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는 이 없는 대전서남부터미널… 쇠락 가속도에 폐업 위기 직면

정민지 기자 2024. 10. 2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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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빈 상태나 마찬가지지유성복합터미널 생기면 없어질 것이란 얘기가 파다해요."

40년 차 택시 운전기사 70대 김모 씨가 평가한 대전서남부터미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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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준 일 평균 149명 이용… 유성정류소의 6.8% 수준 불과
운행 노선 감축에 입점 상가 영업 문 닫아…안팎 적막함 감돌아
대전 중구 유천동 대전서남부터미널. 정민지 기자

"거의 빈 상태나 마찬가지지…유성복합터미널 생기면 없어질 것이란 얘기가 파다해요."

40년 차 택시 운전기사 70대 김모 씨가 평가한 대전서남부터미널이다.

한때 하루 평균 8000명이 이용했다던 시절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터미널 안팎은 적막함이 감돌았다.

빛바랜 안내문, 깨지고 금이 간 벽과 인도, 굳게 내려간 상점 셔터까지 곳곳에 터미널의 현주소가 담겨 있었다. 쌓인 먼지 역시 터미널이 시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시간이 짧지 않음을 알려주는 듯했다.

'하루 이용객이 170명대로 줄어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주십시오.' 매표소는 직원 대신 현수막과 무인발권기가 자리한 지 오래다.

대전서남부터미널 내 붙은 무인발권기 이용 안내 현수막. 정민지 기자

서남부터미널이 이처럼 폐업 위기에 직면한 건 어쩌면 예고된 수순이었다. 45년 사이 도심은 변했고 대중교통은 다양하게 발전했다.

1979년 설립 당시 지역 최대 규모 터미널로, 일 평균 이용객은 8000명에 달할 정도였다. 중구 유천동 인근 상권 또한 터미널을 찾는 수많은 이용객에 힘입어 북적였다.

하지만 도시는 발전해 확장했고 이로 인해 서남부터미널의 고속도로IC 접근성은 떨어졌다. 서남부터미널과 연계한 시내버스 노선 등 교통편도 좋지 못했다. 여기에 동구 용전동 대전복합터미널이 들어섰고 여타 교통수단은 나날이 늘었다.

경쟁력을 잃어가던 상황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확산했다. 쇠락은 가속도를 밟았다.

결국 서남부터미널 이용객은 하루 평균 100명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서남부터미널 운영사 ㈜루시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남부터미널 일 평균 이용객은 149명으로 집계됐다. 유성정류소 이용객(2205명)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같은 터미널로 비교해도 복합터미널 일 평균 이용객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7390명에 달할 때, 서남부터미널은 177명에 그쳤다.

대전서남부터미널 승차장 안내판에 폐지된 노선을 가리기 위해 검은 테이프가 붙어 있다. 정민지 기자

운행 노선 또한 악화일로다. 이용객 급감과 교통흐름 등을 고려해 버스 노선들이 유성정류소나 복합터미널로 빠져나가 서남부터미널 노선은 감소하면서다.

서남부터미널은 현재 12개 노선이 하루 56차례 운행 중이다. 16개 노선, 하루 64차례 운행하던 2017년보다 4개 노선이 사라졌고 운행 횟수도 8차례 줄었다.

남은 노선 대부분은 공주와 청양, 부여, 논산 등 충청권이다. 유일한 비충청권 인천공항행 노선은 그나마도 3편에서 1편만 남았다. 승차장 안내판에 붙은 검은 테이프만이 사라진 노선의 흔적을 가늠케 했다.

모습을 감춘 건 노선뿐만이 아니다. 인근 상권은 차치하고 터미널 내 입점해 있던 식당, 카페, 복권판매점 모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문을 닫았다.

10여 년 동안 서남부터미널을 이용했다는 시민 유재성(56·중구 태평동) 씨는 "집이 가까워 서남부터미널을 오긴 하는데, 시설이나 교통편을 생각하면 복합터미널이나 기차를 이용하는 게 더 편하긴 할 것"이라며 "예전엔 참 복작복작했는데 찾는 사람도 없고 주변 상권도 다 죽었다. 이러다 나중엔 아예 없어질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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