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규정 어기고 ‘가솔린 세단’ 타는 공공기관장… “친환경 헛바퀴” [2024 국정감사]
기관장 친환경차 구매 규정 불구
2023년·2024년식 고급세단 임대
산자위 소관기관, 내연기관차 ‘천하’
2년간 업무용 1123대 구매·임대
한국가스공사 350대로 가장 많아
“친환경차 전환 점검·지원 필요”
온실가스 감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기관장들이 법규를 어기면서까지 친환경 자동차를 외면하고 있다. 2021년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친환경(전기·수소·하이브리드) 차량을 100% 구매하거나 임차해야 하는 의무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모를 리 없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특허청 산하의 공공기관장들이 가솔린 고급세단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들이 임대해서 타고 있는 차는 2023년식이거나 2024년식 신차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중기부·특허청 및 해당 부처 산하기관들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체 가능한 차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은 물론이고, 실무자들까지 가솔린 자동차를 구입하거나 빌려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지난해에는 한국벤처투자가 기아 K9 가솔린 차량을 3대 장기 렌털했다. 2대는 각 2년 4992만원에, 1대는 2년 4536만원에 계약했다. 이 중 한 대는 신상한 부대표가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2대는 현재 공석인 대표와 상임이사가 쓰기 위해 준비된 차다. 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이태식 대표 탑승용으로 G90 가솔린을 3년 9702만원, 이목희 상임감사가 타기 위해 G80 가솔린을 3년 5885만원에 장기 렌털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해 1월에 전기차 보조금이 확정되지 않아 전기차 수급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국특허정보원도 원장을 위해 G80 가솔린을 3년 5204만원에 렌털 계약했다.
기관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이러니 실무자들도 따라했다. 각 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들여다보니 2022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업무용 차량 총 1123대를 내연기관차량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매 차량의 대부분은 전기 등 친환경차량으로 대체 가능한 경차,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들이었다. 기관별로는 한국가스공사가 350대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은 한국전기안전공사(236대), 한국전력공사(225대), 한전KDN(128대) 순으로 내연기관차량을 신규 구매·임차했다.
장 의원은 “온실가스 감축에 모범을 보여야 할 기관장들이 허영심 때문에 법까지 어겨가며 내연기관차를 계약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권이 바뀌며 이전 정권에서 만든 친환경 차 구입의무가 느슨해지고, 실질적인 관리·감독이 안 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어 “실무자 업무용 차들도 친환경차량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강한 점검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우석 기자 d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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