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근식 “사교육 현실 인정하되 그 안에 공공성 유치 꾀할 것”

신소윤 기자 2024. 10. 2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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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서울시교육감 인터뷰
“학력 차이가 곧 사교육 접근성 차이인 것은 문제”
“방과후 프로그램 등 통해 심화학습 등 수용 가능”
“AI 교과서 도입은 초·중등 한 학년만 축소 도입”
“‘선거꾼’ 아냐…다음 선거 출마 아직 생각 안해”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유 있는 학생들은 학원 다니고, 취약계층은 학원 못 다니는 거, 과도한 선행학습 등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화학습 등을) 수용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정근식 신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19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교육의 형평성’을 강조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의 ‘사교육과의 전쟁’에 대해 “수사에 불과하다”며 “사교육이 존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인정하되, 사교육 시장에 공공성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 차이가 사교육 시장 접근성 차이로 나타나는 건 문제니까, 공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진도 경쟁을 하는) 선행학습은 지양하되 방과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화 수업을 수용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역시 형평성 우려를 표했다. 정 교육감은 후보 시절에도 ‘도입 유예’ 입장이었다. 그는 “학부모들을 만나보니 디지털 오남용 걱정이 많더라”며 “학습 효과를 먼저 측정할 필요가 있어, 초등 한개 학년, 중등 한개 학년 정도 도입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장애인부모연대는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면 장애인 학생들은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며 “장애인 학생에 대한 고려를 잘했는지도 살펴야 하는데 실물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등 3·4학년과 중·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수학·영어·정보 교과에 대해 인공지능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인데, 실물은 11월 말께야 확정될 예정이다.

아울러 취임 직후 1호 결재안으로 채택한 느린학습자들을 지원하는 ‘학습진단치유센터(가칭) 기본 계획’에 대한 설명도 잊지 않았다. 그는 “(가칭이던) 학습진단치유센터를 학습진단도움센터로 명명하기로 했다”며 “(기초학력 부족 학생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맞춤 교육 등 세심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학력이란 국어·수학 등 학교 교과의 내용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필요한 읽기, 쓰기, 셈하기 등 기초적인 지식과 기능의 최소한의 성취 기준을 충족하는 학력을 뜻한다. 교육계에서는 학생의 가정 환경, 신체적 건강 문제 등을 비롯해 경계선 지능, 난산, 난독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학습 부진이 일어나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적 배려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줄 세우기 교육을 지양하는 입장으로, 전임자인 조희연 전 교육감의 혁신교육을 잇겠다는 뜻도 밝혔다. 정 서울시교육감은 “해외 연구 자료 등을 보면, 어렸을 때 친구와 잘 어울리고 협동을 잘하는 학생이 회복탄력성이 높고, 25살 이후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진다는 결과도 있다”며 “단순히 시험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특장점을 잘 포착하고, 하고 싶은 걸 하도록 도와주는 학교가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심으로, 학생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수행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서울시의회가 충돌 중인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선 학교인권법 도입을 제안했다. 정 교육감은 “학교 현장에 있는 학생, 선생님, 교직원, 비정규직 노동자들, 모두 인권을 생각해야 하는 구성원”이라며 “이제는 학생인권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노동자들의 인권을 생각해야 하고, 학교 구성원들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학교인권법’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인권조례를 확대, 개정하는 내용의 학교인권법은 야당이 국회에 발의한 상태다.

끝으로 임기 1년8개월 뒤 다음 선거 출마에 대해선 ‘선거꾼’이 아니라며 “아직 생각 안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주어진 기간 동안 선생님, 학부모님, 학생 얘기를 많이 듣겠다”며 “안정적으로 교육의 틀을 바꾸고, 교육 정상화를 이루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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