황에서 실망스러운 한국거래소의 밸류업 지수, 정책과 다른 기업의 태도 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의 '부실한' 공시에도 한국거래소는 별다른 지적을 하지 않고 있다. 밸류업 지수 특례 조건은 공시의 내용이나 이행수준이 아닌 공시 여부에 그쳤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현 가능성이 부족해도 공시만 했다면 특례 대상이 되는 셈이다.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발표 전부터 부실한 내용이나 이행을 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페널티는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밸류업 공시는 예측 내용 공시 기준에 따라 작성되고 있다"며 "공시 내용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평가해 우수 기업을 선정, 인센티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내용이 미래 상황을 예측하는 만큼, 단순히 이것이 이행되지 않았다고 페널티를 주는 것은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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